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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월드

워터월드 (Waterworld Europe) · 1995 · O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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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실패한 영화, 그리고 그 게임

1995년 여름, 바다에 잠긴 지구를 배경으로 한 대작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개봉 전부터 화제였고, 결과적으로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오랫동안 실패 사례로 회자되었습니다. 그 영화의 판권을 붙인 게임이 여러 기종으로 준비되었는데, 슈퍼패미컴판은 그중에서도 사연이 있는 물건입니다.

이 게임은 유럽에서만 발매되었습니다. 북미 발매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상자에 담겨 매장에 놓이지는 못했고, 결과적으로 유럽판만 세상에 나왔습니다. 영화의 흥행이 시들해지면서 기획 자체가 힘을 잃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워터월드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5)

어떤 게임인가

워터월드(Waterworld)는 물에 잠긴 세계에서 배를 몰고 다니며 사람들을 구하고 적을 격퇴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플레이어는 작은 배를 조종해 넓은 바다를 돌아다닙니다.

기본 흐름은 단순합니다. 물 위에 떠 있거나 표류하는 생존자들을 찾아 회수하고, 이들을 노리는 적 세력의 배를 물리치며, 정해진 시간 안에 목표를 채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배의 방향을 돌리고 전진하며 무기를 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배가 관성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점이 이 게임의 감각을 결정합니다. 방향키를 놓아도 미끄러지듯 나아가기 때문에,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붙이려면 미리 감속하고 각도를 잡아야 합니다. 이 조작에 적응하느냐가 게임의 인상을 크게 좌우합니다.

워터월드 어드벤처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5)

왜 평이 나빴는가

이 게임은 발매 당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됩니다.

우선 반복입니다. 한 단계에서 하는 일과 다음 단계에서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생존자를 줍고 적을 쏘는 행동이 계속되는데, 그 사이에 새로운 규칙이나 변화가 충분히 끼어들지 않습니다. 몇 판을 넘기고 나면 나머지가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이 되어 버립니다.

다음은 시야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범위가 좁아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그 탓에 넓은 바다를 목적 없이 헤매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시간 제한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 헤맴은 곧바로 실패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은 영화와의 거리입니다. 원작이 가진 장면들, 이를테면 거대한 환초 도시나 배 위의 추격 같은 요소가 게임의 재미로 잘 번역되지 못했습니다. 이름과 설정만 남고 그 세계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은 옅습니다.

그래도 붙잡아 볼 만한 점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이 게임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배가 물 위를 미끄러지는 조작 감각 자체는 나름의 개성이 있습니다. 방향 전환과 감속을 계산해서 좁은 지형 사이를 빠져나가는 순간에는 확실한 손맛이 있습니다.

또한 바다 위 지형과 시설물의 표현은 당시 기준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배경 색조를 통해 물의 질감을 만들어 내려 한 흔적이 보이고, 음악도 황량한 분위기를 어느 정도 살립니다.

요령을 하나 꼽자면, 무작정 전진하지 말고 화면 가장자리에 나타나는 신호를 살피는 것입니다. 생존자와 적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고 경로를 정한 다음 움직이면 시간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보다 원을 그리며 돌면서 쏘는 편이 피해를 덜 입습니다.

영화 게임이라는 장르의 시대

1990년대 중반은 영화 판권 게임이 가장 많이 쏟아지던 시기였습니다. 개봉일에 맞춰 매장에 물건을 올려야 했기 때문에 개발 기간은 늘 부족했고, 영화사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추다 보면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다듬을 시간이 남지 않았습니다. 이 게임이 받은 혹평도 그 시대의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유럽에서만 나왔기 때문에 국내에서 실물을 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영화 자체는 국내에서도 개봉해 화제가 되었지만, 게임이 그 화제를 타고 들어오지는 못했습니다. 슈퍼패미컴 소프트가 대여점 중심으로 돌던 시절에도 이런 유럽 전용 작품은 목록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브라우저로 켜 보는 것은 일종의 발굴에 가깝습니다. 완성도 높은 명작을 기대하기보다는, 그 시절 영화 게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하는 자료로 접근하면 몇 판 정도는 흥미롭게 붙잡고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