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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월드 3

디지몬 월드 3 (Digimon World 3) · 2002 · Ban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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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의 게임으로 들어간다

3편의 설정은 흥미롭습니다. 주인공은 현실 세계의 아이이고, 친구들과 함께 새로 나온 온라인 게임에 접속합니다. 그런데 접속하고 나니 로그아웃이 되지 않습니다. 게임 속 세계에 갇힌 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지금은 이런 설정이 흔하지만, 이 게임이 나온 시기를 생각하면 꽤 앞서간 발상이었습니다. 마을에 다른 접속자들이 있고, 서버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고, 계정과 캐릭터라는 개념이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디지몬 월드 3 RPG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2002)

어떤 게임인가

디지몬 월드 3(Digimon World 3)는 세 마리의 디지몬을 조로 편성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싸우는 RPG입니다. 앞선 두 편과 달리 육성 관리도 차량 연료도 없고, 필드를 걸어 다니다 적을 만나면 전투 화면으로 넘어가는 익숙한 방식입니다. RPG를 해 본 사람이라면 설명 없이도 바로 굴릴 수 있습니다.

전투는 세 마리가 순서대로 행동하는 방식입니다. 공격, 기술, 방어, 아이템 중에서 고르고, 기술을 쓰면 정해진 수치가 소모됩니다. 상대의 속성을 보고 어떤 기술을 쓸지 정하는 것이 기본이고, 셋 중 누구를 앞에 세울지도 중요합니다.

디지몬 월드 3 RPG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2002)

진화 계통을 키우는 방식

이 작품의 육성은 계통을 따라가는 구조입니다. 한 마리를 키우면 조건에 따라 다음 단계로 진화하고, 그 갈래가 여러 방향으로 뻗어 있습니다. 어느 능력치를 집중해서 올렸느냐에 따라 도달하는 최종 형태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진화한 뒤에도 이전 형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돌아가서 다른 방향으로 다시 키우면, 앞서 얻은 것을 어느 정도 유지한 채 새 갈래를 탈 수 있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한 마리를 오래 붙들고 여러 형태를 순서대로 익히는 식의 육성이 가능합니다.

기술도 마찬가지로 물려집니다. 특정 형태에서만 배우는 기술이 있어서, 그 기술을 얻으려고 일부러 그 갈래를 거쳐 가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이 게임이 어렵다는 평을 듣는 가장 큰 이유는 경험치 배분입니다. 전투에 나가지 않은 디지몬은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세 마리만 계속 쓰면 나머지는 방치됩니다. 그러다 상성이 나쁜 상대를 만나 다른 개체를 꺼내면 능력치가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여러 마리를 골고루 돌려 가며 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육성에 필요한 시간입니다. 이 게임은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기 전에 상당한 양의 전투를 요구합니다. 이야기만 따라 진행하면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해 벽에 부딪힙니다. 지루하더라도 중간중간 성장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결국 빠릅니다.

세 번째는 회복 관리입니다. 회복 지점 사이의 거리가 멀고 아이템 값도 만만치 않아서, 여유 없이 깊이 들어갔다가 전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회복 지점의 위치를 확인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카드 게임과 곁가지

본편 외에 카드 게임이 들어 있습니다. 게임 안에서 카드를 모아 다른 인물들과 겨루는 방식인데, 규칙이 제법 짜임새 있어서 이것만 파고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본편 진행과 별개로 즐길 수 있는 곁가지가 이 정도 분량으로 들어 있는 것은 그 시절 기준으로 후한 편입니다.

카드는 마을의 인물들에게 이기거나 상점에서 구해 모읍니다. 어떤 카드를 넣어 덱을 짜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본편의 편성 고민과 비슷한 재미가 있습니다. 본편 진행이 막혔을 때 잠시 돌리기에도 좋습니다.

시리즈의 세 번째 얼굴

디지몬 월드 시리즈는 편마다 장르가 통째로 바뀌었습니다. 1편은 돌보고 키우는 육성, 2편은 격자 던전 탐색, 3편은 필드를 걷는 정통 RPG입니다.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게임을 세 번 만드는 셈이었습니다.

그중 3편은 가장 무난하게 접근할 수 있는 편입니다. 낯선 규칙을 새로 배울 필요가 없고, RPG의 기본 문법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만큼 육성에 들어가는 시간이 길어서, 끝까지 가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국내에서도 디지몬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가장 오래 붙들고 있던 편으로 기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