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쇼노야카타 가바린
마쇼노야카타 가바린 (Mashou no Yakata Gabalin) · 1987 · Pony Can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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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한 채가 통째로 무대입니다
이 게임을 처음 켜면 화면이 어둡습니다. 밝은 초원이나 우주 공간에서 시작하는 여느 MSX 게임과 달리, 여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택 안입니다. 창문 하나 없는 복도, 똑같이 생긴 문이 늘어선 벽, 그리고 그 문을 열 때마다 튀어나오는 것들. 무대가 좁다는 게 단점이 아니라 이 게임의 정체성입니다. 넓은 세계를 보여줄 수 없던 시절의 하드웨어가, 오히려 갇힌 공간의 답답함을 만들어내는 데는 딱 맞았던 셈입니다.
제목의 마쇼노야카타는 우리말로 옮기면 마물의 저택쯤 됩니다. 저택에 들어간 주인공이 그 안을 돌아다니며 살아 나가는 것이 전부이고, 그래서 이 게임을 설명하는 데는 긴 줄거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마쇼노야카타 가바린(Mashou no Yakata Gabalin)은 옆에서 본 화면을 좌우로 움직이며 진행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을 조작해 저택 안을 돌아다니고, 나타나는 적을 공격해 물리치고, 막힌 길을 여는 수단을 찾아 앞으로 나아갑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방향키로 좌우로 걷고 위아래로 사다리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버튼으로 공격하고 뛰어오릅니다. MSX 시절의 액션 게임이 대개 그렇듯 버튼이 둘뿐이라 외울 것이 없습니다. 대신 그 두 개를 언제 누르느냐가 전부입니다. 적이 다가오는 순간에 맞춰 때릴지, 한 발 물러서서 거리를 벌릴지가 매 순간의 판단입니다.
한 판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방에 들어가면 적이 있고, 그 적을 처리하거나 피해 반대편 출구까지 갑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템을 줍고, 그 아이템이 다음 구역의 열쇠가 됩니다. 길을 외우고,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것이 실력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이런 형태의 게임에서 초보자가 가장 많이 죽는 이유는 욕심입니다. 적을 전부 잡으려 들면 반드시 맞습니다. MSX의 액션 게임은 대체로 체력이 넉넉하지 않고, 한 번의 접촉이 크게 아픕니다. 잡을 필요가 없는 적은 지나가는 것이 정답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로 막히는 곳은 길입니다. 저택 안이 다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방금 지나온 방인지 새 방인지 헷갈립니다. 이럴 때는 종이에 대충이라도 지도를 그려 두는 편이 빠릅니다. 그 시절 이런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실제로 하던 방법이고, 지금 해도 여전히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어느 방에서 어느 문으로 나갔는지만 적어 두어도 헤매는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세 번째는 아이템입니다. 뭔가를 주웠는데 쓸 데를 모르겠다면, 아직 그 아이템이 필요한 곳에 도달하지 않은 것입니다. 들고 다니다가 막힌 곳을 만나면 하나씩 시험해 보는 것이 이런 게임의 정석입니다.
그 시절 MSX와 포니 캐년
1987년의 MSX는 일본 가정에서 꽤 흔한 물건이었고, 한국에서도 대우 아이큐 같은 이름으로 팔리던 기종이었습니다. 오락실 기판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카트리지 하나 꽂으면 바로 켜지는 편리함이 있었고, 그래서 오락실 대작보다는 이런 소품 같은 게임이 많이 나왔습니다.
포니 캐년은 원래 음반과 영상을 다루던 회사입니다. 게임 회사로 출발한 곳이 아니라 미디어 회사가 게임 시장에 발을 담근 경우인데,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이런 회사가 적지 않았습니다. 게임이 돈이 된다는 것이 확인되자 출판사, 음반사, 완구 회사가 저마다 소프트웨어를 내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 게임은 완성도의 편차가 큽니다. 어떤 것은 놀랄 만큼 잘 만들었고, 어떤 것은 급하게 만든 티가 납니다.
지금 다시 해 볼 만한 이유
이 게임은 당대에도 크게 알려진 작품은 아닙니다.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한국에서 널리 돌던 물건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해 볼 만한 이유가 있다면, 이런 게임이 그 시절 게임의 평균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8비트 시절은 대개 유명한 몇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시절 사람들이 만지던 것의 대부분은 이런 게임이었습니다. 화면 한두 개 분량의 아이디어를 반복으로 늘리고, 그 안에서 나름의 재미를 만들어내려 애쓴 흔적이 보이는 소품들 말입니다. 30분쯤 붙잡고 있으면 그 시절의 감각이 꽤 정확하게 돌아옵니다.
무엇보다 짧습니다. 요즘 게임처럼 수십 시간을 요구하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결말까지 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잠깐 들여다보기에 부담이 없다는 점이, 이런 오래된 소품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