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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스트리트 사커

백 스트리트 사커 (Back Street Soccer Graphics Issues) · 1996 · S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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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 없는 축구

축구 게임인데 파울이 없습니다. 상대를 걷어차도, 뒤에서 밀어도, 공 대신 사람을 밟고 지나가도 호루라기가 울리지 않습니다. 처음 이 게임을 켜고 상대 수비수를 발로 차 넘어뜨렸는데 경기가 그냥 계속 흘러갈 때의 당황스러움이 이 게임의 첫인상입니다. 축구 규칙을 배우러 온 사람은 5분 만에 그 생각을 접게 됩니다.

무대도 잔디 구장이 아닙니다.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골목, 시멘트 바닥, 철망 울타리 같은 곳에서 경기가 벌어집니다. 공이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 스로인도 코너킥도 없고, 벽에 튕겨 나온 공을 그대로 이어서 차면 됩니다. 경기가 끊기지 않는다는 건 곧 쉴 틈이 없다는 뜻입니다.

백 스트리트 사커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6)

어떤 게임인가

백 스트리트 사커(Back Street Soccer)는 5인제 길거리 축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게임입니다. 팀을 하나 고르고, 정해진 시간 안에 상대보다 골을 많이 넣으면 다음 상대로 넘어갑니다. 지면 그 자리에서 끝이고, 동전을 넣으면 그 경기부터 다시 합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레버로 선수를 움직이고 버튼으로 패스와 슛을 나눠 씁니다. 공을 가진 쪽에서는 패스와 슛, 공이 없는 쪽에서는 태클과 선수 전환이 같은 버튼에 걸려 있어서, 버튼 두 개만으로 공격과 수비를 모두 처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규칙이 적은 만큼 배울 것도 적어서, 처음 잡은 사람도 한 경기만 해 보면 조작은 대충 손에 붙습니다.

조작 대상은 공에서 가장 가까운 선수로 자동으로 바뀝니다. 이 자동 전환이 이 게임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인데, 내가 조작하려던 선수가 아니라 엉뚱한 선수가 잡히는 순간이 자주 나옵니다.

몸으로 하는 축구

이 게임의 재미는 결국 태클입니다. 공을 뺏는 태클이 아니라 사람을 넘어뜨리는 태클입니다. 상대가 공을 몰고 들어올 때 정면에서 부딪히면 상대가 그대로 굴러 넘어지고, 그 사이에 공을 주워 반대편으로 뛰면 됩니다. 넘어진 선수는 잠깐 일어나지 못하니 수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상대도 똑같이 한다는 겁니다. 골문 앞까지 잘 몰고 갔는데 뒤에서 들어온 수비수 한 명에게 걷어차여 공을 놓치는 일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드리블로 정직하게 뚫는 것보다, 짧은 패스로 공을 계속 굴려서 상대가 태클할 대상을 잡지 못하게 만드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슛은 골문 정면보다 살짝 비스듬한 각도에서 때리는 편이 잘 들어갑니다. 정면에서 때리면 골키퍼가 막는 확률이 눈에 띄게 높습니다. 골키퍼가 한쪽으로 쏠려 나왔을 때 반대편 구석을 노리는 게 가장 확실한 득점 방법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첫 상대는 무난하게 이길 수 있지만 두세 경기를 넘어가면 상대 수비가 갑자기 촘촘해집니다. 이때부터는 공을 오래 들고 있는 게 손해입니다. 받자마자 앞으로 차 놓고 뛰어가는 편이 오히려 잘 통합니다.

시간에 쫓기는 상황도 자주 나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데 동점이면, 수비를 포기하고 전원을 앞으로 올려 골문 앞 난전을 만드는 게 낫습니다. 이 게임은 골문 앞이 어지러울수록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그 혼란이 공격하는 쪽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수비할 때는 골키퍼 앞을 비워 두지 않는 것만 지켜도 실점이 크게 줄어듭니다. 상대 공격수를 따라다니다 보면 골문 앞이 텅 비는데, 그 틈에 들어온 공은 대부분 그대로 들어갑니다.

오락실에서의 자리

같은 시기 오락실에는 훨씬 잘 만든 축구 게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축구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이 첫 번째로 고르는 판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규칙을 몰라도 되고, 둘이 붙으면 서로 걷어차다가 웃게 되는 게임이라 옆자리에 사람이 앉으면 판이 길어졌습니다.

제작사인 SunA는 1990년대에 아케이드 기판을 꾸준히 내던 회사인데, 화려한 대작보다는 이렇게 한 가지 아이디어를 밀어붙인 게임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이 게임도 축구의 규칙 대부분을 덜어내고 몸싸움 하나만 남긴 결과물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만듦새가 거칠다는 건 금방 보입니다. 선수 전환은 뜻대로 안 되고 골키퍼 판정도 들쭉날쭉합니다. 그런데도 한 판이 짧고 결과가 빨리 나오니, 잠깐 켜서 몇 경기 하고 끄기에는 여전히 나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