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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전설

레전드 오브 마카이 (Legend of Makai World) · 1988 · Jal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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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한 자루만 들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스테이지 안에는 상점이 있고, 적을 잡아 모은 돈으로 단검이나 도끼를 살 수 있습니다. 신발을 사면 적을 밟아 잡을 수 있게 되고, 물약을 마시면 잠깐 무적이 되거나 훨씬 빨리 달립니다. 1988년 오락실 액션 게임 중에는 이렇게 스테이지 안에서 장비를 갖춰 가는 구조를 넣은 작품이 많지 않았습니다. 한 판을 그냥 뚫는 게 아니라, 이번 판에서 무엇을 사 둘지 고민하게 만드는 게임입니다.

레전드 오브 마카이(Legend of Makai)는 자레코가 1988년에 배급한 아케이드 액션 게임입니다. 일본에서는 마계전설이라는 이름으로 나갔고, 실제 개발은 NMK가 맡았습니다. 플레이어는 젊은 전사가 되어 사악한 마법사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하러 갑니다.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할 수 있습니다.

마계전설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8)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옆에서 본 화면의 액션 게임이지만, 한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구성은 아닙니다. 스테이지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열쇠를 찾고, 그 열쇠로 문과 상자를 열어 가며 출구로 향합니다. 길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게 됩니다.

열쇠는 색이 나뉘어 있고, 색에 맞는 상자를 열면 보석이나 회복 아이템이 나옵니다. 보석은 돈이 되어 상점에서 쓰입니다. 무기는 칼 외에 던지는 종류가 있어서, 단검이나 도끼를 사면 멀리서 적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특수한 신발을 갖추면 적 위로 뛰어올라 밟아 잡는 수단이 생기고, 물약 계열은 짧은 시간 동안 무적이나 속도, 점프력을 크게 올려 줍니다.

각 스테이지에는 제한 시간이 걸려 있습니다. 이 시간이 이 게임의 성격을 규정합니다. 아이템을 다 챙기고 싶은 욕심과 시간 안에 나가야 하는 압박이 계속 부딪히기 때문에, 어디까지 뒤지고 어디서 포기할지를 매번 결정해야 합니다.

마계전설 액션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8)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패는 시간 초과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상자를 하나도 놓치기 싫어서 구석구석을 다 돌다가 출구 앞에서 시간이 떨어집니다. 초반 몇 판은 아이템을 반쯤 포기하고 길 구조를 익히는 데 쓰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구조를 알고 나면 필요한 열쇠와 상자만 짚어 가며 여유 있게 나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돈을 아끼는 습관입니다. 이 게임에서 모아 둔 돈은 죽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던지는 무기를 일찍 사 두면 적을 안전한 거리에서 처리할 수 있어 생존율이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초반에 무기 하나는 확보하고 들어가는 쪽이 낫습니다.

세 번째는 근접전 습관입니다. 칼은 사거리가 짧아서 적에게 붙어야 하는데, 이 게임의 적들은 접촉만으로도 체력을 깎습니다. 칼로 밀어붙이기보다 던지는 무기로 거리를 두거나, 신발이 있다면 밟아서 처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난이도가 튀는 구간과 대응

스테이지가 넘어갈수록 지형이 복잡해지고 적의 배치가 촘촘해집니다. 특히 좁은 통로에서 여러 방향의 적이 동시에 다가오는 구간이 문제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무작정 진입하지 말고, 입구에서 던지는 무기로 하나씩 줄인 다음 들어가는 게 정석입니다.

무적 물약 같은 소모성 아이템은 아껴 두다 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확실히 죽을 것 같은 구간을 앞두고 미리 쓰는 쪽이 이득입니다. 어차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지니, 손에 쥐고만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체력 관리도 중요합니다. 회복 아이템은 상자 안에 들어 있어 열쇠 없이는 못 얻는 경우가 많으니, 체력이 절반 아래로 내려간 상태에서 무리하게 진행하지 말고 회복 수단이 있는 경로를 먼저 도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레코와 NMK, 그리고 1988년

자레코는 1980년대 오락실에서 꾸준히 이름이 보이던 회사입니다. 자체 개발도 했지만, 외부 개발사가 만든 기판을 자사 이름으로 유통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 게임을 실제로 만든 NMK는 이후 여러 슈팅과 액션 게임으로 이름을 남기는 개발사인데, 마계전설은 그 초기 작업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1988년은 오락실 액션 게임이 단순한 전진형에서 벗어나 탐색과 성장 요소를 붙이기 시작하던 시기입니다. 콘솔 쪽에서 액션 어드벤처가 인기를 끌던 흐름이 아케이드에도 옮겨 왔고, 이 게임의 열쇠와 상점 구조도 그 맥락에 있습니다. 다만 오락실은 한 판이 짧아야 하는 곳이라, 제한 시간이라는 장치로 탐색의 자유와 회전율을 억지로 화해시킨 셈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국내에 널리 깔린 기판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시기 국내 오락실은 벨트 스크롤 액션과 슈팅, 그리고 곧 밀려올 격투 게임 쪽으로 기울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판타지 배경에 칼과 마법이 나오는 액션 게임은 어디서든 눈길을 끌었고, 상점에서 무기를 골라 사는 구조는 처음 본 사람에게 인상이 남았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조작은 소박하지만 구조는 생각보다 짜임새가 있습니다. 길을 외우고, 돈 쓸 곳을 정하고, 시간과 욕심을 저울질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판마다 다른 선택이 나옵니다. 1980년대 후반 아케이드 액션이 어디까지 욕심을 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