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마블 매드니스 마스터시스템판

마블 매드니스 (Marble Madness Europe) · 1992 · Virgin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구슬 하나로 만든 명작

주인공도 없고 무기도 없고 적을 쓰러뜨리는 일도 없습니다. 화면에 있는 것은 구슬 하나와 비스듬히 기울어진 길뿐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설정이 80년대 아케이드에서 손꼽히는 게임 중 하나를 만들어 냈습니다. 마블 매드니스는 굴러가는 구슬을 조종한다는 감각 하나로 승부한 게임입니다.

마블 매드니스(Marble Madness)는 1984년 아케이드에서 나와 여러 기종으로 이식된 액션 퍼즐 게임이고, 이 버전은 그 마스터시스템 이식판입니다.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 기울어진 지형, 시간 제한이 이 게임의 전부이자 핵심입니다.

마블 매드니스 마스터시스템판 액션 게임 화면 1 - 마스터 시스템 (1992)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목표는 단순합니다. 코스 시작점에 놓인 구슬을 끝점까지 굴려 보내면 됩니다. 방향키로 구슬에 힘을 주면 구슬이 그 방향으로 굴러가고, 지형의 경사에 따라 저절로 미끄러지기도 합니다.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남은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실패이고, 코스를 빨리 통과할수록 남은 시간이 다음 코스로 넘어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슬이 관성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방향키를 놓아도 구슬은 계속 굴러갑니다. 멈추려면 반대 방향으로 힘을 줘야 하고, 그 조작이 늦으면 그대로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집니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캐릭터를 정확한 좌표에 세우는 조작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처음에는 애를 먹습니다.

코스에는 낭떠러지, 좁은 다리, 경사로, 그리고 구슬을 방해하는 것들이 배치돼 있습니다. 이들을 피하고 지나가면서 시간까지 아껴야 하니, 안전하게 갈 것인가 빠르게 갈 것인가를 매 구간 선택하게 됩니다.

마블 매드니스 마스터시스템판 액션 게임 화면 2 - 마스터 시스템 (1992)

초보자가 가장 많이 죽는 방식

압도적으로 많은 사인은 낭떠러지 추락입니다. 그것도 적에게 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속도를 못 이겨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게임의 첫 번째 교훈은 가속을 아끼는 것입니다. 방향키를 계속 누르고 있으면 속도가 계속 붙습니다. 좁은 길에 들어서기 전에는 미리 손을 떼고, 필요하면 반대 방향으로 짧게 눌러 속도를 죽여야 합니다.

두 번째로 흔한 실수는 시점 착각입니다. 화면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어서, 위쪽 방향키를 누르면 구슬이 화면 기준으로 대각선 위로 굴러갑니다. 머릿속의 방향과 화면의 방향이 어긋나기 때문에 처음 몇 분은 계속 엉뚱한 데로 굴러갑니다. 이 감각은 설명으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익히는 것이라, 처음 코스를 몇 번 반복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는 시간 욕심입니다. 시간이 다음 코스로 이월되니 빨리 가려는 유혹이 큰데, 서두르다 떨어지면 시간을 더 잃습니다. 초반 코스에서는 무리하지 말고 확실히 통과하며 감각을 쌓는 편이 결국 멀리 갑니다.

아케이드판과 이식판의 거리

아케이드 원판은 전용 트랙볼로 조작했습니다. 손바닥으로 공을 굴리면 화면 속 구슬이 그대로 굴러가는 구조라, 조작과 화면이 감각적으로 하나였습니다. 이 게임이 아케이드에서 특별했던 이유의 상당 부분이 그 입력 장치에 있었습니다.

가정용 이식판들은 그 트랙볼을 방향키로 바꿔야 했습니다. 이건 근본적으로 손해 보는 번역입니다. 아날로그로 미세하게 조절하던 힘을 여덟 방향의 켜고 끄기로 대신해야 하니, 원판의 부드러움이 그대로 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식판들은 대체로 원판보다 조작이 뻣뻣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마스터시스템판은 8비트 기기의 성능 안에서 코스와 시점을 재현했습니다. 화면의 색과 세밀함은 아케이드에 미치지 못하지만, 기울어진 지형 위를 구슬이 굴러가는 감각 자체는 살아 있습니다.

이 게임이 남긴 것

마블 매드니스는 이후 수많은 게임에 영향을 남겼습니다. 구슬을 굴려 코스를 통과한다는 아이디어는 이후 여러 기기에서 반복해서 되살아났고, 3차원 기울기 조작을 다루는 게임들의 원형처럼 이야기됩니다. 캐릭터도 서사도 없이 물리 감각 하나만으로 게임이 성립한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이 게임은 짧습니다. 아케이드 게임답게 코스 수가 많지 않고, 익숙해지면 통과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대신 얼마나 빨리 통과하느냐로 계속 다시 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한국에서는

국내에서 이 게임은 아케이드 기판보다 가정용 이식판과 PC판을 통해 알려진 쪽에 가깝습니다. 트랙볼이 달린 원판 기계를 실제로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키보드나 패드로, 즉 원판이 의도한 것과 다른 조작으로 이 게임을 처음 만났습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 보는 것도 같은 조건입니다. 방향키로 굴러가는 구슬을 다루면서, 왜 이 게임이 트랙볼을 썼는지를 몸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 오히려 재미있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