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난자 브라더스 PC엔진판
보난자 브라더스 (Bonanza Bros) · 1991 · NEC A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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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쏘는데 아무도 죽지 않는 도둑 게임
이 게임에서 주인공 형제는 총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총에 맞은 경비원은 죽지 않고 잠깐 기절하거나 뒤로 넘어질 뿐입니다. 피가 튀지도 않고, 심각한 표정도 없습니다. 도둑질을 소재로 삼았는데 화면 전체가 만화처럼 밝고 익살스러워서,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조금도 들지 않습니다.
이 태연한 분위기가 보난자 브라더스의 정체성입니다. 몸집이 통통한 두 형제는 걸을 때마다 어깨를 흔들고, 들켰을 때는 허둥지둥 도망칩니다. 경비원도 무섭기보다는 어딘가 어수룩해 보입니다. 그래서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끝까지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보난자 브라더스(Bonanza Bros)는 건물 안에 몰래 들어가 정해진 물건을 모두 챙기고, 옥상이나 출구로 빠져나오는 잠입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은 옆에서 본 단면도처럼 생겼는데, 앞줄과 뒷줄 두 개의 층이 있어서 필요할 때 뒤쪽으로 몸을 숨길 수 있습니다. 이 앞뒤 이동이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장치입니다.
경비원에게 발견되면 총알이 날아오고, 몇 대 맞으면 그 판이 끝납니다. 그래서 정면으로 부딪히는 대신 벽에 붙어 기다리고, 경비가 등을 돌린 틈에 지나가고, 문 뒤로 몸을 감추는 식으로 풀어야 합니다. 내 총은 상대를 잠시 멈추게 하는 용도이지 길을 뚫는 무기가 아닙니다.
두 형자와 협력 플레이
주인공은 모보와 로보라는 두 형제인데, 성능 차이는 거의 없고 색만 다릅니다. 대신 이 게임이 진짜 빛나는 순간은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갔을 때입니다. 한 사람이 일부러 경비원 앞에 나서서 시선을 끄는 동안 다른 사람이 반대편으로 돌아 물건을 챙기는 식의 역할 분담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혼자 할 때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퍼즐에 가깝지만, 둘이 하면 서로를 미끼로 쓰고 함정에 밀어 넣는 짓궂은 놀이가 됩니다. 같은 스테이지인데 사람 수에 따라 성격이 이렇게 달라지는 게임은 흔치 않습니다. 오락실에서 이 게임이 인기를 끈 이유도 대부분 여기에 있었습니다.
스테이지 구성과 요령
무대는 저택, 은행, 미술관처럼 지켜야 할 물건이 있는 건물들입니다. 층이 여러 개고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는데, 어느 층에 무엇이 있는지는 화면 옆의 안내를 보고 파악합니다. 목표물을 다 챙기기 전에는 출구가 열리지 않으므로, 무작정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아래층부터 훑는 편이 헛걸음이 적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실패하는 것은 조급함입니다. 경비원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서둘러 뛰다가 딱 마주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비는 정해진 구간을 왔다 갔다 하므로, 몇 초만 지켜보면 언제 등을 돌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한 번의 관찰이 목숨 몇 개를 아껴 줍니다.
문을 여닫는 조작도 요령입니다. 문 뒤에 숨어 있다가 상대가 붙었을 때 문을 밀어 넘어뜨리면 손을 대지 않고도 길을 열 수 있습니다. 아래층으로 뛰어내리는 것도 급할 때 유용한 탈출법입니다.
PC엔진판으로 만난 사람들
원래 이 게임은 오락실 기판으로 나왔고, 이후 여러 가정용 기계로 옮겨졌습니다. PC엔진판은 그중에서도 원작의 밝은 색감과 캐릭터의 익살스러운 움직임을 비교적 잘 살린 축에 듭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하는 재미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이 기계를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친구를 부를 명분이 되는 소프트였습니다.
국내에서는 PC엔진 자체가 널리 보급된 기계는 아니었지만, 대여점이나 몇몇 오락실 구석에서 이 게임을 만나 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화면만 봐도 무슨 게임인지 짐작이 가는 단순한 구조라, 처음 잡아도 몇 분이면 요령을 익힐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해도 그 접근성은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