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월드 스타디움 '92
슈퍼 월드 스타디움 '92 (Super World Stadium 92 Japan) · 1992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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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사람과 야구로 붙던 시절
오락실에서 둘이 붙는다고 하면 지금은 대전 격투부터 떠올리지만, 그 전에는 스포츠 게임이 그 자리를 맡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야구는 한 경기가 짧고 규칙을 다들 알고 있어서 옆자리 사람과 붙이기에 딱 좋은 종목이었습니다.
남코의 야구 게임은 그 분야에서 기준 같은 존재였습니다. 머리가 몸통만 한 2등신 선수들이 나와 뒤뚱뒤뚱 뛰어다니는데, 정작 안에서 돌아가는 야구는 제법 진지합니다.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이 계보의 매력입니다.
이 계보를 처음 보면 선수들의 생김새 때문에 가벼운 게임이라고 넘겨짚기 쉽습니다. 그런데 막상 붙어 보면 볼카운트를 몰고 가는 재미와 수비 위치를 잡는 감각까지 제대로 들어 있어서, 야구를 아는 사람일수록 오래 붙잡게 됩니다. 겉모습과 속내용의 간격이 이 시리즈가 오래 사랑받은 이유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슈퍼 월드 스타디움 '92(Super World Stadium '92)는 가정용으로 먼저 이름을 알린 남코 야구 게임 계보의 오락실판입니다. 팀을 고르고 이닝 수를 정한 다음 경기를 시작합니다. 혼자면 컴퓨터를 상대하고, 두 명이면 그대로 대전이 됩니다.
조작은 간결합니다. 투수는 던지기 전에 공이 들어갈 코스를 정하고 구종을 고릅니다. 타자는 스윙 위치를 잡고 타이밍을 맞춰 휘두릅니다. 공이 뜨면 수비 선수를 조작해 잡고, 잡으면 어느 베이스로 던질지 고릅니다. 버튼은 몇 개 되지 않는데 야구의 뼈대는 다 들어가 있습니다.
한 경기가 길지 않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닝을 짧게 잡으면 몇 분 만에 승부가 나기 때문에, 옆 사람과 번갈아 붙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오락실 게임으로서 야구를 다루려면 결국 이 길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 계보는 그 답을 일찍 찾아낸 쪽입니다.
투수와 타자의 수싸움
이 계보의 특징 하나는 공을 던진 뒤에도 좌우로 살짝 밀어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코스만 보고 스윙을 시작하면 마지막에 공이 빠져나가 헛스윙이 됩니다. 반대로 던지는 쪽도 매번 그렇게 흔들면 볼넷이 쌓이니, 승부구와 유인구를 섞을 줄 알아야 합니다.
타격은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조금 늦으면 반대쪽으로 힘없이 굴러가고, 정확히 맞으면 시원하게 담을 넘어갑니다. 이 계보는 홈런이 잘 나오는 편이라 점수가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크게 앞서다가도 한 이닝에 뒤집히는 일이 흔합니다.
팀을 고르는 재미
일본 프로야구 팀들이 이름을 살짝 비틀어 등장하고, 선수 이름도 짧게 줄여 표시됩니다. 여기에 제작사가 만든 자체 팀도 끼어 있어서, 실제 야구를 몰라도 고를 팀은 충분합니다.
팀마다 타격이 좋은 쪽과 투수가 좋은 쪽이 나뉩니다. 대전에서는 이 차이가 그대로 유불리가 되기 때문에, 서로 쓸 팀을 정하는 것부터가 이미 승부의 일부입니다.
수싸움이 붙기 시작하면 상대의 버릇이 보입니다. 초구에 무조건 직구를 넣는 사람, 몰리면 반드시 바깥쪽으로 빼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세 타석만 지나도 서로의 버릇을 읽게 되고, 그때부터는 야구라기보다 심리전에 가까워집니다.
초보가 무너지는 곳은 수비입니다
공격은 몇 판만 해도 감이 잡히는데, 수비는 다릅니다. 공이 떴을 때 어느 선수를 움직여야 하는지 헷갈리고, 잡고 나서 던질 베이스를 잘못 고르면 주자가 한 베이스씩 더 갑니다. 여기서 점수가 줄줄 새어 나갑니다.
먼저 익힐 것은 두 가지입니다. 뜬공은 낙하 지점에 미리 서서 기다리는 것, 그리고 땅볼은 무조건 1루가 아니라 주자 상황을 보고 던지는 것입니다. 도루와 견제까지 손에 붙으면 그때부터는 실제 야구처럼 흘러갑니다.
해마다 이어지던 시리즈
이 계보는 해마다 판을 새로 내면서 선수 명단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제목 뒤에 붙은 연도가 곧 그해의 야구를 담았다는 표시였습니다. 이 작품도 그 흐름 위에 있는 한 해치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계보를 가정용 쪽으로 먼저 만난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오락실 야구 기판은 격투나 슈팅만큼 흔하지 않아서,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면 오히려 반가운 축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조작이 놀랄 만큼 간단합니다. 요즘 야구 게임이 요구하는 복잡한 조작 없이도 야구가 그대로 굴러가고, 한 경기가 짧아 부담이 없습니다. 옆에 사람이 하나 있다면 그 값어치는 몇 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