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트라이
버디 트라이 (Birdie Try Japan) · 1988 · Data East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화면 위로 구름이 흘러갑니다. 그냥 배경 장식이 아니라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알려 주는 장치입니다. 숫자로 풍향을 적어 두는 대신 하늘을 보고 짐작하게 만든 이 연출은, 골프라는 소재를 화면 안에서 어떻게 읽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당시의 답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버디 트라이(Birdie Try)는 위에서 코스를 내려다보는 시점의 아케이드 골프 게임입니다. 클럽을 고르고 방향을 잡은 뒤 힘을 실어 공을 치고, 낙하 지점을 확인하며 홀까지 다가갑니다. 절벽과 바위, 나무 같은 장애물과 잔디의 종류가 코스마다 다르게 배치돼 있어, 같은 거리라도 어디에 떨어뜨리느냐에 따라 다음 한 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 타를 치는 순서
먼저 남은 거리를 보고 클럽을 정합니다. 버튼 하나로 클럽을 바꿀 수 있어서, 화면을 보며 그때그때 갈아 쥐면 됩니다. 다음으로 방향을 조정하는데, 여기서 바람을 반영해야 합니다. 옆바람이 부는 날에는 목표보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조금 틀어 놓아야 공이 홀 근처에 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힘을 정해 공을 칩니다. 힘을 최대로 쓰면 멀리 가지만 방향이 흐트러지기 쉽고, 적당히 줄이면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매번 최대로 치다가 벙커나 나무 뒤에 공을 빠뜨립니다. 한 번에 홀에 붙이려 하기보다 두 타에 나눠 안전한 자리를 밟는 편이 결과적으로 타수가 적게 나옵니다.
바람과 지형 읽기
이 게임에서 가장 자주 발목을 잡는 것은 바람입니다. 구름의 흐름을 보고 방향과 세기를 읽어야 하는데, 거리가 멀수록 바람이 공을 밀어내는 폭도 커집니다. 짧은 거리에서는 무시해도 되는 바람이 긴 거리에서는 공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보냅니다. 거리에 비례해 보정을 키우는 감각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지형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러프에 빠지면 다음 타의 비거리가 줄고, 벙커에 들어가면 빠져나오는 데만 한 타를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홀에 가깝게 붙이는 것보다 안전한 잔디 위에 놓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절벽이나 물이 있는 홀에서는 아예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우회 공략이 정답일 때도 있습니다.
다이얼 조작
원래 기체는 다이얼을 돌려 조작하는 구조였습니다. 방향을 미세하게 맞추는 데 다이얼만큼 편한 입력 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이스틱으로 방향을 잡으면 한 칸씩 뚝뚝 끊기지만, 다이얼은 손가락 감각으로 아주 조금씩 돌릴 수 있어 정밀한 조준이 가능합니다.
이 차이 때문에 조작 장치가 다르면 체감 난이도가 달라집니다. 다이얼에 익숙해지면 바람 보정을 세밀하게 넣을 수 있어 타수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반대로 조작이 뻑뻑하면 애써 계산한 각도를 화면에 반영하지 못해 답답해집니다. 골프 게임이 유독 입력 장치를 가리는 장르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데이터 이스트는 액션과 슈팅으로 이름을 알린 회사지만, 스포츠 소재에도 꾸준히 손을 댔습니다. 오락실에서 스포츠 게임은 격투나 슈팅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규칙을 이미 아는 손님을 그대로 데려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골프는 특히 한 판이 길어질 수 있어 시간 제한이나 홀 수 제한으로 회전을 관리하는 설계가 필요했습니다.
이 시기 오락실 골프 게임들은 실제 코스를 세밀하게 옮기기보다, 판단할 거리를 몇 가지로 압축해 짧게 즐기도록 만들었습니다. 클럽 선택과 바람, 지형 세 가지만으로도 매 타마다 고민할 거리가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역시 그 방향에 충실합니다.
오락실에서의 자리
한국 오락실에서 골프 기판은 흔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액션이나 슈팅에 비해 화면이 조용하고 진행이 느려서,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끌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대신 한 번 앉으면 오래 붙어 있는 부류의 게임이라, 조용한 자리에 하나쯤 놓여 단골이 붙는 식이었습니다.
지금 해 보면 규칙이 익숙해서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골프를 쳐 본 적이 없어도 멀리 보내고 홀에 넣는다는 목적은 한눈에 이해되고, 바람과 지형이라는 변수 두 개만 익히면 타수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입니다. 한 홀씩 끊어서 할 수 있어 짧게 붙었다 그만두기에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