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스타즈
베이스볼 스타즈 (Baseball Stars USA) · 1989 · S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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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게임에서 가장 오래 남는 기억은 홈런 한 방이 아니라, 몇 시즌을 끌고 온 내 팀 이름일 때가 있습니다. 베이스볼 스타즈는 1989년 패미컴에서 그 감각을 처음으로 제대로 구현한 게임입니다.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것이 경기가 아니라 팀 만들기 화면입니다. 팀 이름을 짓고, 유니폼 색을 고르고, 선수 아홉 명을 하나하나 이름 붙여 채워 넣습니다. 그 팀을 데리고 시즌을 돌면서 이기면 상금이 들어오고, 그 돈으로 선수를 사거나 기존 선수의 능력치를 올립니다. 지금은 흔한 구조지만 당시 8비트 야구 게임에서는 낯선 방식이었습니다.
베이스볼 스타즈(Baseball Stars)는 SNK가 만든 야구 게임입니다. 한 판의 흐름 자체는 여느 야구 게임과 같습니다. 투수가 던지고 타자가 치고, 주자가 뛰고 야수가 잡습니다. 다만 이 게임은 그 경기 바깥에 팀 운영이라는 층을 하나 더 얹어 놓았고, 그 층이 있느냐 없느냐가 플레이 시간을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팀을 만들고 돈으로 키운다
게임을 켜면 미리 준비된 여러 팀 중 하나를 고를 수도 있고, 아예 새 팀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재미는 새 팀 쪽에 있습니다. 팀명과 색을 정하고 나면 선수 명단을 짜야 하는데, 선수마다 이름을 직접 입력할 수 있습니다. 친구 이름, 좋아하는 프로야구 선수 이름을 넣어 두고 그 선수가 홈런을 치는 걸 보는 재미가 컸습니다.
선수 능력치는 돈으로 올립니다. 경기에서 이기면 상금이 들어오고, 이 돈을 타격·주력·수비·투구 같은 항목에 나눠 투자합니다. 반대로 능력치가 높은 선수는 유지비가 비싸서, 좋은 선수만 잔뜩 모아 놓으면 자금이 말라 팀이 굴러가지 않습니다. 어디에 돈을 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 구조가 이 게임을 단순한 야구 게임과 갈라놓는 지점입니다.
투수를 키울 것인가 타선을 키울 것인가는 실제로 승패에 영향을 줍니다. 8비트 야구 게임 특성상 수비 조작이 답답한 편이라, 초반에는 투수의 구위를 먼저 올려 실점을 줄이는 쪽이 안정적입니다. 타선은 장타력이 좋은 선수 두세 명만 확실히 키워도 점수는 나옵니다.
경기 조작과 익숙해지는 순서
투구는 방향키로 코스를 정하고 던진 뒤, 공이 날아가는 도중에도 방향키로 조금 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미세 조정이 이 게임 투수의 핵심입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들어가다가 마지막에 살짝 빠지는 공을 만들 줄 알게 되면 삼진이 늘어납니다.
타격은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화면에 표시되는 타자 위치를 좌우로 옮겨 코스에 맞춘 뒤 휘두르는데, 처음에는 빠른 공에 방망이가 늦고 변화구에 헛돕니다. 처음 몇 이닝은 억지로 당겨 치려 하지 말고 밀어 치는 감각으로 맞히는 데만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비가 가장 어렵습니다. 뜬공이 뜨면 낙하 지점을 잡아야 하는데 그림자 표시가 친절하지 않아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잡을 공을 흘려 2루타로 만들어 버리기 일쑤입니다. 송구는 각 베이스에 대응하는 버튼 조합을 외워 두면 병살 처리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시리즈와 그 뒤
베이스볼 스타즈는 이후 네오지오로 넘어가 후속작이 나왔고, 그쪽은 화려한 연출과 과장된 캐릭터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오락실에서 본 네오지오판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만, 팀을 키우는 재미로 따지면 이 패미컴판 쪽이 더 오래 붙잡게 만듭니다. 화려함 대신 기록과 성장에 무게를 실은 구성입니다.
같은 시기 다른 야구 게임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뚜렷합니다. 대부분의 8비트 야구 게임은 경기 한 판을 끝내면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 한 판이 시즌 성적에 쌓이고, 시즌 성적이 다음 시즌의 자금이 되고, 그 자금이 다시 선수 능력치가 됩니다. 한 번 시작하면 끊기 어려운 순환입니다.
한국에서
국내에서는 정식 발매보다 복사팩과 문방구 게임기로 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어 메뉴가 많아 처음에는 팀 만들기 화면에서 헤매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선수 이름을 직접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구들 이름으로 팀을 짜는 놀이가 유행처럼 돌았습니다.
배터리 백업으로 저장이 되는 팩이라, 복사팩의 배터리가 죽어 시즌 기록이 통째로 날아가는 일도 흔했습니다. 몇 시즌을 키운 팀이 사라지는 경험은 이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 번씩 겪은 일입니다. 그만큼 오래 붙잡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