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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월드 2

디지몬 월드 2 (Digimon World 2) · 2000 · Ban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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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 완전히 다른 게임

디지몬 월드 1편을 재미있게 한 사람이 2편을 잡으면 처음에는 어리둥절합니다. 밥을 주고 재우고 화장실을 챙기던 육성 요소가 통째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대신 나온 것은 격자로 나뉜 던전과, 세 마리를 한 조로 편성해 벌이는 순서제 전투입니다.

같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실상 다른 장르입니다. 1편이 한 마리와 오래 지내는 육성 게임이었다면, 2편은 팀을 짜고 던전을 공략하는 정통 RPG 쪽에 가깝습니다. 이 변화를 아쉬워한 사람도 있고, 오히려 이쪽이 낫다고 한 사람도 있습니다.

디지몬 월드 2 RPG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2000)

어떤 게임인가

디지몬 월드 2(Digimon World 2)는 디지몬을 태운 차량을 몰고 던전을 탐험하며 적과 싸우는 RPG입니다. 던전 안은 격자로 나뉘어 있고, 한 칸씩 움직일 때마다 연료가 줄어듭니다. 연료가 다 떨어지면 강제로 밖으로 나오게 되므로, 어디까지 들어갔다 돌아올지를 계산해야 합니다.

전투는 세 마리를 내보내 순서대로 명령을 내리는 방식입니다. 공격, 기술, 방어, 아이템 사용을 고르고 결과를 봅니다. 각 디지몬은 속성이 있어서 상성에 따라 주고받는 피해가 크게 달라집니다. 상대 구성에 맞춰 누구를 내보낼지 정하는 것이 전투의 절반입니다.

디지몬 월드 2 RPG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2000)

DP와 편성

이 게임에는 DP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강한 디지몬일수록 소모하는 DP가 크고, 한 조에 넣을 수 있는 총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강한 것 세 마리를 그냥 넣을 수는 없고, 어떤 조합이 이 한도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여기에 진화와 합체가 얽힙니다. 디지몬 두 마리를 합쳐 새로운 개체를 만들 수 있는데, 합칠 때 부모의 능력 일부가 물려 내려갑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같은 종류라도 훨씬 강한 개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육성 방식이 이 작품의 가장 깊은 부분이고, 여기에 빠지면 시간이 상당히 들어갑니다.

던전과 연료

던전은 층으로 나뉘어 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적이 강해집니다. 층마다 회복 지점과 계단의 위치가 다르고, 어떤 곳에는 잠긴 문이나 특정 조건을 채워야 열리는 구간이 있습니다.

여기서 연료 관리가 중요해집니다. 무작정 깊이 들어갔다가 돌아올 연료가 없으면 그동안의 진행이 무의미해집니다. 절반쯤 왔을 때 남은 연료를 확인하고, 부족하면 미련 없이 돌아 나오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 계산 때문에 던전 탐색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자원 관리 문제가 됩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벽은 난이도의 급격한 상승입니다. 초반 던전을 무난히 넘긴 뒤 다음 지역에 들어가면 갑자기 적이 훨씬 강해집니다. 여기서 그냥 밀어붙이면 계속 전멸합니다. 되돌아가 개체를 합체로 키우고 편성을 다시 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구조입니다.

두 번째는 속성 상성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강한 디지몬만 모아 놓아도 상성이 나쁘면 제대로 된 피해를 못 줍니다. 조를 짤 때 속성이 겹치지 않게 섞어 두면 어떤 상대를 만나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회복 수단을 아끼는 것입니다. 아이템을 아끼다가 전멸하면 훨씬 큰 손해입니다. 던전 중간에서 체력이 절반 아래로 내려가면 그때부터는 아끼지 말고 쓰는 편이 낫습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위치

디지몬 월드 시리즈는 편마다 장르가 크게 바뀐 것으로 유명합니다. 1편은 육성, 2편은 던전 RPG, 그 뒤로도 계속 방향을 틀었습니다. 같은 이름을 기대하고 잡았다가 전혀 다른 게임을 만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2편은 그중에서도 가장 손이 많이 가는 편에 속합니다. 합체로 개체를 키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난이도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신 그만큼 파고들 여지가 깊어서, 끝까지 간 사람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좋은 편입니다. 국내에서도 디지몬이라는 이름을 보고 잡았다가 예상보다 훨씬 본격적인 RPG를 만나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