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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틀릿 레전드

건틀릿 레전드 (Gauntlet Legends Europe) · 1999 · Mid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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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먹어도 줄어드는 체력

이 게임의 체력은 맞아서만 줄지 않습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초 단위로 계속 깎입니다. 그래서 화면 구석의 숫자가 쉬지 않고 내려가고, 플레이어는 그 숫자를 떠받치려고 바닥에 놓인 고기며 물약을 찾아 계속 움직이게 됩니다. 오락실 기판에서 동전을 넣게 만들던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인데, 덕분에 던전 안에서 한가하게 있을 틈이 없습니다.

먹을 것을 실수로 활로 쏘아 없애 버리는 것도 이 시리즈의 유서 깊은 전통입니다. 눈앞에 놓인 고기를 향해 무심코 공격 버튼을 눌렀다가 그게 연기처럼 사라지는 순간,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원망을 듣게 됩니다.

건틀릿 레전드 RPG 게임 화면 1 - 닌텐도 64 (1999)

어떤 게임인가

건틀릿 레전드(Gauntlet Legends)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던전을 돌며 몰려나오는 적을 쓸어 담고 열쇠와 보물을 모아 출구로 향하는 액션 RPG입니다. 최대 네 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고, 각자 다른 직업을 골라 한 화면에서 함께 움직입니다.

조작은 이동과 공격, 마법, 그리고 회피용 구르기 정도로 간단합니다. 대신 던전이 갈래길과 숨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어디로 갈지 정하고 무엇을 챙길지 고르는 판단이 계속 필요합니다. 벽 뒤에 숨겨진 방에 값진 것이 놓여 있는 일이 잦아서, 지나치기 아까운 구석이 많습니다.

적은 특정 지점에서 계속 솟아나오는 생성기에서 나옵니다. 나오는 적을 아무리 잡아도 끝이 없으니, 생성기를 먼저 부수는 게 던전을 정리하는 요령입니다. 이 규칙 하나를 아느냐 모르느냐로 진행 속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건틀릿 레전드 RPG 게임 화면 2 - 닌텐도 64 (1999)

네 직업과 성장

전사, 마법사, 궁수, 발키리 네 가지 기본 직업이 있고 각각 체력과 공격력, 마법력, 속도가 다릅니다. 전사는 맞아 가며 밀어붙이기 좋고, 마법사는 화면을 쓸어버리는 마법이 강하지만 몸이 약합니다. 궁수는 사거리로 안전하게 싸우고, 발키리는 방어가 단단해서 오래 버팁니다.

앞선 작품들과 다른 점은 성장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던전에서 모은 금으로 능력치를 올리고, 얻은 장비와 경험이 다음 판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한 번 실패한 던전도 캐릭터를 키운 뒤에 다시 들어가면 훨씬 수월해집니다. 오락실 시절의 즉석 액션에 육성 요소를 얹은 셈입니다.

여럿이 할 때 달라지는 게임

혼자 해도 되지만 이 게임은 여럿이 할 때 성격이 완전히 바뀝니다. 좁은 통로에서 서로 앞서겠다고 밀치고, 바닥에 떨어진 열쇠와 보물을 두고 눈치를 봅니다. 누가 회복 아이템을 먹느냐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까지가 이 시리즈의 재미입니다.

그러면서도 협력이 필요합니다. 몸이 튼튼한 캐릭터가 앞에서 적을 붙들고, 원거리 담당이 뒤에서 생성기를 부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면 진행이 훨씬 빠릅니다. 혼자서 네 방향을 다 막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막히는 지점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체력이 줄어드는 속도를 못 따라가 죽습니다. 던전을 구석구석 뒤지고 싶은 마음이 앞서면 체력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초반에는 욕심을 줄이고 출구로 가는 길을 먼저 뚫으면서, 지나는 길에 있는 것만 챙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독 웅덩이나 함정이 깔린 바닥, 화살이 날아오는 통로도 자주 발목을 잡습니다. 이런 구간은 무작정 지나기보다 벽 근처를 따라 붙거나, 함정이 작동하는 간격을 한 번 보고 나서 들어가면 손해가 적습니다.

보스 방에서는 마법을 아껴 뒀다 쓰는 게 정석입니다. 잡몹 상대로 마법을 다 써 버리고 보스 앞에서 맨손으로 서 있으면 아주 오래 걸립니다.

오락실에서 안방으로

원작은 여러 명이 붙어 동전을 넣던 오락실 기판이었고, 닌텐도 64판은 그 구조를 그대로 두면서 육성과 저장을 붙인 이식입니다. 컨트롤러 네 개를 꽂을 수 있는 기기의 특성과 이 게임의 성격이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국내에서는 오락실보다는 게임기를 갖춘 곳에서 접한 사람이 많습니다. 규칙이 단순해서 처음 잡는 사람도 5분이면 따라올 수 있고, 그래서 넷이 모였을 때 꺼내기 좋은 게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