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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큐브

발 큐브 (Bal Cube) · 1996 · Me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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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깨기가 다시 유행하던 무렵

대전 격투 게임이 오락실을 채우고 있던 시기에도, 한쪽 구석에는 늘 혼자 조용히 하는 게임이 한 대씩 놓여 있었습니다. 이 게임도 그런 자리에 어울리는 물건입니다. 공 하나를 튕겨 화면의 블록을 지워 나가는, 아주 오래된 규칙을 다시 꺼내 와 그 시절의 화려한 그림과 소리를 입혔습니다.

규칙이 옛날 것이라고 해서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공은 갈수록 빨라지고, 지우기 어려운 블록이 섞이며, 화면 배치도 단순한 직사각형에서 벗어납니다. 몇 판 하고 나면 처음의 여유가 사라지고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발 큐브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6)

어떤 게임인가

발 큐브(Bal Cube)는 공을 튕겨 화면에 놓인 블록을 모두 없애는 게임입니다. 공은 벽과 블록에 부딪히며 계속 튀어 다니고, 아래로 흘려보내면 목숨이 하나 줄어듭니다. 조작은 공을 받아 내는 것 하나로 요약되며, 배울 규칙이 거의 없어 처음 보는 사람도 한 판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압니다.

쉬워 보이는 것과 실제로 쉬운 것은 다릅니다. 공이 어디로 튈지는 부딪히는 각도에 따라 정해지므로, 그냥 받아 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으로 보낼지를 정해서 받아야 합니다. 이 차이를 아느냐 모르느냐가 한 판의 길이를 결정합니다.

각도를 만드는 감각

이 계열 게임의 핵심은 언제나 각도입니다. 공을 정면으로 받으면 왔던 길로 그대로 되돌아가고, 가장자리로 받으면 크게 꺾입니다. 그래서 남은 블록이 화면 왼쪽에 몰려 있다면, 공을 왼쪽으로 보내는 각도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무작정 공을 따라다니며 받기만 하면, 정작 필요한 곳의 블록은 끝까지 남습니다.

가장 효율이 좋은 상황은 공을 블록 무리의 위쪽으로 밀어 넣는 것입니다. 위쪽에 들어간 공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블록 사이에서 계속 튕기면서 한꺼번에 여러 개를 지워 줍니다. 한 번 그 상태를 만들어 두면 잠깐 손을 쉬어도 화면이 알아서 정리됩니다. 이 계열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그 자리를 의도적으로 만듭니다.

반대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마지막 몇 개가 남았을 때입니다. 블록이 적으면 공이 부딪히는 횟수가 줄어 속도가 붙은 채 계속 왕복하고, 남은 블록은 하필 구석에 있습니다. 여기서 조급해져 공을 놓치는 일이 정말 자주 일어납니다.

아이템과 변수

이 계열 게임이 그렇듯 블록을 부수면 떨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것은 도움이 되고 어떤 것은 오히려 상황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을 전부 받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공이 안정적으로 돌고 있을 때는 굳이 자리를 옮겨 가며 받으러 갈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공이 여러 개로 늘어나는 상황은 양날의 검입니다. 화면이 빠르게 정리되는 대신 눈이 분산되고, 하나만 남았을 때 위치가 나쁘면 그대로 무너집니다. 여러 개가 돌아갈 때는 욕심내지 말고 아래쪽 가운데를 지키면서 확률을 높이는 편이 낫습니다.

만든 곳에 대하여

메트로는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자기 색이 분명한 기판 게임을 꾸준히 내던 곳입니다. 퍼즐과 액션, 스포츠를 오가며 이것저것 시도했고, 대개 그림이 밝고 소리가 깔끔했습니다. 이 게임에서도 그런 성격이 보입니다. 오래된 규칙을 그대로 쓰되 화면은 당시 기준으로 충분히 화려하게 뽑아냈습니다.

이런 소규모 회사의 게임은 크게 히트하지 않아도 오락실 구석에 오래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판이 짧고 동전 회전이 빠르며, 대전물처럼 사람을 가리지 않아 누구나 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국내 오락실에서 이 기판을 봤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벽돌 깨기 계열 자체가 이미 오래된 소재로 여겨지던 시기였고, 새 기판을 들이는 자리에는 대전 격투나 슈팅이 먼저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이름보다 화면으로 기억되는 쪽에 가깝습니다.

지금 해 보기에는 오히려 좋은 조건을 갖췄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고, 실패해도 바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잘하게 되는 과정이 눈에 보입니다. 손이 굳은 채로 붙어도 몇 판이면 각도가 잡히기 시작하는 유형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