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린스 머니 메이즈
멀린스 머니 메이즈 (Merlins Money Maze) · 1986 · Zilec-Zenitone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팩맨이 만들어 놓은 미로라는 형식은 80년대 내내 수많은 변형을 낳았습니다. 화면 하나에 통로를 그려 놓고, 그 안에 먹을 것과 쫓아오는 것을 배치하면 게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멀린스 머니 메이즈는 그 계보의 후반부에 놓인 작품입니다. 이름에 마법사 멀린이 들어가고, 미로 안에 놓인 것이 점이 아니라 돈과 보물이라는 점에서 자기 색을 냈습니다.
멀린스 머니 메이즈(Merlins Money Maze)는 미로처럼 얽힌 화면 안에서 캐릭터를 조작해 흩어진 것들을 모으는 액션 게임입니다. 조작은 4방향 레버로, 위아래와 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미로 안에는 플레이어를 쫓아오는 적들이 돌아다니고, 잡히면 목숨이 줄어듭니다. 화면에 놓인 것을 다 모으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고, 판이 넘어갈수록 미로 모양과 적의 수가 달라집니다.
미로 게임을 잘하는 법
미로 게임은 반사신경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길 찾기 게임입니다.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손이 빠른 데서 나오지 않고, 다음에 갈 길을 몇 걸음 앞서 정해 두느냐에서 나옵니다. 초보는 눈앞의 갈림길에서 그때그때 결정하다 막다른 곳으로 들어가고, 익숙한 사람은 애초에 막다른 길로 들어가지 않는 경로를 고릅니다.
두 번째 원칙은 적과 같은 통로에 오래 있지 않는 것입니다. 4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구조에서는 같은 직선 통로 안에 적과 함께 있으면 도망갈 방향이 앞뒤 둘뿐입니다. 반대로 갈림길 근처에 있으면 선택지가 서너 개로 늘어납니다. 그래서 위험해 보이는 상황에서는 무조건 갈림길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원칙입니다.
세 번째는 순서입니다. 화면에 있는 것을 다 모아야 판이 끝나므로, 가장 먼저 손대야 할 곳은 나중에 가기 어려워질 자리입니다. 미로 구석이나 적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에 있는 것을 초반에 정리해 두고, 안전한 곳에 있는 것은 뒤로 미루는 편이 좋습니다. 마지막에 남은 하나가 하필 적 소굴 한복판에 있으면 그 판은 대개 거기서 끝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자주 죽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막다른 길입니다. 미로 안에는 들어가면 나오는 길이 하나뿐인 구간이 있고, 거기 놓인 것을 먹으려다 입구에서 적을 만나면 빠져나올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자리에 들어가기 전에 적의 위치를 한 번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방향 전환의 타이밍입니다. 4방향 조작에서는 갈림길 한복판을 지나칠 때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늦게 레버를 꺾으면 그대로 직진해 버립니다. 그래서 꺾을 자리를 눈으로 확인하고 미리 레버를 밀어 두는 식으로 조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세 번째는 욕심입니다. 목숨이 하나 남았는데 굳이 위험한 자리의 것을 먹으러 가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판을 넘기는 것과 점수를 올리는 것은 다른 목표고, 목숨이 얼마 안 남았을 때는 판을 넘기는 쪽을 택하는 것이 결국 점수도 더 잘 나옵니다.
80년대 중반의 영국 아케이드
이 게임을 만든 곳은 영국에서 활동하던 소규모 아케이드 제조사입니다. 80년대 중반 아케이드 시장은 일본과 미국 회사가 주도했지만, 유럽에도 자기 지역 오락실에 기판을 대던 작은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큰 회사와 정면으로 붙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미 검증된 형식을 가져와 소재와 분위기를 바꾸는 전략을 많이 썼습니다.
미로 게임은 그런 선택에 적합한 형식이었습니다. 화면 하나로 완결되니 개발 부담이 적고, 규칙 설명이 필요 없어 어느 나라 오락실에 놓아도 통했습니다. 멀린이라는 마법사를 앞세우고 보물을 모으게 한 것은, 같은 구조에 다른 옷을 입히는 흔한 방식이면서도 화면을 한눈에 이해되게 만드는 실용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지금 해 볼 만한 이유
이런 게임은 오래 붙잡는 대신 짧게 여러 번 하기에 좋습니다. 한 판이 몇 분이면 끝나고, 죽어도 바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규칙을 설명받을 필요도 없이 화면만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문턱이 낮습니다.
익숙해지면 목표를 바꿔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한 판을 넘기는 것, 그다음에는 목숨을 안 잃고 넘기는 것, 나중에는 얼마나 빠르게 정리하는지로 옮겨갑니다. 미로의 모양이 몸에 익으면 화면을 거의 안 보고도 손이 먼저 움직이게 되는데, 그 상태가 되었을 때가 이 장르가 가장 재미있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