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 비드
뱅 비드 (Bang Bead) · 2000 · V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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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도 아니고 테니스도 아닌
화면 가운데 선이 하나 그어져 있고, 그 선 너머로 공을 쳐 넘기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배구 같은데 네트가 없고, 테니스 같은데 라켓이 없습니다. 캐릭터가 맨몸으로 공을 쳐 내고, 잘 맞으면 공이 불붙은 것처럼 날아갑니다. 규칙을 설명받기 전에 한 판을 해 버리는 쪽이 더 빠르게 이해되는 게임입니다.
캐릭터들도 운동선수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대전격투 게임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개성 강한 인물들이 해변이나 유적 같은 곳에서 공을 주고받습니다. 스포츠 게임의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속은 대전 게임에 훨씬 가깝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뱅 비드(Bang Bead)는 캐릭터를 하나 골라 일대일로 공을 주고받는 대전형 구기 게임입니다. 상대 진영 바닥에 공을 떨어뜨리거나, 상대의 체력을 깎아 쓰러뜨리면 한 세트를 가져갑니다. 두 세트를 먼저 따면 다음 상대로 넘어갑니다.
한 판의 흐름은 아주 빠릅니다. 서브로 공이 뜨고, 몇 번 오가다 보면 어느 한쪽이 무너집니다. 랠리가 길어야 십몇 초라서, 대전격투처럼 체력을 조금씩 깎아 가는 긴 싸움이 아니라 순간 판단을 몇 번 겨루는 게임입니다.
조작은 이동과 치기, 그리고 필살기로 나뉩니다. 공이 오는 방향으로 붙어서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언제 누르느냐에 따라 공이 느리게 뜨기도 하고 바닥을 향해 꽂히기도 합니다. 이 강약 조절이 이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됩니다.
게이지와 필살기
공을 주고받다 보면 게이지가 찹니다. 이게 차면 필살기를 쓸 수 있는데, 필살기로 친 공은 속도도 궤도도 평범한 공과 다릅니다. 그냥 받아 내려고 하면 튕겨 나가거나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실제 대전은 게이지 싸움이 됩니다. 게이지가 찬 상대 앞에서는 무리하게 강하게 치기보다, 받기 쉬운 공을 줘서 상대가 필살기를 쓸 각을 못 잡게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내 게이지가 찼으면 상대를 한쪽 구석으로 몰아 놓고 반대편으로 꽂는 게 가장 잘 먹힙니다.
필살기를 막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타이밍만 맞으면 되받아칠 수 있어서, 서로 필살기를 주고받는 장면이 나오면 그 판의 하이라이트가 됩니다. 다만 실패하면 크게 손해라 웬만하면 안전하게 피하는 쪽을 고르게 됩니다.
캐릭터를 고르는 재미
캐릭터마다 이동 속도와 치는 힘, 그리고 필살기의 궤도가 다릅니다. 빠른 캐릭터는 코트를 넓게 쓸 수 있어서 어디로 오든 받아 낼 수 있지만 한 방이 약합니다. 힘이 센 캐릭터는 한 번 제대로 맞히면 그대로 끝내지만, 반대편 구석으로 오는 공을 놓치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빠른 캐릭터를 잡는 게 편합니다. 이 게임은 공을 못 받는 순간 바로 실점이라, 일단 받아 내는 능력이 있으면 판이 길어지고 그만큼 배울 시간이 생깁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캐릭터는 공의 궤도를 어느 정도 읽게 된 다음에 잡는 게 좋습니다.
대전 상대가 사람일 때 이 차이가 특히 재미있어집니다. 서로 다른 성질의 캐릭터가 붙으면 한쪽은 계속 흔들고 한쪽은 한 방을 노리는 구도가 만들어져서, 같은 스테이지를 여러 번 해도 판이 매번 달라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을 위한 요령
가장 흔한 실수는 공을 따라다니는 겁니다. 공이 오는 자리로 미리 가 있어야 제대로 칠 수 있는데, 공을 보고 나서 움직이면 항상 반 박자 늦습니다. 상대가 치는 자세를 보고 방향을 미리 읽는 습관이 붙으면 실력이 확 올라갑니다.
무조건 세게 치는 것도 손해입니다. 강하게 친 공은 상대가 받아쳤을 때 그만큼 빠르게 돌아옵니다. 상대가 자세를 잡고 있으면 오히려 약하게 띄워서 상대를 앞뒤로 움직이게 만드는 편이 유리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네오지오 판
네오지오 후반기에 나온 게임이라 오락실에서 이 판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킹오브파이터즈나 메탈슬러그가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던 시절이라, 이런 소품 같은 게임은 기판을 여러 개 돌리는 큰 오락실이 아니면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한 판이 짧고 둘이 붙었을 때 바로 승부가 나는 구조라 옆자리에 사람이 있으면 계속 하게 됩니다. 규칙이 단순한 대전 게임이 가진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