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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스트라이커

라스트 스트라이커 (Last Striker Kyuukyoku no Striker) · 1989 · East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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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축구 게임은 대개 실제 국가대표팀을 흉내 낸 진지한 그림을 씁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만화 같은 그림체로 소년 축구를 그렸습니다. 소년팀이 다른 소년팀과, 그리고 소녀팀과도 맞붙는 구성이라 진지한 스포츠 게임이라기보다 축구 만화를 그대로 게임으로 옮긴 느낌이 강합니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 축구 만화가 크게 유행하던 흐름을 그대로 타고 있는 작품입니다.

라스트 스트라이커(Last Striker, 원제 궁극의 스트라이커)는 만화풍으로 그려진 축구 게임입니다. 레버와 버튼 세 개로 선수를 조작하고, 축구의 기본 규칙을 그대로 따릅니다. 한 경기가 아주 짧아서 실제로는 사십 초 남짓이면 끝납니다. 오락실 게임답게 실제 축구의 전후반을 대폭 압축해 놓은 것입니다.

라스트 스트라이커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힘을 모아 차는 슛

이 게임의 특징적인 조작은 발차기의 힘 조절입니다. 버튼을 눌러 힘을 모으고, 모은 만큼 공이 멀리 갑니다. 짧은 패스를 넣을 때는 살짝 누르고, 긴 패스나 슛을 할 때는 눌러서 힘을 채운 다음 놓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손에 익기 전에는 답답합니다. 짧게 주려던 패스가 상대 진영까지 날아가거나, 슛을 하려는데 힘이 모자라 골키퍼에게 굴러가는 일이 반복됩니다. 몇 판 하면서 버튼을 어느 정도 눌러야 어느 정도 나가는지를 몸으로 익히는 것이 이 게임에 적응하는 첫 단계입니다.

익숙해지면 이 방식이 오히려 재미있어집니다. 힘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어디로 보낼지를 세밀하게 정할 수 있다는 뜻이고, 골대 구석을 노리는 정확한 슛이 가능해집니다. 자동으로 처리되는 게임에 없는 손맛입니다.

짧은 경기라는 조건

한 경기가 사십 초 남짓이라는 것은 게임의 성격을 완전히 바꿉니다. 실제 축구처럼 진영을 다지고 기회를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공을 잡으면 곧바로 앞으로 밀어붙여야 하고, 한 번의 실수가 그대로 승부가 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전략은 단순합니다. 수비에 무게를 두는 선택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공을 잡으면 최대한 빨리 상대 골대 쪽으로 옮기고, 기회가 오면 망설이지 않고 차는 것이 정석입니다. 뒤로 돌리는 패스는 시간만 잡아먹습니다.

공을 뺏는 것도 중요합니다. 짧은 경기에서 상대가 공을 오래 잡고 있으면 그만큼 내 기회가 사라집니다. 상대 선수에게 붙어 공을 끊어 내는 동작을 적극적으로 써야 합니다. 다만 무리하게 붙었다 흘려보내면 뒤가 비므로, 위치를 봐 가며 판단해야 합니다.

오락실 스포츠 게임의 구조

동전을 넣고 하는 스포츠 게임은 가정용과 목적이 다릅니다. 가정용은 긴 시즌을 치르며 팀을 키우는 재미를 주지만, 오락실은 한 판이 짧고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극단적으로 압축되고, 이기면 다음 상대로 넘어가며 계속 동전을 넣게 만드는 구조가 됩니다.

이 게임도 그 틀을 따릅니다. 한 경기를 이기면 다음 상대와 붙고, 지면 거기서 끝납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축구를 시뮬레이션한다기보다, 짧은 한 판씩을 계속 이어 나가는 액션 게임에 가까운 감각으로 굴러갑니다.

만화 같은 그림체는 이 구조와 잘 어울립니다. 진지한 축구 시뮬레이션이라면 사십 초짜리 경기가 어색하겠지만, 만화 속 축구라면 극적인 한 방으로 승부가 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 오락실에서도 축구 게임은 늘 인기가 있었습니다. 둘이 마주 앉아 겨루기에 이보다 좋은 소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손님이 몰리는 것은 대체로 널리 알려진 몇몇 축구 기판이었고, 이 게임은 그 사이에서 자주 보이는 축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만화풍 축구라는 성격은 지금 봐도 눈에 띕니다. 힘을 모아 차는 조작에 익숙해지면 한 골 한 골이 제법 짜릿하고, 짧은 경기 덕분에 둘이 번갈아 앉아 여러 판을 돌리기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