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오 라마
볼 오 라마 (Bowl O Rama) · 1991 · P&P Mark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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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공을 굴리던 기계
오락실 볼링의 재미는 조작 방식에서 나옵니다. 레버로 방향을 맞추는 게 아니라, 기계 위에 박힌 커다란 공 모양 장치를 손바닥으로 밀어 굴립니다. 미는 세기와 방향이 그대로 화면 속 공의 속도와 회전이 됩니다. 진짜 볼링공을 던지는 동작과 닮아 있어서, 처음 만져 보는 사람도 무엇을 하라는 건지 바로 알아차립니다.
세게만 민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닙니다. 비스듬히 밀면 공이 휘고, 살짝 밀면 힘없이 굴러갑니다. 이 미묘한 손의 감각이 점수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한 번 해 보겠다고 나서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볼 오 라마(Bowl-O-Rama)는 트랙볼로 공을 굴려 핀을 쓰러뜨리는 볼링 게임입니다. 서 있는 위치를 좌우로 옮겨 각도를 잡고, 트랙볼을 밀어 공을 던집니다. 두 사람이 번갈아 던지며 겨룰 수 있습니다.
기본이 되는 방식은 실제 볼링 규칙을 그대로 따릅니다. 열 프레임을 돌면서 프레임마다 두 번 던지고, 스트라이크와 스페어에 따라 다음 투구 결과가 점수에 얹히는 계산도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볼링을 아는 사람이라면 설명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규 방식 말고 다른 놀이 방식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레인 위를 오가는 점수판이 공이 핀에 닿는 순간 멈추고 그 값을 점수로 주는 방식이 있고, 정해진 수의 핀을 맞춰 떨어뜨리는 것을 겨루는 방식도 있습니다. 같은 기계로 성격이 다른 세 가지를 돌려 가며 할 수 있다는 게 이 게임의 강점입니다.
던지는 요령
가장 먼저 익혀야 하는 건 서는 위치입니다. 레인 정중앙에 서서 정면으로 굴리면 공은 헤드핀 한가운데를 때리는데, 이 각도로는 스트라이크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좌우로 조금 비켜서서 비스듬히 들어가는 각을 만드는 편이 훨씬 결과가 좋습니다.
다음은 세기 조절입니다. 트랙볼을 강하게 밀면 공이 빠르게 나가면서 휘는 폭이 줄어들고, 약하게 밀면 느리게 굴러가면서 방향이 더 흔들립니다. 강하고 정확한 한 방보다, 자기가 반복할 수 있는 세기를 하나 정해 두고 그 세기로만 던지는 편이 점수가 안정적입니다.
스페어를 처리할 때는 욕심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양쪽 끝에 핀이 하나씩 남는 상황에서 둘 다 노리려다 아무것도 못 맞히는 일이 흔합니다. 확실히 맞힐 수 있는 쪽을 잡아 한 개라도 챙기는 편이 결과적으로 총점이 높습니다.
오락실 스포츠 게임의 자리
1980년대 후반부터 오락실에는 트랙볼을 쓰는 스포츠 게임이 꾸준히 있었습니다. 볼링, 골프, 그리고 공을 굴려 판을 미는 계열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게임은 슈팅이나 격투처럼 실력을 오래 쌓아야 하는 게 아니라, 처음 잡은 사람도 바로 한 판을 끝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습니다.
한 판의 길이가 예측 가능하다는 것도 운영하는 쪽에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열 프레임이면 끝나므로 손님이 자리를 오래 붙잡지 않고, 결과가 점수로 남으니 옆 사람과 다시 겨루고 싶어집니다. 동전이 잘 들어가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이 작품은 그 시기 볼링 기판을 바탕으로 내용을 새로 얹은 물건입니다. 이미 오락실에 깔려 있던 기계에 롬만 갈아 끼워 새 게임처럼 쓰는 방식은 그 시절에 드물지 않았습니다. 기계를 통째로 새로 사지 않고도 손님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 줄 수 있으니 운영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방식이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의 기억
한국에서는 트랙볼이 달린 기계 자체가 흔하지는 않았습니다. 레버와 버튼이 달린 일반 케이스는 어디에나 있었지만, 트랙볼은 전용 조작부가 필요해서 갖춰 놓은 곳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볼링 기계는 규모가 큰 오락실이나 볼링장 한쪽에 놓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신 한번 눈에 띄면 사람이 붙었습니다.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고, 옆 사람과 번갈아 던지며 점수를 비교하는 재미가 확실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볼링장에 가는 것보다 훨씬 싸게 볼링 흉내를 낼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지금 브라우저로 다시 해 보면 손바닥으로 밀던 그 감각까지는 재현되지 않지만, 각도와 세기를 맞춰 스트라이크를 노리는 계산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