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슈퍼패미컴판
시드 마이어의 문명 세계 7대 문명 (Civilization Sekai Shichi Daibunmei Japan) · 1994 · Asm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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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턴만 더
이 게임을 해 본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한 턴만 더 하고 자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창밖이 밝아진다는 것입니다. 다음 턴이면 도시가 하나 더 생기고, 그다음 턴이면 새 기술이 나옵니다. 끊을 자리가 계속 뒤로 밀립니다.
결과가 즉시 나오지 않는데도 손을 못 놓게 만드는 구조가 이 게임의 힘입니다. 지금 짓는 건물이 수십 턴 뒤에 무엇으로 돌아올지 머릿속으로 그리게 되고, 그 그림이 완성되는 걸 보고 싶어서 계속 진행하게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문명 슈퍼패미컴판(Civilization: Sekai Shichi Daibunmei)은 컴퓨터로 큰 성공을 거둔 전략 시뮬레이션 문명을 슈퍼패미컴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하나의 문명을 골라 고대의 정착지에서 시작해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끌어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도시를 세우고 주변 땅을 개간해 식량과 생산을 확보하고, 그 여력으로 기술을 연구하고 군대를 만들고 불가사의를 짓습니다. 다른 문명과 국경을 맞대면 교류하거나 싸우게 되고, 그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반 이후의 판도를 결정합니다.
기술과 도시
기술 연구는 나무처럼 가지를 뻗습니다. 문자를 알아야 다음 단계로 가고, 그 위에 또 다른 기술이 쌓이는 식입니다. 무엇을 먼저 연구하느냐가 문명의 성격을 정하는데, 군사 쪽으로 몰면 초반에 강해지고 경제 쪽으로 몰면 후반에 유리해집니다.
도시는 위치가 전부입니다. 강가에 세우면 물을 얻고, 언덕에 세우면 방어에 유리하며, 자원 근처에 세우면 생산이 붙습니다. 처음 몇 개 도시의 자리를 어디에 잡느냐가 게임 전체를 좌우해서, 첫 십여 턴이 사실상 가장 중요한 구간입니다.
이기는 방법
승리 조건이 하나가 아닙니다. 다른 문명을 전부 정복해도 되고, 기술을 끝까지 밀어붙여 우주로 나가도 됩니다. 이 두 갈래가 있기 때문에 같은 게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두 번 할 수 있습니다.
정복을 노리면 초반부터 군대에 자원을 붓게 되고 도시 발전이 늦어집니다. 반대로 기술을 노리면 오랫동안 군사적으로 약한 상태를 견뎌야 합니다. 어느 쪽을 고르든 대가가 따르고, 그 대가를 감수하는 판단이 이 게임의 재미입니다.
가정용 기기로 옮기면서
원래는 마우스와 키보드로 하는 게임이라, 컨트롤러로 옮기는 과정에서 조작 방식이 크게 손질됐습니다. 메뉴가 정리되고 정보 화면이 새로 짜였는데, 익숙해지면 패드로도 충분히 진행됩니다.
일본어로 나온 버전이라 텍스트가 적지 않지만, 기술 이름이나 유닛 아이콘으로 상당 부분 파악이 됩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의 핵심은 지도를 보고 판단하는 일이라, 글자를 다 읽지 못해도 재미의 뼈대는 그대로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