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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 1 2

드래곤 퀘스트 I II (Dragon Quest I Ii Japan) · 1999 · En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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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롤플레잉의 출발점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을에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정보를 얻고, 무기와 방어구를 사고, 밖으로 나가 괴물과 싸우며 경험치를 쌓고, 여관에서 자며 체력을 회복하고, 더 강해진 몸으로 더 먼 곳까지 나아가는 흐름 말입니다. 이 골격을 널리 퍼뜨린 작품이 드래곤 퀘스트입니다.

이 합본은 그 시리즈의 첫 두 작품을 휴대용 기기 하나에 담았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두 작품 모두 소박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소박함 덕분에, 이 장르가 어떤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가 오히려 또렷하게 보입니다. 군더더기가 붙기 전의 골격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셈입니다.

드래곤 퀘스트 1 2 RPG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컬러 (1999)

어떤 게임인가

드래곤 퀘스트 1 2(Dragon Quest I & II)는 게임보이 컬러로 옮겨진 합본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시점의 세계를 걸어 다니며 마을과 동굴과 성을 오가고, 들판에서 괴물을 만나면 전투 화면으로 넘어가 명령을 골라 싸웁니다. 싸움에서 이기면 경험치와 돈이 들어오고, 경험치가 쌓이면 능력치가 오릅니다.

전투는 차례대로 명령을 고르는 방식입니다. 공격할지, 주문을 쓸지, 약을 마실지, 도망칠지를 정하면 그 결과가 순서대로 처리됩니다. 반사 신경은 전혀 필요 없고, 대신 지금 체력으로 이 싸움을 버틸 수 있는지, 회복에 한 턴을 쓸지 말지를 판단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두 작품의 성격은 조금 다릅니다. 1편은 주인공 한 명이 혼자 여행하는 구조라 모든 부담이 한 캐릭터에게 쏠립니다. 2편에서는 동료가 생기면서 여러 명으로 싸우게 되고, 누가 앞에서 맞고 누가 뒤에서 주문을 쓰는지를 나누는 재미가 더해집니다.

드래곤 퀘스트 1 2 RPG 게임 화면 2 - 게임보이 컬러 (1999)

초반이 가장 힘들다

이 시리즈를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겪는 일은 시작하자마자 죽는 것입니다. 첫 마을 밖으로 나가면 바로 괴물이 나오는데, 초기 능력치로는 몇 대만 맞아도 위험합니다. 초반에는 마을에서 몇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싸우다가 체력이 줄면 곧장 돌아가 회복하는 식으로, 짧게 끊어 다니는 것이 정석입니다.

돈을 어디에 쓰느냐도 중요합니다. 초반의 적은 돈으로 무기와 방어구를 동시에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대체로는 얻어맞고도 버틸 수 있게 방어 쪽을 먼저 챙기는 편이 오래 살아남습니다. 오래 살아남으면 그만큼 더 싸울 수 있고, 더 싸우면 돈과 경험치가 쌓입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말을 흘려듣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절의 게임에는 화면에 목표를 표시해 주는 장치가 없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 들어 있습니다. 새 마을에 도착하면 모든 사람에게 한 번씩 말을 거는 습관이 결국 길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휴대용 기기로 옮기면서

원작은 훨씬 오래된 기기에서 나왔습니다. 이 합본은 그것을 게임보이 컬러에 맞게 다시 손본 판본으로, 색이 들어가고 화면 구성과 조작 편의가 당시 기준에 맞게 정리되었습니다. 옛 판본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손을 봤기 때문에, 지금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이쪽이 훨씬 접근하기 좋습니다.

휴대용 기기라는 점도 이 장르와 잘 맞습니다. 롤플레잉 게임은 조금씩 쌓아 가는 재미가 핵심인데, 가지고 다니며 틈틈이 괴물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성격에 딱 들어맞습니다. 이십 분씩 잘라서 해도 진행이 되는 구조입니다.

국내에서의 드래곤 퀘스트

국내에서 드래곤 퀘스트는 같은 시기의 다른 일본 롤플레잉 시리즈에 견주면 인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일본에서는 국민적인 시리즈로 불릴 만큼 압도적인 위치에 있지만, 국내에는 정식 발매가 늦었고 언어 장벽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은 들어 봤어도 직접 해 본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럼에도 이 합본은 한 번쯤 켜 볼 값어치가 있습니다. 오늘날의 롤플레잉 게임들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가장 압축된 형태로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장치 없이 걷고, 싸우고, 강해지고, 더 멀리 가는 그 단순한 순환만으로도 게임이 성립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