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큰레이지
록큰레이지 (Rock N Rage World) · 1986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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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일렉트릭 기타입니다. 그것도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기타를 휘둘러 미라를 후려치고 기사의 창을 튕겨 내고, 파워업을 먹으면 기타에서 음표가 튀어나가 적을 맞힙니다. 1986년의 코나미는 이런 발상을 아무렇지 않게 게임으로 만들어 내던 회사였고, 록큰레이지는 그 시절 코나미의 장난기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작품 중 하나입니다.
록큰레이지(Rock'n Rage)는 록 밴드 멤버가 되어 기타를 무기로 시대를 넘나드는 미로를 헤쳐 나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은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이고, 스테이지마다 다른 시대의 배경이 펼쳐집니다. 고대 이집트, 중세 잉글랜드, 혁명기 프랑스, 로마 시대의 이탈리아, 그리고 현대 일본까지 다섯 무대를 지나갑니다. 일본 원제는 코이노 핫록으로, 존과 릭과 시나라는 세 인물의 이름이 부제로 붙어 있습니다.
기타를 휘두르는 감각
조작은 이동과 공격 버튼으로 단순하지만, 공격의 성질이 독특합니다. 기본 상태에서는 기타를 근접해서 휘두르는 타격이라 적에게 바짝 붙어야 하고, 이 상태로는 원거리에서 날아오는 것들을 상대하기가 몹시 까다롭습니다. 대신 휘두른 기타로 날아오는 투사체를 튕겨 낼 수 있어서, 타이밍만 맞으면 적의 공격을 되돌려 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물약 같은 아이템을 먹으면 기타에서 음표가 발사됩니다. 이때부터 게임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근접해서 조마조마하게 때리던 것이 멀찍이서 쓸어 담는 것으로 바뀌고, 진행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리듬은 파워업을 잡느냐 못 잡느냐로 갈립니다. 파워업이 끊긴 구간이 이 게임에서 가장 죽기 쉬운 곳입니다.
적의 면면도 시대극답게 뒤죽박죽입니다. 미라와 투탕카멘 가면, 갑옷 기사, 흡혈귀, 바이올린을 켜는 이상한 것들까지 나옵니다. 코나미가 이 시절에 즐겨 쓰던, 진지한 척하지 않는 캐릭터 디자인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미로를 읽는 법
이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헤매는 부분은 길찾기입니다. 스테이지가 단순히 오른쪽으로 밀고 가는 구조가 아니라 갈래가 있는 미로에 가깝고, 화면이 한 번에 다 보이지 않아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무작정 돌아다니면 적만 계속 나오면서 체력이 깎이고, 결국 아무 성과 없이 죽습니다.
요령은 막다른 길처럼 보이는 곳을 무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템과 파워업이 그런 구석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고, 앞서 말했듯 파워업 유무가 이 게임의 난이도를 통째로 바꿉니다. 잠깐 돌아가더라도 무장을 갖추고 진행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훨씬 빠릅니다.
또 하나는 적을 다 잡으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좁은 통로에서 여럿에게 둘러싸이면 근접 무기로는 답이 없습니다. 넓은 곳으로 끌어내 하나씩 상대하거나, 아예 지나쳐 버리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 시절 코나미와 2인 플레이
1986년의 코나미는 그라디우스와 트윈비로 슈팅 쪽에서 이름을 날리면서, 동시에 이런 아기자기한 액션 게임도 꾸준히 내놓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기술 자랑보다는 발상과 음악으로 승부하던 시기입니다. 록큰레이지 역시 그래픽이 대단하다기보다는, 기타로 싸운다는 설정과 그에 어울리는 신나는 배경 음악으로 기억되는 게임입니다.
둘이서 함께할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근접 공격 위주의 게임에서 둘이 붙으면 서로 등을 맡길 수 있어 체감 난이도가 확 내려갑니다. 혼자서는 답답하게 죽던 구간이 둘이면 술술 넘어가는데, 이런 차이가 큰 게임은 오락실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붙게 만듭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에서 이 게임은 대형 오락실의 간판보다는, 여러 기판이 뒤섞여 돌아가던 동네 오락실이나 문방구 앞 자리에서 마주치던 쪽에 가깝습니다.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기타 들고 싸우던 게임이라고 하면 아 그거, 하고 떠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화면 구성이 요즘 눈에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판만 지나면 그 시절 코나미 특유의 리듬이 살아납니다. 짧게 한 판 붙어 보기에 부담이 없고,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옛날 오락실의 잡다한 재미를 다시 확인하기에 알맞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