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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카이 도추키

규카이 도추키 (Kyuukai Douchuuki Japan New Version REV B) · 1990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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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게임에 요괴가 나온다면 어떨까요. 남코는 1987년에 요괴도중기라는 액션 게임을 내놓았고, 3년 뒤 그 세계관을 야구장으로 끌고 왔습니다. 이름부터 '요괴도중기'의 '요'를 '구'로 바꿔 '구계도중기'로 만들어 붙였습니다. 야구 게임을 만들면서 자사의 기존 캐릭터 세계를 통째로 끌어다 쓴 셈인데, 그 덕분에 이 게임의 그라운드에는 평범한 야구 선수 대신 기묘한 존재들이 서 있습니다.

규카이 도추키(Kyuukai Douchuuki)는 남코가 1990년에 일본에서만 내놓은 아케이드 야구 게임입니다. 야구 게임의 규칙 자체는 정통에 가깝습니다. 투수와 타자가 맞붙고, 안타가 나오면 주자가 돌고, 정해진 이닝 안에 점수를 더 낸 쪽이 이깁니다. 다만 그 위에 얹힌 옷차림이 완전히 다릅니다.

규카이 도추키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0)

서른여섯 팀이라는 물량

이 게임의 첫인상은 팀 선택 화면에서 옵니다. 일본, 미국, 독일,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여러 리그로 나뉜 팀들이 죽 늘어서고, 그 수가 서른여섯에 이릅니다. 아케이드 야구 게임에서 이만한 선택지를 주는 경우는 흔치 않았습니다.

팀이 많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많다는 뜻이 아닙니다. 각 팀마다 타력과 투수력의 균형이 다르고, 그에 따라 어떤 야구를 해야 하는지가 달라집니다. 방망이가 좋은 팀을 잡으면 한 방을 노리며 편하게 갈 수 있고, 투수가 좋은 팀을 잡으면 점수를 짜내며 지키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팀을 고르는 것 자체가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하는 전략적 판단입니다.

경기장도 여러 곳이 준비되어 있고 조건이 각기 다릅니다. 구장 조건이 달라지면 뜬공이 넘어가는 거리도 달라지므로, 같은 팀으로 붙어도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경기 양상이 바뀝니다. 이런 요소들이 반복 플레이의 이유가 됩니다.

규카이 도추키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0)

한 명이서, 둘이서

혼자 할 때는 세계를 돌며 팀들을 차례로 꺾는 진행 모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대전 상대가 없어도 게임이 계속 이어지도록 만든 장치이고, 상대가 점점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난도가 올라갑니다. 오락실에서 혼자 앉은 손님이 동전을 계속 넣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둘이 붙으면 전혀 다른 게임이 됩니다. 야구 게임에서 사람 대 사람의 재미는 구종 수싸움에서 나옵니다. 직구만 던지면 읽히고, 변화구만 던지면 볼넷이 쌓입니다. 상대가 무엇을 노리는지 짐작하며 배합을 짜는 순간부터 이 장르가 진짜로 재미있어집니다.

야구 게임은 오락실에서 회전이 느린 장르였습니다. 한 판이 길고, 둘이 붙으면 더 길어집니다. 그래서 이닝 수를 줄이고, 진행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케이드 야구 게임의 오랜 숙제였습니다. 이 게임 역시 실제 야구보다 훨씬 압축된 리듬으로 굴러갑니다.

조작에 익숙해지는 법

야구 게임을 처음 잡으면 가장 어려운 것이 타격 타이밍입니다. 공이 날아오는 속도가 실제보다 압축되어 있어서 눈으로 좇아 반응하려 하면 늦습니다. 투수의 투구 모션을 기준으로 삼아 일정한 박자로 휘두르는 편이 훨씬 잘 맞습니다. 몇 타석만 흘려보내며 박자를 재 두면 그 뒤로는 급격히 나아집니다.

변화구도 처음에는 그냥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코스에서 어떻게 휘는지 눈에 익혀 두면, 이후에는 궤도가 시작되는 순간에 어디로 떨어질지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감각이 붙기 전까지는 변화구에 방망이를 내는 것 자체가 손해입니다.

수비에서는 타구가 뜬 순간 어느 베이스로 던질지 미리 정해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공을 잡고 나서 고민하면 이미 늦습니다. 주자 상황에 따른 기본 원칙을 세워 두고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만으로도 실책이 크게 줄어듭니다.

남코의 기판과 그 시절

이 게임은 남코 시스템 2 기판에서 돌아갑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남코의 주력 기판이었고, 여러 간판 게임이 이 위에서 나왔습니다. 야구 게임 하나에 서른여섯 팀과 여러 구장을 넣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기판의 여유 덕분입니다.

이 시기 남코는 야구 게임 계보를 여러 갈래로 굴리고 있었습니다. 정통 노선을 따르는 야구 게임이 따로 있었고, 이 작품은 그 옆에서 자사 캐릭터 세계를 끌어와 색을 달리한 갈래였습니다. 같은 회사가 같은 장르를 성격을 나눠 내놓는 방식은 그 시절 일본 게임 회사들이 흔히 쓰던 전략입니다.

일본 국내에만 나온 게임이라 한국 오락실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화면의 글자도 일본어이고, 소재가 되는 요괴 세계관 자체가 일본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만 야구라는 규칙은 어디서나 같아서, 화면만 보고 앉아도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는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