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버맨 다이너블래스터
다이너블래스터 (Dynablaster Europe) · 1990 · Hudson 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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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폭탄에 죽는 게임
이 게임을 처음 잡은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자기가 놓은 폭탄에 죽습니다. 폭탄을 깔고 도망칠 자리를 미리 봐 두지 않으면 벽 사이에 갇힌 채 불길을 맞게 되니까요. 화력 아이템을 먹어 폭발 범위가 길어지면 이 사고는 오히려 더 자주 일어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실력은 폭탄을 얼마나 잘 놓느냐가 아니라 놓고 나서 어디로 빠지느냐에서 갈립니다. 한 칸 차이로 살아남는 감각이 붙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재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떤 게임인가
봄버맨 다이너블래스터(Dynablaster)는 허드슨이 만든 봄버맨을 유럽 시장에 내놓으면서 붙인 이름입니다. 일본과 북미에서는 봄버맨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지만, 유럽판만 다이너블래스터라는 다른 이름을 달고 있어 이 표기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격자로 나뉜 스테이지 안에 부술 수 있는 벽과 부술 수 없는 벽이 섞여 있고, 폭탄으로 벽을 깨면서 숨어 있는 적을 전부 없애고 출구를 찾아 나가는 구성입니다. 조작은 이동과 폭탄 설치뿐이라 규칙을 설명하는 데 십 초면 충분한데, 막상 해 보면 판단할 것이 계속 생깁니다.
아이템과 화력
벽을 깨면 그 안에서 아이템이 나옵니다. 폭발 범위를 늘리는 불꽃, 한 번에 놓을 수 있는 폭탄 수를 늘리는 아이템, 이동 속도를 올리는 아이템이 기본이고, 폭탄을 발로 차서 밀어 보내는 능력이나 폭발에 맞아도 버티는 능력처럼 판을 뒤집는 것도 있습니다.
다만 화력이 세질수록 자기 목숨도 위험해진다는 점이 이 게임의 묘미입니다. 폭발이 화면 절반을 덮을 정도가 되면 벽 하나 사이에 두고도 안심할 수 없어서, 오히려 조심스럽게 움직이게 됩니다. 속도 아이템을 너무 많이 먹어 미끄러지듯 움직이다 사고를 내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대전이 진짜 본편
혼자 하는 스테이지 진행도 잘 만들어져 있지만, 이 게임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사람끼리 붙는 대전입니다. 좁은 판에서 서로 길을 막고 폭탄으로 몰아붙이는 싸움은 실력 차가 크지 않으면 마지막까지 결판이 안 납니다.
벽 뒤에 폭탄을 미리 심어 두고 상대가 지나가는 길목을 계산하는 심리전, 죽기 직전에 놓은 폭탄으로 같이 끌고 가는 마무리까지, 지금 기준으로 봐도 대전 게임의 기본을 잘 갖췄습니다. 컨트롤러를 하나씩 잡고 둘러앉아 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화면만 봐도 그 소리가 떠오를 겁니다.
시리즈로 이어진 것
봄버맨은 이 시기 이후로 기종을 가리지 않고 계속 나왔습니다. 폭탄을 던지거나 원격으로 터뜨리는 등 능력이 추가되고, 동시에 붙는 인원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격자 위에 폭탄을 놓고 자기가 피한다는 핵심은 처음 그대로였습니다.
규칙이 단순한데도 질리지 않는 게임은 흔치 않습니다. 다이너블래스터는 그 단순한 규칙이 처음 자리를 잡던 시기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지금 다시 해 봐도 몇 판은 그냥 지나갑니다.