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 마일 스마일
고고 마일 스마일 (Susume Mile Smile Go Go Mile Smile Newer) · 1995 · Fuu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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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나온 도트 이팅 게임
1995년은 오락실이 3D로 넘어가던 해입니다. 폴리곤으로 만든 격투 게임이 큰 화면을 차지하고, 세가와 남코가 기술을 겨루던 시기입니다. 그런 해에 알약을 먹으며 미로를 도는 게임이 새로 나왔다는 것은 조금 뜻밖입니다.
이 장르의 뿌리는 1980년대 초입니다. 화면 안의 점을 다 먹으면 판이 넘어가는 구조는 팩맨이 만든 것이고, 이후 수많은 변주가 나왔습니다. 고고 마일 스마일은 그중에서도 개미핥기가 굴 안의 개미를 먹는 구조를 가진 오래된 게임의 발상을 현대적으로 다시 만든 작품에 가깝습니다.
15년 가까이 지난 발상을 1995년 하드웨어로 다시 만들었으니, 결과물은 원본과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색이 풍부하고, 캐릭터가 크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음악도 밝고 경쾌합니다. 오래된 구조에 새 옷을 입힌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고고 마일 스마일(Go Go! Mile Smile)은 미로 안의 알약을 먹어 점수를 쌓는 게임입니다. 조작은 레버와 버튼 하나로 끝날 만큼 단순합니다. 목표도 명확합니다. 화면에 흩어진 알약을 시간 안에 먹어 치우는 것입니다.
핵심은 이어 먹는 것입니다. 알약을 끊지 않고 연속으로 먹으면 하나당 점수가 계속 올라가서, 잘 이으면 한 알에 1000점까지 붙습니다. 반대로 한 번 끊기면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얼마나 많이 먹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 끊고 먹느냐의 게임입니다.
시간 제한도 점수와 연결됩니다. 판을 끝냈을 때 남은 시간이 그대로 점수로 환산되기 때문에, 빨리 끝낼수록 이득입니다. 여기에 중간중간 나오는 보너스 아이템까지 얹히면서, 안전하게 돌 것인가 위험을 감수하고 이을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잘하려면 무엇을 봐야 하나
처음 하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알약부터 먹습니다. 이러면 대체로 중간에 끊깁니다. 알약이 남은 자리로 가려다 빈 통로를 지나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잘하는 사람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먹기 전에 경로를 먼저 그립니다.
요령은 미로를 한 번에 도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고 알약을 다 훑는 경로가 있으면, 연속 보너스가 끝까지 유지됩니다. 미로 구조를 외우는 것이 그대로 실력이 되는 구조라, 같은 판을 반복할수록 점수가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방해 요소도 있습니다. 화면 안을 돌아다니는 적에게 잡히면 그 자리에서 흐름이 끊깁니다. 이 게임에서 적은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인 동시에 연속 보너스를 끊는 존재라, 피하는 것 자체가 점수 관리입니다. 적의 이동 경로를 읽고 미리 다른 통로로 빠지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후우키라는 회사
후우키는 1990년대에 활동한 작은 일본 개발사입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회사는 아니지만, 오락실 기판을 몇 편 내놓았고 각 작품에 뚜렷한 색이 있었습니다. 큰 회사가 하지 않을 법한 발상을 밀어붙이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이 회사의 이름을 아는 사람 대부분은 나중에 나온 세로 슈팅 쪽으로 기억합니다. 소수의 슈팅 애호가 사이에서 오래 회자되는 작품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그 회사가 그 이전에 이런 아기자기한 미로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 시기 중소 개발사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만들어 보던 분위기를 잘 보여 줍니다.
기판도 그 시절 표준적인 구성을 씁니다. 화려한 3D를 좇는 대신 2D 표현에 자원을 몰아 쓴 결과, 캐릭터의 색과 움직임이 유난히 곱습니다. 기술 경쟁에서 이기려 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선택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의 자리
이런 아기자기한 게임은 대개 문방구 앞이나 동네 작은 오락실에서 자리를 얻었습니다. 큰 오락실은 격투와 슈팅으로 채워지고, 남는 자리에 이런 게임이 놓이는 식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동전 하나로 오래 붙잡고 있기에 좋은 종류였습니다.
다만 1995년이면 국내 오락실도 대전 격투가 판을 완전히 장악한 시기였습니다. 화면 앞에 사람이 줄을 서는 게임과 혼자 조용히 하는 게임의 차이가 컸고, 이런 게임이 오래 자리를 지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다시 하면 오히려 그 점이 장점이 됩니다. 상대와 겨루는 긴장 없이, 규칙 하나만 이해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알약을 끊지 않고 이어 먹는다는 단순한 목표가 생각보다 오래 붙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