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5
파이널 판타지 5 (Final Fantasy V Japan) · 1992 ·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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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내 마음대로 빚는 재미
이 게임의 진짜 주인공은 이야기가 아니라 잡 시스템입니다. 파티 네 명 각자에게 스무 개가 넘는 직업 중 하나를 붙일 수 있고, 각 직업을 쓰다 보면 아빌리티라는 기술을 배웁니다. 그리고 배운 기술은 직업을 바꿔도 그대로 들고 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합의 세계가 열립니다. 몽크로 맨손 공격력을 올려 둔 채 닌자로 전직해 두 자루 무기를 들거나, 마법검사에 흑마법을 붙여 검에 마법을 실어 휘두르거나, 청마도사로 적의 기술을 훔쳐 오는 식입니다. 자기만의 조합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이 작품을 시리즈에서 유난히 오래 붙잡게 만듭니다.
어떤 게임인가
파이널 판타지 5(Final Fantasy V)는 스퀘어가 슈퍼패미컴으로 내놓은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바람이 멎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청년 버츠가 왕녀 레나, 기억을 잃은 노인 갈루프, 해적 파리스와 만나 크리스털이 깨지는 사태를 좇는 이야기입니다.
전투는 액티브 타임 배틀이며, 여기에 잡 시스템이 얹혀 있습니다. 전투에서 이기면 경험치와 함께 아빌리티 포인트가 쌓이고, 이 포인트로 현재 직업의 기술을 하나씩 익힙니다.
스물이 넘는 직업
초반에는 나이트, 흑마도사, 백마도사, 시프 정도로 시작하지만 크리스털이 깨질 때마다 새 직업이 열립니다. 몽크, 용기사, 음유시인, 소환사, 시간마도사, 청마도사, 약사, 광대, 마법검사, 사무라이, 닌자, 풍수사,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아무 기술이나 두 개를 붙일 수 있는 모노노후 계열까지 늘어납니다.
각 직업에는 그 직업만의 개성이 확실합니다. 청마도사는 적의 기술을 배워 쓰고, 시간마도사는 속도를 조작하며, 약사는 재료를 섞어 특수한 효과를 만듭니다. 광대처럼 언뜻 쓸모없어 보이는 직업도 특정 상황에서는 유일한 해법이 되기도 합니다.
직업을 완전히 익히면 그 직업의 기본 능력이 몸에 남습니다. 그래서 여러 직업을 두루 마스터한 캐릭터는 무엇으로 전직해도 강한 상태가 되고, 이 성장 곡선이 후반의 육성 재미를 만듭니다.
두 세계와 엑스데스
이야기는 크리스털이 하나씩 깨져 나가는 것을 막지 못하면서 흘러갑니다. 중반에는 지금까지 다니던 세계 말고 또 하나의 세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두 세계가 하나로 합쳐지며 지도가 완전히 새로 짜입니다.
적은 나무의 형상을 한 봉인된 존재 엑스데스입니다. 이 캐릭터는 시리즈 악역 중에서도 단순하고 노골적인 편이지만, 그만큼 목표가 명확해 게임 전체가 잡 육성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갈루프를 둘러싼 중반부의 전개는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입니다.
파고들기의 교과서
본편을 깬 뒤에도 할 것이 많습니다. 봉인된 무기들을 지키는 강력한 적들, 그리고 최종 던전 깊은 곳의 숨은 보스는 웬만한 조합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요소들 덕분에 이 게임은 클리어 후에도 파티를 다시 짜서 도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정 직업만으로 클리어하기 같은 자체 제한 플레이가 유난히 활발한 것도 이 작품입니다. 잡 시스템의 폭이 워낙 넓어서 규칙을 걸어도 게임이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중심의 4편, 6편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도 시스템 하나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