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퀘스트 6
드래곤 퀘스트 VI 환상의 대지 (Dragon Quest Vi Maboroshi no Daichi Japan) · 1995 · En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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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두 개다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주인공이 어떤 곳에 떨어지는데, 그곳 사람들에게는 주인공이 보이지 않습니다.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고, 몸이 통과합니다. 유령이 된 것 같은 이 상태로 한참을 헤매다가, 이 세계와 저 세계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설정이 게임 전체를 관통합니다. 지도가 두 벌 있고, 한쪽에서 막힌 길이 다른 쪽에서는 열려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는 마을이 두 세계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쪽에서 무언가를 하면 다른 쪽에 변화가 생기고, 그 연결 고리를 찾는 게 진행의 핵심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드래곤 퀘스트 6(Dragon Quest VI: Maboroshi no Daichi)은 에닉스가 슈퍼패미컴으로 낸 시리즈 6편이자, 천공 시리즈라 불리는 4·5·6편의 마지막입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시작해, 두 세계의 관계를 밝혀 나갑니다.
전투는 명령을 골라 진행하는 시리즈 전통 방식입니다. 마을에서 단서를 얻고, 필드를 걸어 다음 지역으로 가고, 던전 끝에서 보스를 만나는 흐름도 익숙합니다. 다만 두 세계를 오가는 구조 때문에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대목이 많습니다.
직업을 바꿔 가며 키운다
이 작품의 육성 중심은 전직 체계입니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특정 장소에서 직업을 정할 수 있게 되고, 전사·무도가·승려·마법사 같은 기본 직업부터 시작합니다. 전투를 치를 때마다 그 직업의 숙련도가 오르고, 단계가 오를 때마다 새로운 기술과 마법을 배웁니다.
중요한 건 한 직업을 끝까지 익히면 그 기술이 몸에 남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직업으로 바꿔도 앞서 배운 것을 계속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직업을 차례로 익혀 나가면 한 캐릭터가 검도 쓰고 마법도 쓰는 만능이 됩니다.
게다가 기본 직업을 여럿 익히면 상급 직업이 열립니다. 어떤 조합을 채워야 무엇이 열리는지를 알아내는 것도 이 게임의 재미입니다. 다만 숙련도를 올리려면 전투를 꽤 많이 치러야 해서, 이것저것 다 익히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파티를 어떻게 짤 것인가
동료들은 각자 잘하는 게 다릅니다. 힘이 세서 전사 계열이 잘 맞는 동료가 있고, 마법 재능이 좋아 마법사로 키우는 편이 나은 동료가 있습니다. 능력치를 보고 방향을 잡되, 회복을 맡을 사람은 반드시 한 명 이상 만들어 두는 게 안전합니다.
여기에도 몬스터를 동료로 삼는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몬스터가 합류하고, 이 동료들도 전직 체계를 그대로 씁니다. 사람 동료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낄 때 선택지를 넓혀 줍니다.
전투 인원은 넷이지만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인원은 더 많습니다. 뒤에서 대기하는 동료도 경험치를 조금 받으니, 새 직업을 익히는 중인 동료를 번갈아 넣어 주면 전체가 고르게 큽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큰 벽은 길찾기입니다. 두 세계를 오가는 구조라 지금 어느 쪽에 있는지, 어디로 넘어가야 하는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막혔다 싶으면 반대편 세계의 같은 지역을 확인해 보는 게 첫 번째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전직 타이밍입니다. 직업을 바꾸면 그 직업의 초기 능력으로 돌아가서 한동안 약해진 느낌이 듭니다. 강한 보스를 앞두고 바꾸면 고생하니, 여유 있는 구간에서 갈아타는 게 좋습니다.
세 번째는 숙련도 쌓기를 미루는 것입니다. 나중에 몰아서 하려면 훨씬 지루해집니다.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채워 나가는 편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4편은 여러 주인공의 이야기를, 5편은 한 사람의 일생을 다뤘다면 6편은 세계의 구조 자체를 수수께끼로 삼았습니다.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인물에서 세계로 옮겨 간 셈입니다.
전직 체계는 이 작품에서 가장 정교하게 다듬어졌고, 이후 시리즈에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캐릭터를 내 손으로 설계한다는 감각이 강해서, 이야기를 다 본 뒤에도 다른 조합으로 다시 키워 보고 싶어지는 작품입니다. 슈퍼패미컴으로 나온 마지막 드래곤 퀘스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