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스타 1편
판타지 스타 (Phantasy Star USA Europe v1 2) · 1987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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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 기기에서 나온 대작 RPG
1987년, 가정용 8비트 기기로 이만한 규모의 롤플레잉 게임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사건이었습니다. 세 개의 행성을 오가는 무대, 애니메이션으로 움직이는 몬스터, 직접 걸어 들어가는 3차원 던전까지, 당시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 하나의 카트리지에 담겨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도 두드러졌습니다. 이 시기 RPG의 주인공은 대개 이름 없는 남성 용사였는데, 이 게임은 오빠를 잃고 복수를 결심한 알리사라는 인물을 이름과 얼굴을 가진 주인공으로 앞세웠습니다. 검과 마법의 세계에 우주선과 총이 함께 나오는 배경도 다른 RPG와 확실히 구분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판타지 스타 1편(Phantasy Star)은 알골이라는 항성계의 세 행성을 무대로 하는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폭정을 일삼는 지배자에게 오빠를 잃은 주인공이 동료를 모아 그 뒤에 숨은 진짜 존재를 밝혀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마을과 들판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돌아다니고, 던전에 들어가면 화면이 바뀌어 주인공 시점의 3차원 통로가 됩니다. 벽이 눈앞에 서 있고 갈림길에서 방향을 틀어야 하는 이 던전 표현이 이 게임의 인상을 결정합니다. 전투는 적을 마주치면 화면이 전환되어 명령을 고르는 방식이고, 몬스터가 화면 안에서 꿈틀거리며 공격 동작을 보여 줍니다.
세 행성과 동료들
무대가 되는 세 행성은 성격이 뚜렷합니다. 초록이 우거진 곳, 얼어붙은 곳, 사막이 펼쳐진 곳으로 나뉘어 있고, 각 행성에는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장비와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행성 사이는 우주선으로 오가며, 통행에는 조건이 붙어 있어 순서를 지켜 진행해야 합니다.
주인공은 혼자가 아닙니다. 여정 중에 성격과 역할이 다른 동료들이 합류합니다. 힘으로 앞을 막는 역할, 마법을 다루는 역할, 그리고 사람이 아닌 동료까지 있어서 파티 구성이 다채롭습니다. 각자 쓸 수 있는 장비와 마법이 달라, 누구에게 무엇을 들려 줄지가 전투의 안정성을 좌우합니다.
진행의 요령
이 시절 RPG답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화면이 알려 주지 않으므로, 마을 사람들의 말을 흘려듣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정 인물에게 특정 물건을 보여 주어야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간이 있어서, 손에 넣은 물건을 어디서 쓸지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던전은 넓고 갈림길이 많으며 지도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종이에 직접 그려 가며 다니는 것이 당시의 정석이었고, 지금 해도 그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던전 깊은 곳에서 마법과 회복 수단이 바닥나면 돌아 나오는 것조차 어려우므로, 절반쯤 썼을 때 돌아 나오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전투에서는 도망이 유효한 선택지입니다. 모든 적을 상대할 이유가 없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우선인 상황이 많습니다.
시리즈의 시작점
이 작품은 이후 여러 편으로 이어지는 긴 시리즈의 첫 장입니다. 알골 항성계라는 무대와 여기서 등장한 몇몇 이름들은 후속작에서도 계속 언급되며,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뼈대가 됩니다.
8비트의 제약 안에서 이만한 이야기와 규모를 담아낸 덕분에, 이 게임은 지금도 그 시절 RPG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도를 손으로 그리며 던전을 헤매던 그 시간이,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추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