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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프

페이스 오프 (Face Off Japan 2 Players) · 1988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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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서 하키를 하던 시절

축구와 야구 게임은 오락실에 흔했지만 아이스하키는 드물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하키를 실제로 볼 기회조차 많지 않았으니, 이 기계 앞에 선 사람 대부분은 규칙을 모른 채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그런데도 몇 판만 돌리면 다 이해가 됩니다. 퍽을 상대 골대에 넣으면 점수가 나고, 상대를 몸으로 들이받아 퍽을 뺏을 수 있습니다. 축구 게임에서는 반칙인 행동이 여기서는 정식 전술이라는 점이 처음 하는 사람에게 가장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남코가 1988년에 내놓은 이 게임은 일본 국내용으로만 나왔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오랫동안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고, 나중에 복각판이 나오면서 비로소 널리 소개됐습니다. 국내 오락실에도 널리 깔린 기계는 아니었지만, 스포츠 게임을 여러 대 갖춘 큰 오락실에서는 한구석에 놓여 있곤 했습니다.

페이스 오프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8)

어떤 게임인가

페이스 오프(Face Off)는 여덟 개 나라 대표팀 중 하나를 골라 아이스하키 경기를 치르는 스포츠 게임입니다. 캐나다, 체코, 핀란드, 프랑스, 일본, 소련, 스웨덴, 미국이 나옵니다. 제한 시간 안에 더 많이 넣은 쪽이 이기는, 실제 하키의 골격을 그대로 옮긴 구조입니다.

혼자 할 때는 컴퓨터가 조종하는 팀들을 차례로 상대하는 토너먼트가 되고, 사람이 여럿이면 서로 붙는 대전이 됩니다. 이 기계의 진짜 얼굴은 대전 쪽입니다. 오락실 스포츠 게임 대부분이 그렇듯 혼자 하면 금방 물리지만, 옆에 사람이 앉는 순간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

조작은 방향 조종과 버튼 두 개 남짓으로 간단합니다. 퍽을 가지고 있을 때는 패스와 슛, 없을 때는 몸싸움과 스틱으로 뺏기가 됩니다. 이 두 상태가 버튼 하나로 뒤바뀌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슛을 하려다 몸을 날리거나 그 반대의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페이스 오프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8)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빙판의 미끄러짐입니다. 축구 게임처럼 방향을 꺾으면 바로 도는 것이 아니라, 관성이 남아 한 박자 밀립니다. 이걸 모르고 상대 골 앞까지 몰고 가면 몸이 골대 뒤까지 흘러가 버립니다. 방향을 바꿀 자리보다 조금 앞서 조종간을 꺾어 두는 감각이 필요하고, 이게 손에 붙는 데 대여섯 판은 걸립니다.

두 번째는 슛 타이밍입니다. 골대에 가까이 붙어서 쏘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골키퍼가 막기 쉬운 각도가 됩니다. 하키 게임 대부분이 그렇듯 골키퍼가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순간을 노려야 들어갑니다. 그래서 정면에서 밀고 들어가기보다, 옆으로 한 번 끌어 골키퍼를 움직이게 한 다음 반대쪽으로 넣는 편이 성공률이 훨씬 높습니다.

세 번째는 몸싸움을 지나치게 즐기는 것입니다. 상대를 들이받는 재미가 커서 초보는 계속 부딪히러 달려드는데, 헛치면 자기 위치만 무너지고 그 틈에 역습을 맞습니다. 몸싸움은 상대가 퍽을 잡고 방향을 바꾸는 순간, 즉 속도가 줄어드는 찰나에 들어가야 성공합니다.

팀 고르는 재미와 대전의 공기

여덟 팀은 능력치가 조금씩 다르게 짜여 있습니다. 힘이 좋은 팀, 빠른 팀, 균형 잡힌 팀 식의 구분이라 자기 성향에 맞는 팀을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몸싸움으로 판을 흔드는 걸 좋아하면 힘 쪽, 골 앞까지 파고드는 걸 좋아하면 속도 쪽입니다.

대전에서는 팀 고르기 자체가 심리전이 됩니다. 빠른 팀을 고른 상대에게는 중앙을 두껍게 막아 속도를 못 내게 하는 편이 낫고, 힘 좋은 팀을 고른 상대에게는 몸싸움 거리를 안 주고 외곽으로 도는 편이 낫습니다. 규칙이 단순한 대신 이런 상성이 살아 있어서, 몇 판을 이어 하면 서로 대응이 붙습니다.

이 기계는 캐비닛을 여럿 연결해 사람 수를 늘릴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남코가 그 시절 즐겨 쓰던 방식으로, 큰 오락실에서 기계 두 대를 붙여 놓으면 네 명이 동시에 붙는 판이 열렸습니다. 이런 구성은 요즘 감각으로도 흔치 않은 것이라, 당시 이 기계를 제대로 갖춘 오락실을 다녔던 사람은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남코가 만든 스포츠 게임이라는 것

남코는 슈팅과 액션 쪽 인상이 강한 회사지만, 스포츠 게임에도 꾸준히 손을 댔습니다. 이 게임은 남코 시스템 1 기판에서 돌아갔는데, 같은 기판에서 나온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색이 밝고 캐릭터 움직임이 부드럽습니다.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미끄러지는 동작, 몸이 부딪힐 때의 반응 같은 세부가 그 시절 스포츠 게임치고는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같은 시기 다른 스포츠 게임과 견주면, 이 게임은 시뮬레이션보다 액션 쪽에 서 있습니다. 실제 하키의 세세한 반칙이나 전술을 재현하기보다, 부딪히고 뺏고 넣는 흐름을 빠르게 반복하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오락실 게임으로서는 맞는 선택입니다. 규칙을 몰라도 붙을 수 있고, 한 경기가 짧아 다음 사람에게 자리가 넘어가는 속도도 적당합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바로 돌려 볼 수 있게 되면서, 당시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이 기계를 뒤늦게 접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화려한 게임은 아니지만 옆자리에 사람만 앉으면 판이 뜨거워지는 종류라, 둘이 붙을 게임을 찾고 있다면 후보로 올릴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