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후
쿵푸 마스터 (Kung Fu Master) · 1984 · Ire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5층까지 올라가는 데 들어간 동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잡졸들이 좌우에서 끝없이 몰려옵니다. 가진 것은 주먹과 발차기 두 개뿐인데 그것만으로 화면을 뚫고 계단까지 가야 하고, 시간은 계속 줄어듭니다. 붙잡히면 레버를 미친 듯이 흔들어야 떨어져 나가고, 그러는 사이 뒤에서 또 한 명이 달려듭니다. 오락실에 처음 들어간 아이들이 동전을 가장 많이 잃은 게임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쿵후(Kung Fu Master)는 붙잡혀 간 연인을 구하러 5층짜리 마굴을 한 층씩 올라가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각 층 끝에는 그 층을 지키는 무술가가 기다리고 있고, 그를 쓰러뜨려야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주먹과 발, 그리고 높낮이
조작은 단순합니다. 레버로 움직이고 주먹과 발차기 버튼이 하나씩 있습니다. 대신 서서 치는 것과 앉아서 치는 것, 뛰어올라 치는 것이 각각 다른 높이를 때리기 때문에, 적이 어느 높이로 오는지 보고 그에 맞는 공격을 골라야 합니다.
낮게 기어 오는 것은 앉아서 치고, 위에서 떨어지는 것은 서서 칩니다. 이 단순한 규칙을 몸에 익히면 잡졸 구간이 눈에 띄게 편해지고, 익히지 못하면 계속 붙잡혀 체력이 녹습니다. 이 게임 난이도의 대부분이 여기서 갈립니다.
층마다 다른 상대
아래층의 상대는 긴 봉을 휘두르고, 그다음 층에서는 부메랑이 날아옵니다. 위로 갈수록 덩치가 큰 상대나 몸을 웅크렸다가 튀어 오르는 상대가 나오고, 꼭대기에는 이 모든 판을 벌인 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스마다 공략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거리를 재고 특정 높이의 공격만 반복하면 넘어가는 상대가 있는가 하면, 계속 붙어서 밀어붙여야 하는 상대도 있습니다. 한 번 답을 찾으면 다음부터는 훨씬 수월해지는데, 그 답을 찾는 동안 동전이 들어갑니다.
여기서 시작된 것들
한 방향으로 흐르는 화면에서 맨손으로 적을 때려눕히며 나아간다는 구조는 이 게임을 계기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후의 벨트스크롤 액션과 액션 게임 전반이 여기서 갈라져 나왔다고 이야기되고, 실제로 이 게임을 만든 사람이 뒤에 손댄 대전 격투 게임들이 그 계보를 다시 잇습니다.
가정용으로도 널리 옮겨져서 오락실보다 집에서 먼저 이 게임을 만난 사람도 많습니다. 다섯 층을 다 오르면 다시 아래층부터 반복되고 난이도만 올라가는데, 그 반복이 지겹지 않을 만큼 손맛이 좋았습니다.
지금 해 봐도 남는 감각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림도 소리도 소박합니다. 그런데 붙잡혔을 때 레버를 흔드는 다급함이나, 화면 끝까지 밀려났다가 발차기 한 방으로 뚫고 나가는 순간의 감각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버튼 두 개로 이만큼의 긴장을 만들어 내는 게임은 흔치 않습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이 금방 이해되니, 오랜만에 잡아도 몇 분이면 예전 감각이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