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2
스파이더맨 2 엔터 일렉트로 (Spider Man 2 Enter Electro) · 2001 · Acti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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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이 저물어 갈 무렵 나온 거미줄
이 게임이 나온 2001년은 플레이스테이션 2가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은 뒤였습니다. 그런데도 초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나왔고, 그 결과 구형 하드웨어를 마지막까지 짜낸 작품 중 하나가 됐습니다. 도시 건물 사이를 거미줄로 날아다니는 장면을 32비트 기기에서 구현해 낸 것만으로도 당시로서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기억되는 것은 발매 시기입니다. 북미 출시가 2001년 9월이었고, 마지막 무대가 원래 세계무역센터 옥상이었습니다. 발매 직전에 벌어진 일 때문에 그 배경은 특징 없는 고층 건물로 급히 바뀌었고, 비행을 연상시키는 임무 제목들도 손질됐습니다. 게임 바깥의 사건이 게임 내용을 바꿔 놓은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거미줄을 타고 도시를 누비는 액션
스파이더맨 2 엔터 일렉트로(Spider-Man 2: Enter Electro)는 3인칭 시점의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스파이더맨을 조작해 벽을 타고 오르고, 거미줄을 쏘아 건물 사이를 이동하며, 적을 때려눕히거나 거미줄로 묶어 무력화합니다. 전작인 2000년작 스파이더맨의 직접적인 후속이고, 조작 체계와 화면 구성도 그것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한 판의 흐름은 임무 단위입니다. 각 임무마다 목표가 주어지는데, 정해진 지점까지 시간 안에 도달하기, 적을 전부 처리하기, 특정 인물이나 물건을 지키기 같은 것들입니다. 임무 사이사이에 원작 만화풍의 연출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전체 줄거리는 일렉트로가 강력한 장치를 손에 넣으려는 것을 막는 내용입니다.
벽 타기와 거미줄에 익숙해지기
이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헤매는 것은 시점과 이동입니다. 벽에 붙어 기어오를 때 화면이 함께 돌아가면서 위아래 감각이 흔들리는데, 여기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가 자주 생깁니다. 벽에 붙었을 때는 방향을 크게 꺾지 말고 조금씩 움직이면서 화면이 안정된 다음에 나아가는 편이 낫습니다.
거미줄 이동도 감을 잡아야 합니다. 거미줄은 아무 데나 붙는 것이 아니라 붙을 지점이 있어야 하고, 야외의 넓은 구역에서는 잘 통하지만 실내나 좁은 통로에서는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동이 막힌다고 느껴지면 거미줄에 의존하지 말고 걷거나 벽을 타는 쪽으로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전투는 때리는 것과 거미줄을 섞는 것이 기본입니다. 여러 명을 상대할 때 정면으로 주먹만 쓰면 둘러싸여 체력이 빠르게 깎입니다. 먼 쪽 적을 거미줄로 먼저 묶어 두고 가까운 적부터 처리하는 순서가 안정적입니다.
임무 구성과 난이도가 튀는 곳
난이도는 초중반까지 완만하다가 특정 임무에서 급격히 뜁니다. 시간 제한이 걸린 추격 임무가 대표적입니다. 경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들어가면 거의 실패하게 되어 있고, 몇 번 반복하면서 지름길과 거미줄을 걸 지점을 외운 뒤에야 통과됩니다.
또 하나 걸리는 것은 숨어서 지나가야 하는 구간입니다. 발각되면 곧바로 실패로 처리되는 임무가 있어서, 화려하게 날아다니는 게임의 성격과는 정반대의 조심스러운 진행이 요구됩니다. 이런 임무는 스파이더맨 게임을 기대하고 들어온 사람에게 특히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큰 상대들과의 대결은 대체로 일정한 규칙이 있습니다. 무작정 붙어서 때리기보다 상대의 공격이 한 차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그 틈에 들어가 몇 대 때리고 빠지는 반복이 정답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작과 무엇이 달라졌나
2000년작 스파이더맨은 당시로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고, 이 후속작은 그 틀을 크게 바꾸지 않았습니다. 대신 야외 구역을 넓히고 거미줄 이동의 자유도를 조금 늘렸으며, 임무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그 점이 한계이기도 합니다. 전작을 해 본 사람에게는 새로울 것이 많지 않고, 조작 체계와 화면 처리의 거친 부분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개선판이라기보다 확장판에 가깝다는 평가가 붙는 이유입니다. 다만 초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 정도의 도시 이동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인상적입니다.
한국에서의 스파이더맨
한국에서 스파이더맨이 대중적으로 폭발한 것은 2002년 실사 영화 이후입니다. 이 게임은 그보다 조금 앞서 나왔기 때문에, 발매 당시에는 만화 원작을 알고 있던 이용자층이 주로 찾았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국내 가정용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였고 타이틀 유통도 활발했던 시기라, 대여점과 상가를 통해 접한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별도의 기기나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습니다. 영화 이전의 스파이더맨 게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해 보기에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