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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기어 (패미컴)

메탈기어 (Metal Gear Europe) · 1987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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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는 것이 정답인 게임

1980년대 액션 게임의 기본은 눈에 보이는 적을 전부 쓰러뜨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반대로 갑니다. 적에게 들키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목표이고, 총을 쏘는 순간 오히려 상황이 나빠집니다.

경비병 시야에 들어가면 경보가 울리고 지원 병력이 몰려옵니다. 도망쳐서 다른 방으로 넘어가면 경보가 풀리지만, 그 사이 체력은 이미 깎여 있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의 화면은 조용합니다. 벽에 붙어 시야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빈틈으로 걸어 나갑니다.

게다가 시작할 때 주인공은 아예 무장이 없습니다. 맨손으로 기지에 들어가 안에서 무기를 구해야 합니다. 이 설정 하나가 게임의 성격을 처음부터 못 박습니다.

메탈기어 (패미컴)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7)

아우터 헤븐에 들어가다

메탈기어(Metal Gear)는 신참 요원 솔리드 스네이크가 요새 국가 아우터 헤븐에 홀로 잠입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으로 방과 방을 오가며, 실종된 선임 요원을 찾고 개발 중인 병기 메탈기어를 파괴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기지는 여러 층의 건물 몇 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방은 카드 키로 잠겨 있습니다. 열쇠 등급이 여덟 단계라 새 카드를 얻을 때마다 이미 지나온 지역으로 되돌아가 새 문을 열게 됩니다. 지도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오가는 구조입니다.

무전도 중요합니다. 무전기로 지원 요원들에게 연락하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힌트를 줍니다. 막혔을 때 무전을 돌려 보는 것이 사실상 공략의 일부입니다.

메탈기어 (패미컴) 어드벤처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7)

담배, 쌍안경, 방독면

이 게임에는 무기 말고도 도구가 많습니다. 담배는 체력을 조금씩 깎지만 적외선 감지 장치의 광선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 줍니다. 방독면은 독가스가 찬 방을 지나게 해 주고, 나침반은 미로 같은 사막 구간에서 방향을 잡아 줍니다.

무기도 성격이 갈립니다. 권총은 소음기를 달면 조용히 쓸 수 있고, 로켓 런처는 벽을 부수며 보스에게 큰 피해를 줍니다. 플라스틱 폭탄은 무너뜨릴 수 있는 벽 앞에 설치해 숨은 길을 여는 데 씁니다.

무엇을 언제 장비하느냐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아이템 창을 오가는 시간 자체가 게임 리듬의 일부가 됩니다. 이후 시리즈에서 훨씬 정교해지는 부분의 원형이 여기 있습니다.

트럭과 감방과 포로

기지 안에는 붙잡힌 포로들이 있습니다. 구출하면 체력 상한이나 탄약 상한이 늘어납니다. 반대로 포로를 죽이면 계급이 떨어져 손해를 봅니다. 무작정 쏘고 다니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건물 안에는 함정도 많습니다. 들어가면 갇히는 방, 바닥이 전기가 흐르는 구간, 벽을 뚫어야만 지나갈 수 있는 막다른 길이 곳곳에 있습니다. 처음 하면 지도를 그려 가며 진행하게 됩니다.

보스로는 특수 부대원들과 무장한 차량, 그리고 마지막에 메탈기어 본체가 나옵니다. 대개 정면으로 총을 쏴서는 이길 수 없고, 특정 무기나 지형을 이용해야 합니다.

패미컴판이라는 특이한 위치

이 게임의 원판은 MSX2로 나왔습니다. 패미컴판은 다른 개발진이 따로 손을 봐서 만든 이식판이고, 맵 구조와 일부 무기 처리, 심지어 최종 국면의 전개까지 원판과 다릅니다.

원판을 아는 사람에게는 이 차이가 종종 아쉬움으로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이 패미컴판이 먼저 널리 퍼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메탈기어의 첫인상은 오히려 이쪽이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 시리즈가 여기서 시작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정면 돌파 대신 숨고 기다리는 게임이 성립한다는 것을 처음 보여 준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