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스트라이커
빅 스트라이커 (Big Striker) · 1992 · Jal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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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축구 게임에는 야박한 규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면 그 자리에서 끝난다는 것입니다. 전반 후반을 합쳐 봐야 몇 분도 안 되는 짧은 경기 안에 반드시 이겨야 다음 상대를 볼 수 있었고, 동점이면 승부차기까지 가야 했습니다. 그 압박 때문에 한 골이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오락실이 시끄러워졌습니다.
빅 스트라이커(Big Striker)는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화면의 축구 게임입니다. 국가 대표팀 가운데 하나를 골라 경기를 치르고, 이기면 다음 상대와 붙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옆자리에 사람이 앉아 동전을 넣으면 곧바로 대인전으로 넘어가는 구조라, 혼자 진행하다가 난입을 당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한 경기의 흐름
먼저 팀을 고릅니다. 팀마다 속도와 힘 같은 성격이 조금씩 다르게 잡혀 있어서, 발 빠른 팀으로 측면을 파고들지, 힘 있는 팀으로 밀어붙일지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 어느 팀을 골라도 기본 조작은 같지만 경기 운영의 느낌은 달라집니다.
경기가 시작되면 시간이 빠르게 흐릅니다. 실제 축구처럼 천천히 빌드업을 할 여유가 없어서, 공을 잡으면 곧장 앞으로 밀고 나가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사이드로 벌린 뒤 크로스를 올려 문전에서 마무리하는 단순한 형태가 가장 잘 통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이기지 못하면 승부차기로 갑니다. 여기서는 키커일 때 방향을 정하고, 골키퍼일 때 방향을 읽어야 합니다. 실력보다 심리전에 가까워서,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이 이 구간의 매력입니다.
조작과 요령
버튼 구성은 단순합니다. 공을 가졌을 때는 패스와 슛, 공이 없을 때는 태클과 수비 전환에 쓰입니다. 같은 버튼이 상황에 따라 다른 동작이 되기 때문에, 지금 우리 팀이 공을 가졌는지부터 항상 의식해야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계속 드리블하는 것입니다. 화면 안에서 선수 하나를 끌고 가면 상대 수비가 몰려들고, 결국 뺏겨서 역습을 당합니다. 짧게 패스로 넘기며 전진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빠릅니다.
두 번째는 무리한 태클입니다. 태클은 성공하면 확실하지만 빗나가면 그 선수가 한동안 자리를 비웁니다. 상대가 문전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헛태클을 하면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지므로, 위험 지역에서는 몸으로 막아 각도를 좁히는 쪽이 낫습니다.
슛은 골대 정면보다 조금 각이 있는 자리에서, 골키퍼가 움직이는 반대편을 노리는 것이 잘 들어갑니다. 무작정 강하게 차기보다 방향을 먼저 정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같은 시기 축구 게임들과 견주면
1990년대 초 오락실에는 축구 게임이 꾸준히 들어왔습니다. 화면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이 주류였고, 한 경기를 짧게 끊어 동전을 계속 넣게 만드는 구성도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이 게임 역시 그 틀 안에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조작이 비교적 단순해서 처음 앉은 사람도 곧바로 공을 찰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복잡한 기술이나 전술 설정을 앞세우기보다, 뛰고 패스하고 슛하는 기본만으로 승부가 나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과 붙어도 경기가 성립합니다.
만든 곳
자레코는 1980년대부터 오락실에 꾸준히 게임을 대던 회사입니다. 슈팅과 액션, 스포츠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손을 댔고, 대작으로 시장을 흔들기보다 여러 기기를 꾸준히 채우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이 축구 게임도 그런 성격의 결과물입니다.
당시 스포츠 게임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물건이었습니다. 선수 스물두 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화면을 끊김 없이 그려야 했기 때문에, 선수 크기와 화면 축척을 어떻게 잡느냐가 곧 게임의 인상이 됐습니다. 이 게임은 선수를 크게 그리고 시야를 좁게 잡아, 공 주변의 부딪힘이 잘 보이도록 만든 쪽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에서 축구 게임은 대회 시즌마다 인기가 올라갔습니다. 국가 대표팀을 고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리에 앉을 이유가 됐고, 옆자리 사람과 붙는 대인전은 격투 게임 못지않게 시끄러웠습니다.
한 판이 짧아 회전이 빨랐기 때문에, 여럿이 줄을 서서 돌아가며 붙기에 좋았습니다. 지면 바로 자리를 넘겨야 하니 매 경기가 결승전처럼 진행됐고, 승부차기까지 가면 뒤에 선 사람들까지 화면을 들여다봤습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그 짧고 급한 리듬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