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탐험
남극탐험 (Antarctic Adventure) · 1984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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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한 마리가 남극을 돈다
화면 가운데에 펭귄 한 마리가 뒤뚱거리며 달립니다. 배경은 온통 하얀 얼음판이고, 저 앞에서 구덩이가 하나씩 다가옵니다. 뛰어넘느냐 못 넘느냐밖에 없는 아주 단순한 게임인데, 이상하게 계속 붙잡게 됩니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와 통통 튀는 음악이 만드는 분위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극탐험(Antarctic Adventure)은 코나미가 만든 달리기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이 앞으로 밀려오는 뒤에서 본 시점이고, 정해진 시간 안에 다음 기지까지 도착해야 합니다. 남극의 여러 관측 기지를 차례로 도는 여정이 이 게임의 전부입니다.
시간과의 싸움
각 구간에는 제한 시간이 있습니다. 구덩이에 빠지면 펭귄이 넘어져 한참 일어나지 못하고, 그동안 시간이 계속 흐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부딪히지 않는 게 아니라 시간을 잃지 않는 게 목표입니다.
속도를 올리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구덩이를 피할 여유가 줄어듭니다. 언제 가속하고 언제 속도를 늦출지 판단하는 게 요령이고, 후반 구간으로 갈수록 구덩이가 촘촘해져 마음 놓고 달릴 수 없습니다.
물고기와 바다표범
달리다 보면 물고기가 나옵니다. 주우면 점수가 오르고, 얼음 구멍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잡으려다 그대로 구덩이에 빠지기도 합니다. 욕심을 낼지 안전하게 지나갈지 계속 저울질하게 됩니다.
바다표범도 얼음 구멍에서 고개를 내밉니다. 부딪히면 넘어지므로 피해야 하는데, 나오는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아 앞을 계속 살펴야 합니다. 이런 요소들이 단조로울 수 있는 달리기에 변화를 줍니다.
단순함이 남긴 것
버튼 몇 개로 끝나는 조작이라 처음 잡는 사람도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줄이려 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구덩이의 배치를 외우고, 가속 구간을 정하고, 물고기를 어디까지 주울지 계산하게 됩니다.
음악도 이 게임의 인상에서 큰 몫을 합니다. 밝고 반복적인 곡이 계속 흐르는데, 이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첫 소절만 들어도 하얀 얼음판이 떠오릅니다.
MSX 시절의 기억
국내에서는 MSX로 이 게임을 처음 만난 사람이 많습니다. 그 시절 가정용 컴퓨터로 할 수 있던 게임 중에서도 캐릭터가 귀엽고 규칙이 쉬워, 가족 누구나 잡아 볼 수 있는 축에 들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안에 시간과 위험을 저울질하는 판단이 들어 있어서, 몇 판만 해도 어느새 기록을 신경 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