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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Dragon Quest Monsters Germany) · 1998 · En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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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슬라임을 때려잡은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그 슬라임이 내 편이 되어 앞장서 싸웁니다. 본편에서 수십 번 쓰러뜨렸던 몬스터들이 하나씩 동료가 되어 줄을 서는 광경은, 시리즈를 오래 해 온 사람일수록 묘하게 뭉클합니다. 적이었던 것들을 모으는 재미가 이 외전의 출발점입니다.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Dragon Quest Monsters)는 주인공이 직접 싸우지 않고 거느린 몬스터를 내보내 겨루는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여러 세계를 오가며 몬스터를 동료로 삼고, 키우고, 서로 짝지어 새로운 몬스터를 만들어 내면서 더 강한 상대에게 도전합니다. 전투는 차례를 주고받는 방식이고, 명령을 내리는 것보다 어떤 몬스터를 데려갔느냐가 승패를 더 크게 가릅니다.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RPG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컬러 (1998)

동료로 만드는 법

몬스터는 싸우다 보면 상대가 먼저 따라오겠다고 하는 식으로 합류합니다. 잡는 도구를 던져 확률을 굴리는 방식이 아니라, 싸움이 끝난 뒤 마음이 움직인 쪽이 붙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원하는 몬스터가 있으면 같은 자리에서 몇 번이고 다시 싸우게 됩니다.

먹이를 주어 호감을 높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강한 몬스터일수록 쉽게 따라오지 않으니, 전투 중에 고기를 던져 주고 마음을 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밀고 당기기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지나가던 길에 눈에 띈 몬스터 하나 때문에 한참을 머무르게 됩니다.

배합이라는 핵심

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배합입니다. 두 마리를 짝지으면 그 둘의 성질을 이어받은 새로운 몬스터가 태어납니다. 새로 태어난 쪽은 처음 단계부터 다시 키워야 하지만, 부모가 익혔던 기술을 물려받고 성장 잠재력도 더 높습니다.

그래서 계획이 필요해집니다. 지금 강한 몬스터를 그대로 쓸 것인가, 아니면 한 세대를 투자해 더 강한 다음 세대를 만들 것인가를 계속 저울질하게 됩니다. 어떤 조합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알아 가는 것 자체가 놀이가 되어서, 쓸 일이 없어 보이는 몬스터도 배합 재료로 쓸모가 생깁니다.

세계를 오가는 구조

무대는 하나로 이어진 대륙이 아닙니다. 여러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고, 각각 지형과 나오는 몬스터가 다릅니다. 들어갈 때마다 안쪽 구조가 달라지는 곳도 있어서, 같은 세계를 여러 번 드나들며 원하는 몬스터를 찾게 됩니다.

이 구조는 휴대용 기계에 잘 맞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대신, 한 번 들어갔다 나오는 짧은 단위로 끊어서 할 수 있습니다. 잠깐 켜서 몬스터 하나 잡고 끄는 식의 진행이 가능해서 부담이 적습니다.

막히는 지점

중반쯤 되면 가진 몬스터로는 도저히 안 되는 벽을 만납니다. 이때 해법은 더 오래 키우는 게 아니라 배합입니다. 같은 몬스터를 계속 키워 봐야 한계가 있고, 한 세대를 넘겨야 그 위로 올라갑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노가다만 반복하다 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는 무리 구성입니다. 공격력 높은 몬스터만 세 마리 데려가면 회복이 안 되어 길게 버티지 못합니다. 회복 기술을 가진 몬스터를 하나 끼워 두는 것만으로 안정감이 크게 달라집니다. 마찬가지로 적의 공격 성질에 따라 잘 견디는 몬스터가 갈리므로, 상대가 무엇을 쓰는지 확인하고 무리를 바꿔 들어가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한 무리로 모든 상대를 상대하려 들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막힙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본편 드래곤 퀘스트는 정해진 동료들과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임입니다. 이 외전은 그 틀을 뒤집어, 동료를 직접 고르고 만들어 내는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같은 세계관과 같은 몬스터 도감을 쓰면서도 노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덕분에 본편을 안 해 본 사람도 무리 없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슬라임이 누구인지 몰라도 모으고 키우는 재미는 그대로 통하고, 반대로 본편을 해 온 사람에게는 익숙한 얼굴들을 데리고 다니는 즐거움이 더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