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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 보이

킥 보이 (Kick Boy) · 1983 · Nichibut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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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게임인데 주인공만 바꿔서 다시 내는 일이 1980년대 초 오락실에는 종종 있었습니다. 이 게임이 그런 경우입니다. 몇 달 전에 나온 게임에서는 주인공이 타조였습니다. 타조가 거북 등딱지를 차서 적을 맞히는 게임이었습니다. 그 게임의 그래픽을 갈아 끼워 다시 낸 것이 이 작품이고, 주인공은 야구 모자를 쓴 아이가 되었습니다. 등딱지 대신 축구공을 차고, 배경은 항구가 되었습니다.

킥 보이(Kick Boy)는 니치부츠가 1983년 12월에 일본에서 내놓은 미로 액션 게임입니다. 같은 해에 나온 다콜라의 그래픽 교체판입니다. 화면에 그려진 미로를 돌아다니면서 쫓아오는 적을 공을 차서 처리하고, 다음 단계나 보너스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목숨은 세 개로 시작합니다.

킥 보이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3)

차서 맞히는 미로 게임

이 시기 미로 게임은 대체로 두 갈래였습니다. 하나는 팩맨처럼 도망만 다니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무언가를 던지거나 차서 반격하는 쪽입니다. 이 게임은 후자입니다.

플레이어는 공을 앞으로 차 냅니다. 공은 미로를 따라 굴러가고, 그 경로에 있는 적에게 맞으면 적이 사라집니다. 여기서 재미가 갈립니다. 적이 바로 앞에 있을 때 차면 쉽게 맞지만 그만큼 위험합니다. 멀리서 미리 차 두면 안전하지만 적이 방향을 틀면 빗나갑니다. 적의 이동 경로를 예측해서 미리 공을 보내 두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기술입니다.

원작인 다콜라에서는 자기가 찬 물체에 자기가 맞아 죽을 수 있었습니다. 킥 보이에서는 이 규칙이 바뀌어서 자기 공에는 다치지 않습니다. 작은 차이 같지만 실제로는 게임의 체감 난이도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좁은 통로에서 공을 차고 돌아설 때 뒤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킥 보이 액션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3)

개를 상대하는 법

킥 보이에서 쫓아오는 적은 개입니다. 물리면 목숨이 하나 줄어듭니다. 개는 플레이어를 향해 달려오기 때문에 움직임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방식은 직선 통로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긴 직선에서 개가 정면으로 달려올 때 공을 차면 거의 확실하게 맞습니다. 반대로 교차로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들어와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미로에서 자기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곧 생존율입니다.

여러 마리가 붙었을 때는 무리해서 다 잡으려 하지 말고 한쪽으로 유인해 줄을 세우는 편이 좋습니다. 개들이 같은 통로에 겹쳐 들어오면 공 하나로 여러 마리를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렇게 몰아서 처리하는 것이 시간과 위험을 함께 줄이는 방법입니다.

보너스 스테이지가 중간에 끼어 있어서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이 시기 게임들은 본 스테이지만 계속 반복하면 쉽게 질리기 때문에, 짧은 보너스 구간을 끼워 넣어 리듬을 만들어 주는 구성이 흔했습니다.

니치부츠와 1983년

니치부츠는 1980년대 초 오락실에서 여러 게임을 내놓던 회사입니다. 이 게임은 그중 1983년에 나온 여러 작품 가운데 하나이고, 같은 해에 다콜라와 키즈 호레호레 대작전 같은 관련 작품들이 함께 나왔습니다.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그래픽과 세부 규칙을 바꿔 여러 편을 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재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기판을 새로 설계하는 비용이 컸고, 이미 검증된 게임 규칙을 새 외형으로 다시 내면 오락실 업주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었습니다. 로케이션 테스트에서 반응이 갈리면 주인공만 바꿔 다시 시도해 볼 수도 있었습니다.

1983년이라는 연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무렵은 화면 전체가 한 장의 미로로 이루어진 고정 화면 게임이 여전히 주류였던 시기입니다. 스크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이고, 그래서 게임의 재미가 화면 구성과 적의 움직임 규칙에 전적으로 달려 있었습니다.

지금 해 보면

이 게임은 일본 내수 위주로 나온 작품이라 국내 오락실에서 널리 돌던 기계는 아닙니다. 다만 이 시기 미로 게임 자체는 국내에도 여러 형태로 들어와 있었고, 무언가를 차거나 던져 적을 잡는 구성 역시 낯선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브라우저로 실행하면 몇 분 만에 규칙이 전부 파악됩니다. 조작도 단순하고 화면도 한 장으로 끝납니다. 대신 그 단순한 규칙 안에서 적의 경로를 읽고 공을 미리 보내는 감각을 익히면 생각보다 오래 붙잡게 됩니다. 1980년대 초 오락실 게임의 설계가 어떤 식이었는지를 짧게 확인해 보기에 좋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