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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2 플레이스테이션

문명 2 (Civilization Ii) · 1998 · Acti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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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만 더 하다가 날이 밝는 게임

이 게임을 해 본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돌아다니는 농담이 있습니다. "한 턴만 더" 하다가 창밖이 밝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시간 감각을 지우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다음 도시가 세워질 때까지, 다음 기술이 나올 때까지, 저 야만족 무리만 정리할 때까지 하고 미루다 보면 어느새 수백 턴이 지나 있습니다.

원래는 개인용 컴퓨터 게임이었지만 플레이스테이션으로도 옮겨 왔습니다. 마우스 없이 패드로 하는 전략 게임이 되겠느냐는 의심이 있었는데, 실제로 해 보면 커서 이동과 단축 조작이 잘 정리되어 있어 소파에 앉아 몇 시간씩 붙잡기에는 오히려 편한 구석이 있습니다.

문명 2 플레이스테이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8)

어떤 게임인가

문명 2(Civilization II)는 기원전 4000년에 정착민 몇 명으로 시작해서 도시를 세우고, 기술을 연구하고, 이웃 문명과 싸우거나 교류하면서 자기 문명을 근대까지 끌고 가는 턴제 전략 게임입니다. 화면은 타일로 나뉜 지도이고, 한 턴에 자기 유닛을 모두 움직인 다음 턴을 넘기면 상대 문명들이 움직입니다.

승리하는 길은 크게 둘입니다. 다른 문명을 전부 정복하거나, 우주선을 만들어 알파 켄타우리로 먼저 보내는 것입니다. 어느 쪽을 노리든 중간 과정은 비슷합니다. 도시를 늘리고, 식량과 생산과 연구의 비율을 조절하고, 도로와 관개로 땅의 생산력을 끌어올립니다.

시작 스무 턴이 판을 정한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겪는 실패는 첫 도시를 아무 데나 세우는 것입니다. 강 옆이나 해안, 그리고 주변에 밀과 광물 타일이 섞여 있는 자리가 좋습니다. 강 옆은 초반부터 교역이 붙고 나중에 위생 문제도 덜합니다. 정착민을 데리고 두세 칸 더 걸어가서 좋은 자리를 찾는 편이, 급하게 세워서 백 턴을 손해 보는 것보다 낫습니다.

두 번째로 자주 하는 실수는 도시를 적게 세우는 것입니다. 이 게임에서 도시 수는 곧 국력입니다. 초반에는 병력보다 정착민을 계속 뽑아 땅을 넓히는 쪽이 거의 항상 이득입니다. 다만 도시가 늘면 불만이 커지므로, 사원과 오락 배분으로 폭동을 막는 관리가 함께 따라와야 합니다.

세 번째는 정부 형태를 바꾸지 않는 것입니다. 전제정으로 끝까지 가면 생산이 막힙니다. 군주제나 공화정으로 넘어가는 시점을 잡는 것이 중반 운영의 핵심입니다. 공화정은 교역이 크게 늘어 연구가 빨라지지만 전쟁을 오래 끌면 국민이 등을 돌립니다.

불가사의와 기술 나무

이 게임의 큰 재미 하나가 세계 불가사의입니다. 피라미드, 만리장성, 아이작 뉴턴의 대학 같은 것들을 한 문명이 하나씩만 지을 수 있고, 각각 상당히 센 효과를 줍니다. 남이 먼저 완성해 버리면 그동안 부은 생산이 헛돈이 되므로, 어느 것을 노릴지 미리 정하고 달려야 합니다.

기술 나무는 앞뒤가 촘촘히 엮여 있습니다. 문자에서 문헌으로, 거기서 철학과 공화정으로 이어지는 초반 줄기를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백 턴 뒤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무작정 군사 기술만 파면 뒤에 가서 상대의 대포와 소총 앞에서 창병이 녹아내리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전쟁과 외교

전투는 단순해 보이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방어 유닛이 지형과 도시 성벽 보정을 크게 받기 때문에, 공격력만 믿고 산 위 도시에 들이받으면 병력만 버립니다. 대신 공성 병기와 함께 여러 유닛을 겹쳐 밀고 들어가면 전선이 훨씬 수월하게 열립니다.

외교는 겉보기보다 쓸모가 많습니다. 기술을 교환하거나 정전을 맺어 두 정면을 하나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판이 편해집니다. 다만 컴퓨터 문명들은 약한 쪽을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방어를 비워 둔 채 우호 관계만 믿는 것은 위험합니다.

한 판이 길기 때문에 자기만의 목표를 정하고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번에는 전쟁 없이 우주선까지 가 보겠다든가, 초반에 이웃 하나를 정리하고 대륙을 독차지해 보겠다든가 하는 식입니다. 그렇게 조건을 걸고 나면 같은 지도라도 전혀 다른 게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