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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왕

공작왕 (Kujaku Ou Japan) · 1988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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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그대로 옮긴 8비트 밀교 액션

밀교 승려가 손으로 인을 맺고 주문을 외워 요괴를 물리친다는 소재는 그 시절 일본 만화에서 인기를 끌던 계열입니다. 이 게임은 그 계열의 대표작 중 하나를 원작으로 삼았습니다. 주인공은 절에서 수행한 승려이고, 세상에 나타난 마물을 쫓아 각지를 돌아다니며 봉인을 풉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소재를 한 가지 방식으로 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같은 원작이 다른 기기에서는 화면을 보며 명령을 고르는 어드벤처로 나왔는데, 이 마스터시스템판은 거기에 옆으로 흐르는 액션 구간을 붙였습니다. 조사하고 대화하는 정적인 장면과, 직접 뛰고 때리는 동적인 장면이 번갈아 나오는 구조입니다.

공작왕 RPG 게임 화면 1 - 마스터 시스템 (1988)

어떤 게임인가

공작왕(Kujaku Ou)은 밀교 승려가 요괴를 퇴치하는 어드벤처 액션 게임입니다. 게임은 크게 두 종류의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어드벤처 화면입니다. 배경 그림 위에 명령 목록이 뜨고, 플레이어는 보기, 말하기, 이동하기, 물건 쓰기 같은 명령을 골라 상황을 진전시킵니다. 어디를 조사해야 할지,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지 찾아내는 것이 이 부분의 과제입니다.

다른 하나는 액션 화면입니다. 주인공이 옆에서 보이는 무대 위에 서고, 걷고 뛰면서 다가오는 적을 처리합니다. 여기서 주문이 무기가 됩니다. 여러 종류의 주문 가운데 상황에 맞는 것을 골라 쓰는데, 어떤 것은 앞으로 뻗어 나가는 공격이고, 어떤 것은 몸을 보호하는 방벽이고, 어떤 것은 화면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공작왕 RPG 게임 화면 2 - 마스터 시스템 (1988)

주문을 쓰는 법

이 게임의 핵심은 주문 선택입니다. 모든 상황을 하나의 주문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게 되어 있습니다. 원거리에서 무언가를 던져 대는 적이 몰려오는 구간에서는 방어 계열 주문으로 막으면서 접근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반대로 좁은 통로에서 한 명씩 오는 적에게 방어를 켜 두면 자원만 낭비합니다.

주문에는 사용 가능한 양이 정해져 있어서 마구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드벤처 구간에서 회복 수단을 챙겨 두고, 액션 구간에서는 꼭 필요한 순간에만 강한 주문을 쓰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 자원 관리가 게임의 긴장을 만듭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흔히 겪는 문제는 어드벤처 구간에서 진행이 막히는 것입니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표시가 친절하지 않아서, 같은 장소를 계속 돌게 됩니다. 요령은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면 조사 명령으로 화면 곳곳을 눌러 보고, 만나는 인물에게는 대화를 여러 번 반복해 보는 것입니다. 같은 상대에게 두 번째로 말을 걸면 새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스터시스템이 잘하던 것

이 게임은 세가가 직접 만들었고, 마스터시스템의 그림 표현력을 꽤 잘 활용한 편에 듭니다. 어드벤처 화면의 배경 그림은 색을 넓게 쓴 정적인 구성이라 8비트 기기치고는 인상이 진합니다. 어두운 절과 안개 낀 산길 같은 장면에서 원작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살려 냅니다.

소리 쪽도 이야기할 거리가 있습니다. 일본판 기기에 음원 확장 장치를 붙이면 음악이 훨씬 두툼하게 나옵니다. 같은 곡인데 기본 음원으로 들을 때와 확장 음원으로 들을 때의 인상이 눈에 띄게 달라서, 이 게임을 제대로 듣고 싶다면 확장 음원 쪽을 권할 만합니다.

해외에서는 원작 만화가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원작과 관련된 요소를 걷어 내고 다른 제목을 붙여 발매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과 배경 설명이 바뀌었지만 게임의 구조 자체는 같습니다.

국내에서의 자리

마스터시스템은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유통된 기기였습니다. 다만 소프트 목록이 넉넉하지는 않았고, 이 게임처럼 일본 원작을 전제로 한 작품은 국내 매장 목록에 잘 오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어드벤처 구간의 대사를 읽어야 진행되는 구조라, 언어의 벽이 그대로 진입 장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마스터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름은 들었지만 끝까지 해 본 적은 없는 부류에 속합니다. 액션 구간만 붙잡고 있다가 어드벤처 구간에서 막혀 그만두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지금은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진행이 막히면 잠깐 멈추고 다시 붙을 수 있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화면 구석구석을 눌러 볼 여유도 있습니다. 8비트 기기에서 어드벤처와 액션을 한 그릇에 담으려 했던 시도가 어떤 모양이었는지 확인해 볼 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