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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기어 고스트 바벨

메탈기어 고스트 바벨 (Metal Gear Ghost Babel Japan) · 2000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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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흑백에 가까운 작은 화면에서 제대로 된 잠입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2000년에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 작품이 있습니다. 게임보이 컬러라는, 당시 기준으로도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 기기에서 경비병의 시야를 피하고 무전으로 대화를 나누며 기지를 잠입하는 게임이 실제로 나왔고, 그것도 아주 잘 만들어졌습니다.

메탈기어 고스트 바벨(Metal Gear Ghost Babel)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기지 내부를 이동하며 경비를 피해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는 잠입 액션입니다. 총을 들고 있긴 하지만 정면으로 쏘며 뚫는 게임이 아닙니다. 들키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고, 들켰다면 어떻게든 다시 숨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시리즈 특유의 이 원칙이 작은 화면 안에서도 그대로 지켜집니다.

메탈기어 고스트 바벨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컬러 (2000)

시야를 읽는 게임

이 게임의 핵심은 경비병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아는 것입니다. 화면에 표시되는 시야 범위를 보고 안전한 통로와 위험한 통로를 구분하고, 순찰이 등을 돌리는 그 짧은 순간에 다음 엄폐물까지 이동합니다. 한 걸음 빨리 나서면 곧바로 발각되고, 한 걸음 늦으면 다시 돌아온 경비에게 걸립니다.

발소리도 신경 써야 합니다. 급하게 뛰어다니면 소리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경비까지 불러들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구간에서는 천천히 움직이고, 안전한 구간에서만 속도를 냅니다. 이 완급 조절이 몸에 붙으면 진행이 눈에 띄게 매끄러워집니다.

메탈기어 고스트 바벨 어드벤처 게임 화면 2 - 게임보이 컬러 (2000)

들켰을 때의 대처

초보자는 발각되면 그대로 당황해서 아무 방향으로나 도망가다 더 큰 곤경에 빠집니다. 요령은 정해져 있습니다. 일단 경비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 구석진 곳으로 숨고, 경계 상태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총으로 해결하려 들면 추가 병력까지 몰려옵니다.

어떤 구간은 아예 들키지 않고 통과하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어서, 발각되는 순간 사실상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무작정 앞으로 가는 것보다 한 구역씩 관찰하고 경로를 머릿속으로 그린 다음 움직이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작은 화면에 담긴 시리즈의 문법

무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파악하는 구성, 특정 장비를 얻어야 열리는 길, 그리고 각자 독특한 수법으로 싸우는 강적과의 대결까지, 시리즈에서 익숙한 요소들이 이 판본에도 들어 있습니다. 성능이 부족하다고 해서 잠입이라는 뼈대를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라는 조건에 맞춰 다시 설계했습니다.

이야기 면에서도 대충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대사 분량이 상당하고, 등장인물들 사이의 대화가 진행 내내 이어집니다. 작은 기기에 이 정도 밀도를 집어넣었다는 점 때문에, 이 작품은 나온 지 오래되었음에도 시리즈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처음 잡는 사람에게

난이도가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실수 한 번에 구역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되는 일이 잦아서, 급하게 밀어붙이면 금방 지칩니다. 그 대신 한 구역을 깨끗하게 통과했을 때의 만족감이 큽니다.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다는 그 느낌이 이 시리즈를 하는 이유입니다.

조언을 하나만 고르라면, 벽에 붙어 다니라는 것입니다. 통로 한가운데로 걷지 말고 항상 벽이나 구조물 옆을 따라가면 시야에 들어가는 빈도가 확실히 줄어듭니다. 그다음은 인내심입니다. 경비가 지나갈 때까지 몇 초 기다리는 게 아깝게 느껴지겠지만, 그 몇 초가 구역 전체를 다시 하는 것보다 훨씬 쌉니다.

국내에서는 휴대용 기기로 나온 이 작품보다 거치형 쪽 시리즈가 압도적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이런 판본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꺼내 볼 가치가 충분한 숨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