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여신전생
구약 여신전생 (Kyuuyaku Megami Tensei Japan) · 1995 · At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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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대화하는 롤플레잉
대부분의 롤플레잉 게임에서 몬스터를 만나면 할 일은 정해져 있습니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그런데 이 시리즈는 세 번째 선택지를 줍니다. 말을 겁니다.
악마에게 말을 걸면 반응이 옵니다. 어떤 녀석은 돈을 요구하고, 어떤 녀석은 물건을 달라고 하고, 어떤 녀석은 질문을 던집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면 따라오겠다고 하고, 기분이 상하면 그대로 덤벼듭니다. 같은 종류의 악마라도 그때그때 성격이 다르게 나와서 대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릅니다.
이 방식 하나로 전투의 성격이 바뀝니다. 눈앞의 적이 다음 판의 동료가 될 수도 있으니, 무조건 베고 지나가는 게 최선이 아니게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구약 여신전생(Kyuuyaku Megami Tensei)은 아틀라스가 여신전생 1편과 2편을 슈퍼패미컴용으로 다시 만들어 한 카트리지에 담은 합본입니다. 원작은 패미컴으로 나왔고,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악마와 신들이 뒤엉키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던전은 1인칭 시점입니다. 앞을 보며 한 칸씩 나아가고, 갈림길에서 방향을 정합니다. 지도를 그려 가며 다니던 옛 방식인데, 이 판본에서는 자동 지도가 들어가 훨씬 편해졌습니다.
전투는 명령을 골라 진행하며, 파티는 주인공 일행과 동료로 삼은 악마들로 구성됩니다.
악마 합체
동료로 삼은 악마는 그냥 데리고 다니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특정 장소에서 두 악마를 합쳐 새로운 악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 시리즈의 대표적인 요소인 악마 합체입니다.
무엇과 무엇을 합치면 무엇이 나오는지는 종족과 계급에 따라 정해져 있습니다. 강한 악마를 얻으려면 그에 맞는 재료를 모아야 하니, 어떤 악마를 붙잡아 어떤 순서로 합칠지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합체로 태어난 악마는 재료가 된 악마의 기술을 일부 물려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강한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원하는 기술을 가진 조합을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빠지면 진행보다 합체에 시간을 더 쓰게 됩니다.
관리해야 할 것들
동료 악마는 유지 비용이 듭니다. 데리고 다니려면 자원이 필요하고, 주인공의 성장 수준에 따라 거느릴 수 있는 악마의 급이 제한됩니다. 그래서 무작정 강한 악마만 모을 수는 없습니다.
또 악마마다 성향이 있어서, 성향이 다른 악마끼리는 전투 중에 손발이 안 맞기도 합니다. 파티를 짤 때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속성 상성도 중요합니다. 물리 공격이 안 통하는 상대, 특정 마법에 면역인 상대가 있어서 준비 없이 들어가면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합니다. 여러 속성을 다루는 악마를 골고루 데리고 다니는 게 안전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
난이도는 친절한 편이 아닙니다. 던전이 넓고 적이 강하며, 회복 수단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깊이 들어가기 전에 돌아 나올 여력을 남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대화는 겁내지 말고 자주 시도해 보는 게 좋습니다. 실패해도 대개 전투로 돌아가는 정도라 손해가 크지 않고, 성공하면 동료도 얻고 물건도 받습니다. 다만 요구하는 대로 다 주면 금세 빈털터리가 되니 적당히 선을 그어야 합니다.
합체는 미루지 말고 진행 중에 계속 하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몰아서 하려면 재료를 다시 모아야 해서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립니다.
시리즈의 뿌리
지금 잘 알려진 페르소나 계열도, 진 여신전생 계열도 모두 여기서 시작합니다. 악마와 대화하고, 합체로 새 악마를 만들고, 현대를 배경으로 신화 속 존재들을 불러오는 방식이 이 두 작품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합본으로 다시 만들면서 그림과 인터페이스가 정돈되어, 패미컴 원작보다 훨씬 접근하기 쉬워졌습니다. 시리즈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판본이 가장 무난한 입구입니다. 다만 옛 던전 롤플레잉의 호흡을 그대로 갖고 있으니, 느긋하게 붙잡을 각오를 하고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