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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랜드

마블랜드 (Marvel Land Us) · 1989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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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을 통째로 스테이지로 만든 게임

오락실 화면에서 회전목마가 실제로 돌고, 관람차가 통째로 기울고, 커다란 인형탈 같은 보스가 관절을 꺾으며 다가오던 게임이 있었습니다. 배경이 놀이공원인 게임은 그 전에도 있었지만, 놀이기구가 배경 그림이 아니라 밟고 올라타는 지형으로 살아 움직인 작품은 흔치 않았습니다. 화면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뒤에 서서 남이 하는 것을 구경하게 되는 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이 딱 그랬습니다.

마블랜드(Marvel Land)는 남코가 만든 횡스크롤 액션입니다. 주인공은 마왕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하러 나선 작은 왕자 탈미트이고, 무대는 마왕이 차지해 버린 거대한 놀이공원입니다. 플레이어는 놀이공원의 구역을 하나씩 통과하며 적을 밟고 차고, 발판을 타고 올라가 구역 끝의 보스를 쓰러뜨립니다.

마블랜드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밟고, 붙잡고, 던집니다

조작은 이동과 점프로 시작하지만, 밟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적을 위에서 밟으면 곧바로 터지는 것이 아니라 잠깐 멈칫하는 상태가 되고, 그 상태의 적을 다시 걷어차면 앞으로 날아가면서 다른 적까지 쓸어 버립니다. 하나씩 밟아 없애는 것보다 줄지어 선 적을 한 번에 밀어 버리는 쪽이 훨씬 이득이라, 자연스럽게 적의 배치를 보고 각을 재게 됩니다.

발판 구성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회전하는 놀이기구 위에 올라타서 위치가 통째로 바뀌는 구간, 아래로 떨어지면 되돌아올 수 없는 구간이 섞여 있어서, 무작정 앞으로 달리면 어이없이 아래로 빠집니다. 놀이기구가 어느 방향으로 도는지, 언제 발판이 내 쪽으로 오는지를 한 박자 기다렸다가 뛰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기입니다.

마블랜드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9)

남코가 그림으로 자랑하던 시기

1989년의 남코는 오락실 기판으로 보여 줄 수 있는 표현력을 한창 밀어붙이던 시기였습니다. 스프라이트를 확대하고 축소하고 회전시키는 기능을 놀이공원이라는 소재에 그대로 쏟아부었기 때문에, 회전하는 구조물과 커다랗게 다가오는 보스가 당시 기준으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색도 아주 과감하게 썼습니다. 같은 시기 오락실 게임 상당수가 어둡고 무거운 톤이었던 것과 달리, 이 게임은 분홍과 하늘색과 노랑을 겁 없이 늘어놓습니다. 덕분에 액션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도 화면만 보고 한 판 넣어 보게 되는, 이른바 흡입력이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보스와 구간 구성

각 구역의 끝에는 그 구역의 테마를 그대로 뒤집어쓴 보스가 나옵니다. 덩치가 큰 대신 움직임에 명확한 순서가 있어서, 몇 번 죽어 보면 언제 접근하고 언제 물러나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무작정 붙어서 밟으려 하면 반격에 맞기 쉬우므로, 상대가 한 동작을 끝내고 잠깐 멈추는 틈을 노리는 것이 정석입니다.

구간 사이사이에는 짧은 보너스 성격의 구간이 끼어 있어 숨을 돌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점수와 잔기 관련 요소를 챙겨 두면 뒤쪽 구간이 훨씬 편해지므로, 실력이 붙기 전에는 보너스 구간을 확실히 챙기고 가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이 게임에서 초보자가 가장 크게 손해 보는 지점은 시간입니다. 화면이 예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제한 시간에 쫓기게 되고, 쫓기기 시작하면 발판 타이밍을 기다리지 못하고 뛰어들다가 그대로 아래로 떨어집니다. 예쁜 것은 나중에 보고, 일단은 발판이 오는 주기를 세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또 하나는 적을 밟은 뒤의 처리입니다. 밟아서 멈칫하게 만들어 놓고 그냥 지나치면 적이 곧 다시 일어나 뒤통수를 칩니다. 밟았으면 반드시 차서 치워 버리는, 두 동작을 한 묶음으로 익혀 두면 사망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국내에서의 자리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대전 격투나 슈팅만큼 줄이 서던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화면이 워낙 밝고 캐릭터가 귀여워서 어린 손님이 많은 문방구 앞 오락기나 동네 오락실에서 종종 볼 수 있었고, 형들이 하는 어려운 게임 대신 붙잡고 있기 좋은 게임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중에 가정용 기기로도 옮겨졌지만, 확대와 회전을 그대로 살린 오락실 화면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원판 쪽이 늘 더 화려하게 남아 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조작 자체는 요즘 기준으로도 순한 편이라, 옛날 액션 게임의 감각을 알아보기에 알맞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