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레전드

레전드 (Legend Japan) · 1990 · Kemc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이름만 남은 일본 내수용 소프트

게임보이 소프트 목록을 훑다 보면 이름은 거창한데 정보가 거의 없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이 게임도 그런 쪽입니다. 일본 안에서만 유통되었고 해외 이식판이 없어서, 국내 오락실이나 문구점 앞 게임보이 대여기에서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던 소프트입니다. 잡지 지면에 실린 적도 드물어서, 실물 카트리지를 손에 쥐고 켜 보기 전까지는 무슨 게임인지 알 수 없는 부류였습니다.

레전드(Legend)는 게임보이용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주인공을 직접 조작해 화면을 돌아다니며 적을 처리하고 길을 열어 나가는, 당시 휴대용 기기에서 가장 흔했던 형태의 구성입니다.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 있고 손이 필요한 순간이 있어서, 순수한 액션보다는 조금 더 천천히 진행하게 됩니다.

레전드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1990)

흑백 네 단계로 그려진 세계

게임보이는 화면이 작고 색이 네 단계 명암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액션 어드벤처들은 배경을 과감하게 비우고, 대신 주인공과 적, 그리고 밟고 올라설 수 있는 발판만 또렷하게 구분되도록 그렸습니다. 처음 켰을 때 화면이 휑해 보여도 몇 분 지나면 눈이 적응하고, 어느 색조가 벽이고 어느 색조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인지 자연스럽게 읽히기 시작합니다.

조작은 십자키와 두 개의 버튼이 전부입니다. 버튼이 적다는 건 외울 게 적다는 뜻이기도 해서, 처음 잡아도 몇 분이면 손에 익습니다. 대신 그만큼 같은 동작을 얼마나 정확한 타이밍에 내느냐가 중요해집니다.

레전드 어드벤처 게임 화면 2 - 게임보이 (1990)

처음 잡는 사람을 위한 접근법

정보가 거의 없는 게임을 할 때는 무작정 앞으로 밀고 나가는 것보다 지형을 먼저 익히는 편이 빠릅니다. 한 구간에서 몇 번 죽더라도 적이 어디서 나오고 어떤 순서로 움직이는지 기억해 두면, 다음 시도에서는 같은 구간을 훨씬 짧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휴대용 게임 특유의 짧은 구간 반복 구조가 이런 방식과 잘 맞습니다.

체력이나 아이템처럼 소모되는 자원이 있다면 아끼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이 시기의 게임보이 소프트들은 회복 수단을 넉넉하게 주지 않는 편이라, 초반에 여유롭게 쓰다가 후반에서 막히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런 게임을 지금 해 보는 재미

잘 알려진 명작만 남고 나머지는 조용히 잊히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켜 보면, 이름만 유명한 게임보다 오히려 손맛이 좋거나 구성이 단정한 물건이 섞여 있습니다. 기대치가 아예 없는 상태로 시작하기 때문에 작은 장점도 크게 느껴지는 면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소프트는 실물로 구하기가 대단히 까다롭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서 십 분쯤 만져 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예전 같으면 불가능했던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