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아 2
루피아 II 신들의 부활 (Lufia Ii Rise of the Sinistrals USA) · 1995 · Nats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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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이 곧 퍼즐이다
롤플레잉 게임에서 던전은 대개 통로입니다. 몬스터를 만나고, 보물 상자를 열고, 끝에서 보스를 잡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던전은 다릅니다. 방에 들어서면 먼저 화면을 살펴야 합니다. 어떤 순서로 상자를 밀어야 하는지, 어느 스위치를 어떤 방법으로 눌러야 하는지 생각해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퍼즐들이 갈수록 복잡해집니다. 화살을 쏘아 멀리 있는 스위치를 맞히고, 폭탄으로 벽을 부수고, 갈고리로 건너편으로 넘어가고, 시간 안에 여러 스위치를 차례로 밟는 식입니다. 롤플레잉 게임인데 젤다 계열 던전을 걷는 기분이 듭니다. 이 점이 이 작품이 오래 기억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루피아 2(Lufia II: Rise of the Sinistrals)는 슈퍼패미컴으로 나온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시간 순으로는 전작보다 앞선 이야기로, 전작에서 이미 벌어진 일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다룹니다. 그래서 전작을 아는 사람에게는 결말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무겁게 다가옵니다.
전투는 명령을 골라 진행하는 방식이고, 필드와 던전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입니다. 특이한 건 몬스터가 화면에 보이는 자리에 있다는 점입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니, 피해 갈지 싸울지 정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는 플레이어가 한 걸음 움직일 때 같이 한 걸음 움직입니다. 이 규칙 덕분에 몬스터를 피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퍼즐이 됩니다.
도구를 쓰는 법
주인공은 여행하면서 여러 도구를 얻습니다. 활, 폭탄, 갈고리, 삽, 손 모양 도구 같은 것들입니다. 각 도구는 전투가 아니라 던전을 풀기 위한 것입니다.
활은 멀리 있는 스위치를 누르고, 폭탄은 금이 간 벽과 특정 블록을 부수고, 갈고리는 건널 수 없는 틈 너머로 몸을 당깁니다. 새 도구를 얻을 때마다 이전에 지나쳤던 곳이 다시 열리기도 합니다.
도구는 필드에서도 씁니다. 화살로 멀리 있는 몬스터를 잠시 굳혀 두고 지나가거나, 폭탄으로 길을 여는 식입니다. 전투를 피하고 싶을 때 요긴합니다.
캡슐 몬스터
동료로 데리고 다니는 캡슐 몬스터라는 요소도 있습니다. 파티원과 별개로 한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데, 직접 명령할 수는 없고 알아서 싸웁니다.
이 몬스터들은 먹이를 주면 성장합니다. 쓰지 않는 장비나 아이템을 먹이로 주면 단계가 오르고, 모습과 기술이 바뀝니다. 각 캡슐 몬스터마다 속성이 달라서, 어떤 던전에서는 특정 속성을 데려가는 편이 유리합니다.
육성에 손이 가는 만큼 애착이 생기는 부분입니다. 진행에 꼭 필요하진 않지만 키워 두면 전투가 확실히 편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첫 번째는 던전 퍼즐입니다. 막히면 대개 지금 가진 도구 중 하나를 안 써 본 것입니다. 방 안의 모든 요소에 도구를 하나씩 대 보면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상자를 잘못 밀어 되돌릴 수 없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 게임에는 방을 초기화하는 수단이 있으니, 꼬였다 싶으면 그것부터 찾아 쓰세요. 처음부터 다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 번째는 전투를 무조건 피하는 것입니다. 몬스터가 보이니 다 피해 갈 수 있지만, 그러면 레벨이 안 올라 보스에게서 막힙니다. 적당히 잡으면서 가는 게 좋습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전작이 평범한 롤플레잉에 가까웠다면, 이 작품은 던전 설계에 힘을 실어 성격이 뚜렷해졌습니다. 그래서 시리즈 중에서도 이 편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야기도 결말이 인상적입니다. 전작을 먼저 하고 이쪽을 하면 앞뒤가 맞물리며 감정이 배가됩니다. 물론 이 작품만 해도 완결된 이야기로 즐길 수 있습니다.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롤플레잉을 잘 안 하더라도 붙잡아 볼 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