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로 매니아 슈퍼패미컴판
메가 로 매니아 (Mega Lo Mania Europe En Fr de) · 1993 · Ima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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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도끼를 든 부족에게 명령을 내려 섬 하나를 차지하게 만들고, 다음 시대로 넘어가면 그 부족이 활을 들고, 또 넘어가면 대포를 끌고 나옵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손에 쥔 무기가 통째로 달라지는 이 구조가, 이 게임을 한 번 잡으면 다음 시대까지만 보고 끄자는 생각을 계속 미루게 만듭니다.
메가 로 매니아(Mega lo Mania)는 섬을 무대로 부족을 지휘해 상대 세력을 몰아내는 전략 게임입니다. 사람을 어디에 배치할지 정하고, 기술을 연구해 더 나은 무기를 만들고, 군대를 보내 상대 거점을 치는 것이 한 판의 뼈대입니다. 마우스로 하던 컴퓨터 게임을 패드로 옮겨 온 이식작이라, 조작 방식이 이 기종 나름대로 다시 짜여 있습니다.
한 판이 돌아가는 구조
시작하면 섬 지도가 나오고, 그 안의 한 구역에 자기 부족이 놓입니다. 여기서 할 일은 크게 셋입니다. 사람을 나눠 배치하는 일, 기술을 연구하는 일, 군대를 내보내는 일입니다. 이 셋 사이에서 인원을 어떻게 쪼개느냐가 곧 전략입니다.
연구에 사람을 많이 넣으면 좋은 무기가 빨리 나오지만 당장 싸울 병력이 모자랍니다. 반대로 병력에만 몰아넣으면 상대가 더 좋은 무기를 들고 나왔을 때 감당이 안 됩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상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 이 저울질이 판마다 다르게 흘러갑니다.
기술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다음 시대로 넘어갑니다. 돌과 나무로 싸우던 단계에서 금속으로, 다시 화약으로, 나중에는 그보다 한참 앞선 것까지 이어집니다. 시대가 바뀌면 쓸 수 있는 무기와 건물이 갈아엎어지듯 바뀌기 때문에, 앞 시대에 익힌 요령이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막히고 어떻게 넘기나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겪는 실패는 인원 배분을 잘못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빠른 쪽은 병력이라 자꾸 그쪽으로 몰게 되는데, 그러면 두어 판 안에 무기 격차로 밀립니다. 초반에는 연구 쪽에 넉넉히 넣어 두고 무기 단계를 한 칸 올린 뒤에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또 하나는 전선을 너무 넓게 벌리는 것입니다. 구역을 여러 곳에 동시에 걸치면 어느 쪽도 충분한 인원을 못 받아 전부 어정쩡해집니다. 한 곳을 확실히 굳히고 그다음으로 넘어가는 쪽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난이도는 시대가 올라갈수록 가파르게 오릅니다. 상대 세력이 여럿으로 늘어나고, 이들이 동시에 압박해 오기 때문입니다. 후반 섬에서는 한 수 늦게 대응한 것이 그대로 판 전체를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패드로 옮겨 오면서
원래 이 게임은 마우스로 아이콘을 콕콕 짚어 가며 하는 물건이었습니다. 명령 하나를 내리는 데 필요한 클릭이 적지 않은데, 이것을 패드의 방향키와 버튼으로 옮기면 아무래도 손이 더 갑니다. 커서를 원하는 항목까지 밀고 가는 시간이 매번 붙습니다.
그래서 이 이식판은 조작이 조금 느긋합니다. 다만 이 게임이 반사신경을 겨루는 종류가 아니라 판단을 겨루는 종류라, 이 느림이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다음 수를 생각할 시간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면도 있습니다. 화면 구성도 가정용 텔레비전에서 읽히도록 손을 봐서,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들과 견주면
이 시기 전략 게임 중에는 지도를 넓게 펼쳐 놓고 도시를 키우는 쪽이 많았습니다. 이 게임은 그런 것들과 달리 무대가 섬 단위로 좁게 끊겨 있고, 한 판이 비교적 짧게 끝납니다. 대신 그 짧은 판 안에서 시대가 여러 번 바뀌기 때문에 밀도가 높습니다.
부하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기보다 큰 방향만 정해 주고 결과를 지켜보는 방식도 특징입니다. 개별 병사를 하나하나 조종하는 게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처음에 답답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판 전체를 위에서 굴리는 감각이 붙습니다. 만든 곳은 이 시기 유럽에서 개성 있는 게임을 여럿 내놓던 제작진이고, 그 특유의 가벼운 유머와 과감한 구조가 이 작품에도 묻어 있습니다.
국내에서
한국에서 이 게임은 널리 알려진 편이 아닙니다. 유럽 쪽에서 만들어져 그쪽 시장을 중심으로 풀린 작품이고, 화면의 글이 전부 영어인 데다 전략 게임 자체가 당시 가정용 기기에서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런 종류를 좋아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평이 좋았습니다. 규칙을 이해하고 나면 판마다 다른 선택을 시험해 볼 수 있고, 같은 섬을 다시 해도 배분을 바꾸면 흐름이 달라집니다. 짧은 시간에 한 판을 끝낼 수 있으면서 생각할 거리는 충분한, 균형이 잘 잡힌 전략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