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시티 2000 (슈퍼패미컴)
심시티 2000 (Simcity 2000 Europe) · 1995 · Ima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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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히 내려다보는 도시
전작이 위에서 곧게 내려다보는 화면이었다면, 이 작품은 도시를 비스듬히 기울여 보여 줍니다. 그 각도 하나가 인상을 완전히 바꿉니다. 건물에 높이가 생기고, 언덕과 계곡이 눈에 들어오고, 도시가 평면 지도가 아니라 실제 장소처럼 보입니다.
땅속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도관을 깔지 않으면 물이 안 가고, 지하철을 놓으면 지상 도로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도시를 층층이 관리하는 감각이 여기서 생겼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심시티 2000(SimCity 2000)은 빈 땅에 도시를 세우고 키워 나가는 경영 시뮬레이션입니다. 주거·상업·공업 지역을 지정하고, 도로와 전선을 잇고, 발전소와 상수도를 세워 시민이 들어와 살 수 있게 만듭니다.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계속 굴러가게 만드는 게임입니다. 세금을 올리면 돈은 들어오지만 사람이 떠나고, 공장을 늘리면 일자리는 생기지만 공기가 나빠집니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전부입니다.
도시를 굴리는 요령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발전소 하나에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지역을 지정하고, 전선과 도로를 낭비 없이 놓습니다. 초반에 넓게 벌리면 유지비에 눌려 파산합니다.
인구가 늘면 경찰서와 소방서, 학교와 병원이 필요해집니다. 이걸 미루면 범죄율이 오르고 땅값이 떨어지며 사람이 빠져나갑니다. 예산 화면에서 각 항목에 얼마를 쓸지 비율로 조절할 수 있는데, 이걸 만지는 재미가 은근히 큽니다.
재난과 도시의 얼굴
화재와 홍수, 토네이도, 지진이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소방서를 촘촘히 깔아 두었는지가 이때 드러납니다. 공들여 키운 도심이 불길에 번지는 걸 보고 있는 심정은 겪어 본 사람만 압니다.
시간이 지나면 시대가 넘어가면서 새 건물이 열립니다. 낡은 발전소 대신 원자력과 태양광을 쓸 수 있게 되고, 마천루가 서기 시작하면 도시의 인상이 확 달라집니다. 마지막에는 하늘에 뜬 건물까지 등장합니다.
슈퍼패미컴판의 성격
컴퓨터판을 패드 조작에 맞게 다듬은 이식입니다. 커서를 움직여 도구를 고르는 방식이라 마우스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메뉴 구조가 잘 정리되어 있어 익숙해지면 답답하지 않습니다.
한 판 앉으면 두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은 게임이라 오히려 끝이 없고, 인구 숫자가 한 칸씩 올라가는 걸 보는 재미로 계속 붙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