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기어 솔리드 (게임보이컬러)
메탈기어 솔리드 (Metal Gear Solid Europe En Fr de Es It) · 2000 · Konam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휴대기 이식판이라고 하면 대개 원작을 줄여 놓은 축소판을 떠올립니다. 이 게임은 그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은 쪽입니다. 게임보이 컬러라는 작은 기계 위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잠입 액션을 거의 손상 없이 옮겨 놓았을 뿐 아니라 이야기와 구성까지 따로 짜 넣었습니다. 지금도 휴대기 이식의 모범 사례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작품입니다.
메탈기어 솔리드(Metal Gear Solid)는 게임보이 컬러로 나온 잠입 액션 게임입니다. 적의 시야를 피해 기지 안을 돌아다니며 목표 지점까지 나아가는 것이 기본이고, 총으로 정면 돌파하는 대신 들키지 않는 쪽에 훨씬 큰 보상이 주어집니다. 콘솔판이 입체 화면으로 옮겨 간 뒤에 나온 작품이지만, 화면 방식은 시리즈 초기의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들키지 않는 것이 규칙
이 게임의 핵심은 적 병사 하나하나가 어디를 보고 있느냐입니다. 화면에는 병사가 보는 범위가 표시되고, 그 범위 안에 들어가면 곧바로 발각됩니다. 그래서 움직이기 전에 먼저 멈춰서 순찰 경로를 지켜보는 것이 몸에 배어야 합니다. 병사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몇 초, 등을 돌리고 멀어지는 몇 초를 세어 두면 언제 건너갈 수 있는지가 보입니다.
벽에 등을 붙이고 모퉁이에서 살짝 내다보는 동작도 자주 쓰게 됩니다. 무턱대고 방에 들어섰다가 마주치는 것보다, 벽 뒤에서 안쪽 상황을 먼저 확인하고 들어가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소리도 신경 써야 합니다. 뛰어다니면 빠르지만 발소리가 나고, 어떤 바닥은 밟을 때 특히 소리가 커집니다.
발각되면 경보가 울리고 병사들이 몰려옵니다. 이때 정면으로 싸우는 것은 대개 손해입니다. 시야에서 벗어나 숨을 곳을 찾고 경보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이 물러섬을 배우는 것이 이 시리즈를 하는 방법 자체입니다.
도구를 갈아 끼우며 푸는 길
잠입만으로 모든 문이 열리지는 않습니다. 진행하면서 얻는 장비들이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줍니다. 어떤 장비는 잠긴 문을 열어 주고, 어떤 장비는 적의 위치를 알려 주며, 어떤 장비는 소리를 내 병사를 다른 쪽으로 유인합니다. 막힌 것 같은 지점에 부딪혔다면 지금 가진 도구 목록을 한 번 훑어보는 것이 대개 답입니다.
이 구조 덕에 이 게임은 순수한 액션이라기보다 퍼즐에 가까운 성격을 띱니다. 방 하나가 문제고, 병사 배치와 지형과 내 장비가 그 문제의 조건입니다. 여러 번 죽어 가며 배치를 파악하고 마침내 한 번에 통과했을 때의 만족감이 이 게임이 주는 가장 큰 보상입니다.
무전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시리즈의 특징인 무전 대화도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진행 중 특정 지점에서 통신을 걸면 상황 설명이나 조언이 나오는데, 막혔을 때 힌트를 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길을 못 찾겠다 싶을 때 통신을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은 언제나 해 볼 만한 일입니다.
작은 화면의 텍스트로 진행되는 이야기지만 분량이 적지 않고, 초상화와 대사만으로 인물을 세워 놓습니다. 휴대기로 이야기가 있는 게임을 한다는 감각이 아직 낯설던 시기에 나온 작품이라, 이 정도 밀도를 카트리지에 담았다는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인상적인 일이었습니다.
작은 기계로 옮긴 큰 시리즈
2000년 전후는 거치형 기계의 간판 시리즈를 휴대기로 옮기려는 시도가 여럿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대부분은 그래픽을 줄이고 내용을 덜어 낸 요약판에 그쳤고, 그래서 원작을 아는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 작품은 그 길을 택하지 않고 하드웨어에 맞는 시점과 구성을 새로 골라잡았습니다.
국내에서도 게임보이 컬러 시절 카트리지를 돌려 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평이 좋았던 축입니다. 액션 게임이 쏟아지던 그 기계에서 숨어 다니는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드물었고, 한 방을 어떻게 통과할지 궁리하게 만드는 성격이 다른 게임들과 확연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잡아 봐도 그 짜임새는 그대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