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
이카리 (Ikari Japan) · 1986 · SNK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의 정식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머리에 띠를 두르고 웃통을 벗은 주인공이 기관총을 갈기는 화면을 보고, 다들 그냥 람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그 시절 극장에서 본 영화 한 편이 이 게임의 인상을 통째로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람보(Ikari)는 화면이 위로 흐르는 가운데 병사 하나를 조종해 적진을 밀고 올라가는 액션 슈팅입니다. 기관총을 쏘면서 전진하고, 벽이나 참호 뒤에 숨은 적에게는 수류탄을 던집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서, 오락실에서는 혼자보다 둘이 붙어 하는 게임으로 통했습니다.
총과 수류탄, 그리고 탱크
무기는 두 가지입니다. 총은 계속 쏠 수 있지만 위력이 약하고, 수류탄은 수가 정해져 있는 대신 넓게 터집니다. 벽 뒤에 숨은 적이나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무리는 수류탄으로 정리하는 게 맞습니다. 총알과 수류탄 모두 보급 상자를 먹어 채워야 하므로, 길에 놓인 상자를 지나치지 않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탱크입니다. 필드에 서 있는 탱크에 올라타면 한동안 튼튼한 몸으로 싸울 수 있습니다. 탱크 상태에서는 웬만한 총알을 무시하고 포로 밀어붙일 수 있어서, 어려운 구간을 넘길 때 결정적입니다. 다만 연료가 줄고 피해가 쌓이면 결국 터지므로, 언제 타고 언제 내릴지 판단해야 합니다. 위험한 구간 직전에 아껴 두었다가 타는 게 정석입니다.
아케이드의 회전 레버와 가정용판
오락실 기기에는 돌아가는 레버가 달려 있었습니다. 레버를 돌리면 몸이 바라보는 방향만 바꾸고, 밀면 그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덕분에 위로 걸어가면서 옆이나 뒤로 쏘는 동작이 가능했습니다. 이 조작이 이 게임의 정체성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가정용으로 옮기면서 그 레버가 사라졌기 때문에, 방향을 고정하는 방식이 따로 들어갔습니다. 버튼을 누른 채 방향키를 조작해 몸의 방향만 돌리는 식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옆으로 이동하며 위쪽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가능해집니다. 이 조작을 익히느냐 마느냐가 가정용판에서 얼마나 나아가는지를 가릅니다.
죽으라고 만든 난이도
이 게임은 한 대만 맞아도 죽습니다. 그런데 적은 사방에서 나오고, 지뢰가 깔려 있고, 지나가는 자리에 포탄이 떨어집니다. 처음 하면 시작하고 몇 초 만에 죽는 일이 흔합니다.
넘기는 요령은 단순합니다. 화면 아래쪽에 붙어서 위쪽 상황을 먼저 보고 움직이는 것입니다. 화면이 강제로 올라가는 구간이 아니면 서둘러 올라갈 이유가 없습니다. 또 하나는 벽을 등지는 것입니다. 사방이 뚫린 한가운데는 가장 위험한 자리이고, 지형에 몸을 붙이면 신경 쓸 방향이 줄어듭니다. 수류탄을 아끼다 죽는 것도 흔한 실수라, 적이 세 명 이상 보이면 그냥 던지는 편이 낫습니다.
가정용판에는 잘 알려진 컨티뉴 요령이 있습니다. 제목 화면에서 특정 버튼 순서를 입력해 두면 계속 이어서 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코드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진행 거리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만든 곳과 시리즈
이 게임을 만든 회사는 이 작품으로 오락실에서 확실히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같은 계열의 군인 액션을 여러 편 이어 갔고, 화면을 위로 밀고 올라가는 이 형식은 한동안 오락실의 한 장르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이 흐름은 나중에 같은 회사의 대형 기판 액션 게임들로 이어집니다.
같은 시기 다른 회사의 군인 게임과 견주면, 이쪽은 두 사람이 함께 밀고 올라가는 협동과 탱크 탈취라는 두 가지가 뚜렷합니다. 혼자 정교하게 피하는 재미보다, 둘이서 서로 엄호하며 억지로 뚫는 재미에 가깝습니다.
한국 오락실과 문방구에서
오락실에서는 돌리는 레버 자체가 구경거리였습니다. 처음 앉은 사람은 레버가 돌아가는 줄 모르고 밀기만 하다가 죽었고, 옆에서 보던 사람이 돌려 보라고 알려 주는 장면이 자주 나왔습니다.
가정용 복사팩으로도 널리 퍼졌습니다. 문방구 팩 목록에 람보라고 적혀 있는 경우도 많았고, 형제나 친구와 둘이 붙어서 하루 종일 붙잡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어렵기로 소문났지만 둘이 하면 훨씬 멀리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게임은 혼자 한 기억보다 같이 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