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퀘스트 4
드래곤 퀘스트 IV 인도되는 자들 (Dragon Quest Iv Michibikareshi Monotachi Japan REV a) · 1990 · En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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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여럿인 이야기
이 게임을 처음 켜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흔히 롤플레잉 게임에서 기대하는 용사가 나오지 않고, 대신 전혀 모르는 기사 한 명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장에서 또 다른 인물이 나옵니다. 이렇게 넷의 이야기가 각각 흘러간 다음,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진짜 주인공이 등장하고 앞서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둘 합류합니다. 그 순간의 감흥 때문에 이 작품을 시리즈 최고로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드래곤 퀘스트 4(Dragon Quest IV)는 마을을 돌며 정보를 모으고, 필드에서 몬스터와 싸우며 레벨을 올리고, 던전 끝의 보스를 넘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전투는 명령을 입력하는 턴제 방식이고, 화면에는 몬스터가 정면에 나타납니다. 시리즈 특유의 간결한 화면 구성이 여기서도 그대로입니다.
다섯 개의 장
각 장은 독립된 짧은 이야기처럼 짜여 있습니다. 한 장은 왕실 기사의 임무로 시작하고, 다른 장은 두 공주가 함께 여행하며, 또 다른 장은 무기점 청년이 돈을 벌어 가게를 키우는 이야기입니다. 장마다 조작하는 인물과 할 수 있는 일이 다르고, 심지어 전투 방식의 무게도 다릅니다.
이 구조 덕분에 게임이 지루해질 틈이 없습니다. 한 장이 익숙해질 무렵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완전히 새로운 조건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니까요. 동시에 각 장에서 겪은 일들이 마지막 장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는 걸 보게 되면, 앞의 이야기들이 왜 필요했는지 알게 됩니다.
세 번째 장은 특히 유명합니다. 싸움보다 장사가 중심이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으로 돈을 모읍니다. 롤플레잉 게임에서 이런 장을 통째로 넣은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대담한 시도였습니다.
작전 명령이라는 발상
마지막 장에 들어가면 동료가 여럿 모이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플레이어가 직접 명령하지 않습니다. 대신 작전을 정해 주면 그 방침에 따라 스스로 행동합니다. 힘껏 싸워라, 목숨을 아껴라 같은 방침을 골라 두는 식입니다.
이 시스템은 호불호가 갈립니다. 매 턴 명령을 다 내리지 않아도 되니 전투가 빨라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회복이 필요한 순간에 동료가 엉뚱한 주문을 쓰는 일이 생깁니다. 보스전에서는 작전을 상황에 맞게 바꿔 주는 것이 중요하고, 이 조절이 곧 실력이 됩니다.
주인공만은 직접 명령할 수 있으니, 위급할 때 회복과 방어를 담당하는 축은 주인공이 잡아 줘야 합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이 시리즈가 대체로 그렇듯, 진행이 막히면 대개 레벨이 부족한 것입니다. 다음 목적지의 몬스터가 갑자기 세게 느껴진다면 근처 필드에서 몇 판 더 싸우고 장비를 갖추는 편이 빠릅니다. 무리하게 밀고 들어갔다가 전멸하면 소지금의 절반을 잃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말은 흘려듣지 말아야 합니다.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대체로 대화 안에 들어 있고, 이 게임에는 목적지를 화살표로 찍어 주는 장치가 없습니다. 한 마을에 들어가면 모든 집에 들어가 보고 모든 사람과 말해 보는 것이 기본입니다.
교회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저장하고, 회복 수단을 넉넉히 챙기는 것이 이 시리즈의 오래된 예절 같은 것입니다.
패미컴 후기의 완성도
이 게임은 패미컴이 수명을 다해 가던 무렵에 나왔습니다. 그래서 8비트 기기에서 뽑아낼 수 있는 것을 상당히 끌어냈습니다. 다섯 장을 담을 만큼 분량이 크고, 마을과 던전이 많고, 등장인물이 각자 성격을 갖고 말합니다. 화면은 여전히 단출하지만, 그 단출함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납니다.
시리즈 안에서 보면 이 작품은 하나의 전환점입니다. 앞선 작품들이 용사 일행의 여정에 집중했다면, 여기서는 여러 사람의 사정을 각각 보여 준 다음 그들이 왜 함께 싸우게 되는지를 납득시킵니다. 이후 시리즈들이 이야기에 무게를 싣게 되는 흐름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지금 시작한다면
턴제 전투가 익숙하지 않다면 처음에는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이 바뀔 때마다 새 인물로 다시 시작하는 구조라, 한 장씩 끊어서 진행하기 좋습니다. 한 장을 끝낼 때마다 짧은 이야기 하나를 다 본 기분이 듭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마지막에 한자리에 모이는 그 장면까지 직접 가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