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포스
스틸 포스 (Steel Force) · 1994 · Electronic Devices It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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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오락실 기판은 대부분 일본과 한국, 대만에서 나왔습니다. 이탈리아 회사가 만든 오락실 게임은 그 자체로 드문 물건이고, 이 작품이 그런 예입니다. 게다가 이 게임은 몇 년 앞서 컴퓨터 쪽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의 외계 생물 소탕 게임을 거의 그대로 오락실로 옮겨 놓은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원본을 알고 보면 화면 구성부터 진행 방식까지 겹치는 부분이 많아 놀라게 됩니다.
스틸 포스(Steel Force)는 1994년에 나온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의 미로형 슈팅입니다. 한 명 또는 두 명이 연방 병사를 조종해, 외계 생물이 점거한 우주 기지 내부를 돌아다니며 적을 정리하고 출구를 찾아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한 시간이 걸려 있어서 무작정 구석구석 뒤지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미로를 뚫고 출구를 찾습니다
한 스테이지는 통로와 방으로 이루어진 기지 한 층입니다. 화면은 캐릭터를 따라 스크롤하고, 시야 밖에서 적이 계속 몰려나옵니다. 총을 쏘며 나아가되 어느 방향에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통로 모퉁이를 돌 때마다 잠깐 멈춰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바닥에는 탄약과 체력 회복 아이템, 각종 강화 아이템이 떨어져 있습니다. 탄약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데나 쏘고 다니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빈손이 됩니다. 멀리 있는 적을 미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접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짧게 끊어 쏘는 편이 결과적으로 오래 갑니다.
출구를 찾는 것이 스테이지 목표이므로, 지도를 머릿속에 그리며 다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처음 도는 층은 헤매기 마련이지만, 몇 번 하다 보면 어느 갈래로 가야 빨리 나가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죽는 이유
가장 흔한 경우는 좁은 통로에서 포위당하는 것입니다. 이 게임의 적은 정면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뒤쪽 통로에서도 계속 나옵니다. 막다른 길에 몰리면 사방이 막히기 때문에, 항상 물러설 곳을 하나 남겨 두고 싸워야 합니다.
두 번째는 시간입니다. 조심스럽게 한 마리씩 처리하다 보면 제한 시간이 금세 줄어듭니다. 안전과 속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고, 그래서 '어디를 그냥 지나칠 것인가'를 판단하는 눈이 실력이 됩니다. 굳이 다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세 번째는 탄약 관리입니다. 위력이 좋은 무기를 얻으면 계속 쓰고 싶어지지만, 잡몹 상대에는 기본 무기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강한 적이 나오는 구간을 위해 아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두 명이 할 때
두 명 플레이가 되면 통로 하나를 두 방향으로 막을 수 있게 되어 체감 난이도가 확 내려갑니다. 한 명이 앞을 보고 한 명이 뒤를 보는 식으로 등을 맞대면, 이 게임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인 협공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대신 아이템을 나눠 먹어야 하고, 좁은 통로에서 서로 진로를 막는 일이 생깁니다. 회복 아이템은 체력이 더 급한 쪽에 양보하는 식으로 나누면 둘 다 오래 갑니다. 함께 하면 확실히 재미가 커지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이 게임이 놓인 자리
위에서 내려다보며 좁은 통로를 헤쳐 나가는 형식은 이 시기 컴퓨터 게임 쪽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방향이었습니다. 오락실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는데, 밖에서 안이 잘 안 보이는 구조가 짧은 시간에 승부를 봐야 하는 오락실 판에는 잘 안 맞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한 시간을 걸어 진행을 재촉하는 방식으로 오락실에 맞춰 놓았습니다.
같은 시기 인기 있던 좌우 스크롤 액션 슈팅과 견주면, 이 게임은 반사신경보다 판단이 더 많이 걸립니다. 어느 길로 갈지, 어디서 싸우고 어디서 도망칠지를 계속 고르게 만듭니다. 그 대신 화면이 시원하게 터지는 맛은 덜한 편입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그 지역 회사가 만든 기판이 오락실에 심심찮게 들어갔지만, 국내에는 이런 계통의 기판이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오락실에서 봤다는 기억을 가진 사람은 드뭅니다. 지금 와서 보면 오히려 그 낯섦이 매력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