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팩맨
미즈 팩맨 (Ms Pac Man Europe) · 1991 · Te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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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팩맨의 미로는 하나뿐이었습니다. 유령들의 움직임에도 규칙이 있어서, 정해진 순서대로 조이스틱을 꺾으면 유령에게 한 번도 쫓기지 않고 판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 순서를 외운 사람들이 오락실에서 동전 하나로 몇 시간을 버텼습니다. 이 게임은 그 문제를 정면으로 손봤습니다. 미로를 여러 개로 늘리고, 유령의 움직임에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을 섞어 넣었습니다. 외워서 이기는 게임이 다시 실력으로 하는 게임이 된 것입니다.
여자 팩맨(Ms. Pac-Man)은 미로 안의 점을 전부 먹으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고전 액션 게임입니다. 유령 네 마리가 쫓아오고, 미로 네 귀퉁이의 큰 점을 먹으면 잠깐 동안 상황이 뒤집혀 유령을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조작은 상하좌우 네 방향이 전부입니다.
미로가 네 가지입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변화는 미로가 하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판이 넘어가면서 미로 모양이 바뀌고, 색도 함께 바뀝니다. 통로의 배치와 막다른 골목의 위치가 달라지므로, 한 미로에서 통하던 도주 경로가 다른 미로에서는 함정이 됩니다.
미로마다 워프 통로의 위치도 다릅니다. 화면 좌우 끝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나오는 이 통로는 유령에게 몰렸을 때 가장 확실한 탈출구인데, 어디에 몇 개가 있는지 미로마다 다르므로 새 미로가 나오면 먼저 통로 위치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작의 공략 순서가 통하지 않게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미로가 바뀌면 외운 경로가 무의미해지므로, 그때그때 화면을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유령을 다루는 법
유령 네 마리는 성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곧장 쫓아오는 놈, 앞질러 가려는 놈, 엉뚱하게 도는 놈이 섞여 있어서 네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도 전부 같은 방향에서 오지는 않습니다.
가장 위험한 상황은 앞뒤로 동시에 막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통로를 지날 때는 항상 갈림길까지의 거리를 의식해야 합니다. 긴 직선 통로 한가운데에서 뒤에 유령이 붙으면 도망칠 방법이 없습니다.
큰 점은 아껴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시작하자마자 다 먹어 버리면 뒤쪽에서 유령에게 몰렸을 때 쓸 카드가 없습니다. 유령이 근처에 뭉쳐 있을 때 큰 점을 먹어 한꺼번에 잡으면 점수도 크게 오릅니다. 연달아 잡을수록 점수가 배로 뛰기 때문에, 몰아서 잡는 것이 요령입니다.
움직이는 과일
과일이 정해진 자리에 가만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통로를 따라 돌아다닌다는 점도 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워프 통로로 들어와 미로 안을 헤매다 반대쪽으로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과일을 먹으려면 쫓아가야 하는데, 이때 유령을 신경 쓰지 못해 죽는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점수 욕심에 과일을 쫓다가 목숨을 잃는 것은 이 게임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실수입니다. 과일은 가는 길에 마주치면 먹고, 굳이 무리해서 쫓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어디서 어려워지는가
앞쪽 몇 판은 유령이 느리고 여유가 있지만, 판이 올라가면 속도가 붙고 큰 점의 효과 지속 시간이 짧아집니다. 나중에는 큰 점을 먹어도 유령이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와서, 잡으러 갔다가 오히려 당하는 일이 생깁니다.
마지막까지 남은 점 몇 개를 먹으러 가는 순간이 매 판 가장 위험합니다. 미로 대부분이 비어 있어 유령이 이쪽을 향해 곧장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은 점이 흩어져 있다면 가장 안전한 것부터 순서를 짜서 먹어야 합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짧은 만화 장면은 긴장을 풀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까지 왔다는 표시이기도 해서, 다음 장면을 보려고 한 판 더 하게 되는 힘이 있습니다.
오락실과 마스터시스템
이 게임은 원작 팩맨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에서 개조판으로 출발했다가 정식 속편의 자리를 얻은 특이한 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작보다 이쪽이 더 오래 사랑받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마스터시스템판은 8비트 가정용 기기에 맞춰 옮긴 것으로, 미로와 규칙은 그대로 살리면서 화면을 기기에 맞게 정리했습니다. 조작이 네 방향뿐이라 이식 과정에서 손상될 부분이 적었고, 원작의 감각이 잘 남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팩맨 계열이 오락실 초창기의 상징 같은 게임이었고, 리본 단 쪽은 흔히 여자 팩맨으로 불렸습니다.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지금도 누구나 바로 붙을 수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