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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즈 페어

몬스터즈 페어 (Monster S Fair) · 1986 · To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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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영화를 만든 그 회사가 직접 게임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이 갑니다. 그런데 더 뜻밖인 건 주인공이 고질라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건 알에서 막 깨어난 모스라 유충입니다. 그 거대한 나방의 애벌레 상태로, 화면에 등장하는 온갖 괴수들 사이를 기어다녀야 합니다.

몬스터즈 페어(Monster's Fair)는 소인 요정들이 비행접시에 붙잡혀 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MSX 액션 게임입니다. 모스라 유충이 알을 깨고 나와, 실을 뿜어 적을 굳히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위아래 좌우로 이동하며 화면이 위로 넘어가는 방식인데, 한 번 올라간 화면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몬스터즈 페어 액션 게임 화면 1 - MSX (1986)

실을 뿜는다는 무기

모스라의 공격 수단은 실입니다. 이걸 맞은 괴수는 그 자리에 굳어 움직이지 못합니다. 다만 아무에게나 통하지는 않습니다. 고질라나 메카고질라, 헤도라 같은 이름값 있는 괴수들과 보스급 상대에게는 실이 먹히지 않습니다. 화면에 그런 것들이 등장하면 굳혀서 처리할 생각을 버리고 피해서 지나가야 합니다.

일반 적은 다섯 번 때리면 쓰러집니다. 그런데 몸이 닿아도 적은 죽습니다. 문제는 그때 이쪽도 같이 다친다는 것입니다. 모스라가 견딜 수 있는 타격은 다섯 번뿐이고 목숨은 셋뿐이니, 몸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오래 못 갑니다. 거리를 두고 실을 뿜는 쪽이 기본입니다.

숨겨진 회복 아이템이 있는데, 이것도 실을 쏴야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니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자리에도 한 번씩 실을 뿌려 보는 게 손해가 아닙니다. 체력이 반쯤 깎였을 때 이걸 찾아내느냐 못 찾느냐가 그 판의 수명을 가릅니다.

몬스터즈 페어 액션 게임 화면 2 - MSX (1986)

되돌아갈 수 없는 화면

이 게임에서 초보자가 가장 자주 당하는 게 화면 잠김입니다. 위로 한 번 올라가면 아래쪽으로 다시 내려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템이나 길을 놓친 채 위로 올라가 버리면 그걸로 끝입니다. 되돌아가서 챙길 수가 없습니다.

요령은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화면 하나에 들어가면 좌우 끝까지 훑고, 실을 몇 번 뿌려 숨은 것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에 위로 올라갑니다. 위쪽으로 밀리듯 진행하다 보면 놓치는 게 계속 쌓이고, 나중에 체력이 부족해질 때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피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화산은 돌을 뿜는데, 이건 아예 파괴가 안 됩니다. 실을 쏴 봐야 소용없으니 발사 간격을 보고 타이밍을 맞춰 지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무적 장애물 구간에서는 공격 버튼에서 손을 떼고 움직임에만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점수를 목표로 하는 구조

이 게임에는 명확한 결말보다 점수 쌓기가 앞에 있습니다. 일정 점수를 넘기면 목숨이 하나 늘어나니, 잡을 수 있는 적을 부지런히 잡는 것이 곧 생존과 직결됩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적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처리하고 가는 편이 결과적으로 이득입니다.

모스라는 처음부터 그 큰 나방 모습이 아닙니다. 유충으로 시작해서 게임 후반에 가서야 성충으로 변합니다. 여기까지 가는 것이 이 게임의 사실상의 목표이고, 화면 안의 작은 애벌레가 마침내 날개를 얻는 순간이 이 게임이 준비한 가장 큰 보상입니다.

그전까지는 기어다니는 애벌레의 답답함을 견뎌야 합니다. 이동이 빠르지 않고 공격도 시원하지 않습니다. 이 답답함 자체가 의도된 설계라고 보면 게임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괴수 판권 게임이라는 자리

1980년대에는 영화사나 방송사가 직접 게임 시장에 발을 들이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도호가 내놓은 이 게임도 그런 사례입니다. 자기네가 가진 괴수 캐릭터들을 한 화면에 모아 놓았다는 것만으로도 당시 팬들에게는 볼거리가 됐습니다.

다만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그 시절 판권 게임 특유의 거친 면을 그대로 안고 있습니다. 조작이 뻣뻣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이 게임을 찾아보는 사람이 있는 건, 모스라를 직접 조종해 볼 수 있는 게임이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MSX가 돌던 시절 이 게임이 널리 알려졌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괴수 영화가 텔레비전 특선으로 자주 나오던 때라, 화면 속 그 실루엣을 알아보는 사람은 있었습니다. 지금 켜 보면 그 시절 괴수물의 분위기가 8비트 화면에 어떻게 옮겨졌는지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