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퀘스트 2
드래곤 퀘스트 II 악령의 신들 (Dragon Quest Ii Akuryou no Kamigami Japan) · 1987 · Enix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혼자 걷던 길에 동료가 생겼습니다
전작에서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였습니다. 혼자 걷고 혼자 싸우고 혼자 마을에 들렀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이 그 부분입니다. 이야기 초반, 홀로 성을 나선 왕자가 다른 나라에 흩어져 있는 두 사촌을 찾아 나서고, 그들을 하나씩 만나 일행이 됩니다. 세 명이 나란히 서서 몬스터 무리와 맞서는 전투 화면을 처음 봤을 때의 인상은, 시리즈를 순서대로 따라온 사람에게는 꽤 큰 사건이었습니다.
동료를 모으는 과정 자체가 초반의 목표가 되고, 두 번째 동료를 찾는 여정은 유난히 헤매게 됩니다. 그 헤맴이 이 게임의 첫인상을 만듭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드래곤 퀘스트 2(Dragon Quest II)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는 RPG입니다. 마을에서 정보를 듣고 장비를 사고, 밖으로 나가면 무작위로 몬스터가 나타나 순서대로 명령을 넣는 전투가 벌어집니다. 싸워서 얻은 경험치로 강해지고, 강해진 만큼 더 먼 곳으로 갈 수 있게 됩니다.
세 주인공은 성격이 뚜렷하게 다릅니다. 한 명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전사형이라 마법을 못 쓰고, 한 명은 검과 마법을 함께 쓰며, 한 명은 몸이 약한 대신 강력한 주문을 다룹니다. 이 셋을 어떻게 조합해 싸울지, 누구를 지키고 누구에게 화력을 맡길지가 전투의 재미입니다.
바다로 나가는 순간 세계가 열립니다
이 작품의 결정적인 전환점은 배를 얻는 시점입니다. 그전까지는 육지 위 정해진 길을 따라다니지만, 배가 생기면 세계 전체가 갑자기 열립니다. 어디로 갈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고, 그냥 넓은 바다가 펼쳐집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길을 잃습니다. 갈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지고, 어떤 섬은 지금 실력으로 가면 순식간에 전멸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막막함이 이 게임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아무 방향으로나 배를 몰다가 새 마을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 그 마을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서 다음 목적지를 알아채는 과정이 전작보다 훨씬 넓은 규모로 벌어집니다.
길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는 마을 사람들의 대사를 다시 훑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 시리즈는 다음에 갈 곳의 힌트를 늘 대화 속에 심어 둡니다.
난이도가 확 튀는 후반
이 작품은 시리즈 안에서도 후반 난이도가 매섭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마지막 관문에 이르는 동굴 구간은 길이 복잡한 데다 등장하는 몬스터가 강하고,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나옵니다. 그중에는 한 번에 여러 명을 쓸어버리는 주문을 쓰는 상대도 있어서, 준비 없이 들어가면 몇 걸음 만에 전멸합니다.
여기를 넘기는 요령은 결국 준비입니다. 회복 도구를 넉넉히 챙기고, 마법을 쓰는 동료의 마력을 아껴 두고, 위험하다 싶으면 미련 없이 되돌아 나오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무리해서 조금 더 들어가려다 전멸하면 그때까지의 진행이 크게 손해입니다.
레벨을 올리는 시간도 아깝게 여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이 게임은 레벨 몇 단계 차이가 체감으로 크게 나타나서, 도저히 못 이기겠던 구간이 조금 강해진 뒤에 가면 훨씬 수월해집니다.
시리즈의 뼈대가 완성된 작품
전작이 이 시리즈의 기본형을 만들었다면, 이 작품은 그 위에 파티 전투와 넓은 세계라는 두 기둥을 세웠습니다. 이후 시리즈가 오랫동안 유지하게 되는 형태 대부분이 여기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싸우고, 배를 얻어 세계를 넓히고, 마지막에 강력한 적과 맞서는 흐름은 이후 수많은 RPG의 공식이 되었습니다.
용량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의 패미컴 게임이라 표현은 소박합니다. 하지만 그 소박한 화면 안에서 세계가 넓다는 감각을 만들어 낸 솜씨는 지금 봐도 인상적입니다. 지도를 손으로 그려 가며 다음 섬을 찾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의 바다가 어떤 느낌이었는지 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